1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많이 먹기 대회 결승 당일. 코루루는 레드럭의 의지를 이어, 결승전 무대를 오른다. 쿠루루는 마슈의 도발에 동요하지 않고 "어제의 나와는 다르외다!"라고 강하게 대항한다. 결승전 요리는 나무 해파리 핫도그. 마슈는 과제음식이 질릴만큼 먹어본 요리라는 걸 알고 승리를 확신하지만 코루루도 레드락에게 배운 기술을 믿고 승부에 임하는 것이었다.

많이 먹기 대회 3일째, 결승 당일날이 밝았다.
회장 안에는 우승하는 순간을 지켜보려는 관객들이 밀려들어 최고의 열기로 가득차 있었다.
사회자
자!
이번 대회도 오늘로 마지막입니다.
사회자
기겁과 감동, 파란을 불러일으키며 과거의 어떤 대회에도 지지 않을 정도였던 이번 대회!
사회자
수많은 눈물과 흥분을 자아낸 각각의 뜨거운 명장면들은 후세까지 전해지며 길이 남을 것입니다!
사회자
그리고 오늘! 가혹하기 짝이 없는 싸움 끝에 영광스러운 승자가 결정됩니다!
사회자
과연 그 영광은 누구의 손에 쥐어질 것인가! 지금부터 결승전을 시작합니다!
사회자
그럼 오늘의 주역! 결승 진출자 분들을 모셔보겠습니다!
사회자
우선 이 분! 이번 대회의 다크호스라고 칭해지는 예측불능의 폭식소녀!
사회자
아미라 선수입니다!
아미라
내가 가장 많이 먹을거야... 소문낼 거야...!
어, 아미라다! 오늘도 잔뜩 먹는 모습 보여줘~!
사회자
예선부터 파죽지세로 이기고 올라온 아미라 선수!
사회자
과연 그 기세 그대로 한번에 우승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인가! 주목해 봐야겠습니다!
사회자
이어서 이 분입니다! 강철처럼 단단한 정신을 지니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불굴의 작은 전사!
사회자
코루루 선수입니다!
코루루
후우...
이오
코루루! 난 너라면 해낼 수 있다고 믿어!
레드락
울게 되든 웃게 되든 이게 마지막이다! 수행의 성과를 보여다오, 코루루!
코루루
(이오, 스승님... 응원해 주는 목소리가 똑똑히 들리외다...)
코루루
(날 믿어준 사람들을 위해서. 그리고 내게 꿈을 맡겨준 스승을 위해서...!)
코루루
노리는 것은 우승뿐이올시다!
사회자
전날의 본선 오전부에서 눈을 의심케 할 정도의 추격전을 보여준 코루루 선수!
사회자
작은 몸집에 숨겨진 투지는 누구보다 큽니다! 한계를 뛰어넘은 근성으로 난적들을 쳐부수는 겁니다!
사회자
마지막으로 이 분입니다! 이번 대회 최대의 파란을 일으킨 유력한 우승후보, 거친 파이터!
사회자
푸드 파이터계에서는 이미 잘 알려졌죠! 사람들은 그를 이렇게 부릅니다...
사회자
"짓뭉개는" 마슈 선수입니다!
마슈
읏샤아아아아! 다 잡아주마!!!
마슈의 팬
마슈! 마슈! 마슈!
사회자
역시 마슈 선수입니다! 대기가 흔들릴 정도의 뜨거운 성원이 회장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사회자
인기나 실력이나 단연 압도적! 역시 우승은 마슈 선수인 걸까요?
마슈
오호... 꼬리 내리고 도망쳤을 줄 알았더니.
코루루
…………
마슈와 눈이 마주친 순간, 코루루는 그에 맞서듯이 강하게 시선을 되돌려 주었다.
마슈
네 배짱은 인정해 주마. 하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아.
마슈
내가 우승하는 모습을 손가락이나 빨면서 지켜보시지! 꼬맹이답게 말이다! 크하하!
코루루
미리 말해두오만 오늘의 나는 어제와 나는 다르외다!
코루루
방심하다간 걸려 넘어질 것이외다!
아미라
잔뜩 먹고 내가 이길 거야.
마슈
오호, 너도 말이냐? 이 녀석이나 저 녀석이나 기운이 넘치는구만!
마슈
어디 해보자!
현실이라는 걸 똑똑히 깨우쳐 주마!
마슈
이봐, 사회자 씨. 관객들을 너무 기다리게 하면 못 쓰지. 슬슬 시작하자고. 엉?
사회자
아, 예! 그래야죠!
사회자
그, 그럼 바로 메뉴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
결승전 메뉴는 바로... 이겁니다!
사회자
나무 해파리 핫도그
되겠습니다!
사회자
역시 많이 먹기 대회라면 핫도그죠! 푸드파이터로서의 기술이 가장 시험되는 요리 중 하나입니다!
사회자
이번 요리에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소시지처럼 보이지만, 둥그렇게 성형한 나무 해파리를 사용했습니다!
사회자
소시지와는 또 다른 식감과 해산물을 베이스로 한 소스가 식욕을 돋웁니다. 서민적이지만 최고의 일품요리라 할 수 있겠습니다!
마슈
핫도그라! 너희들 운이 없구만!
마슈
우리같은 푸드 파이터는 질릴만큼 먹어온 녀석이지.
마슈
요령은 완전히 터득했고말고! 우승은 이미 정해졌구만!
하하핫!
코루루
요령이라면 나도 스승님한테 배워서 알고 있소이다!
마슈
알고 있다고? 말은 잘 하네! 겨우 하루동안 벼락치기한 걸로 뭘 할 수 있다는 거야?
코루루
벼락치기라는 건 부정하지 않겠소이다. 허나 나는 스승님에게 배운 방법을 믿을 뿐이외다!
코루루
결과는 직접 느끼게 될 것이외다!
마슈
흐음... 깜찍한 소릴 하는 꼬맹이구만. 진짜로 짜증나려고 하는데.
마슈
쳐부숴 주마!
진행요원이 요리 나르기를 마치자, 자연히 폭풍 전과 같은 고요함이 회장 전체를 뒤덮었다.
사회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러분, 준비 되셨습니까?
세명
…………!
사회자
십수년만에 부활한 이 대회도 드디어 끝을 앞두고 있습니다!
사회자
전설의 챔피언 계보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과연 어떤 선수일까요!
사회자
그러면 결승전... 스타트!

2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결승전 시작과 동시에 아미라와 마슈는 노도의 기세로 요리를 입으로 가져간다. 한편, 코루루는 냉정함을 유지하며 많이 먹기 기술을 가슴속에서 되내이며 최적의 전법을 구상한뒤 먹기 시작한다. 싸움 속에서 점차 마슈의 페이스가 흐트러져 간다. 하지만 마슈는 갑자기 물을 한번에 들이키더니, 페이스를 되찾아 톱으로 뛰어 오른다. 코루루와 아미라는 질 수 없다는듯 그 뒤를 쫓는 것이었다.

회장 안은 사회자의 신호가 묻혀 들리지 않을 정도의 함성소리로 뒤덮였다.
그 성원을 한 몸에 받으며, 아미라와 마슈는 달려들듯이 음식에 손을 뻗었다.
아미라
우물, 냠냠냠냠! 우물우물 냠냠!
마슈
으랴아!
사회자
오호!
스타트와 함께 아미라 선수와 마슈 선수가 뛰쳐나갑니다!
사회자
아미라 선수는 그저 음식을 움켜쥐고 입에 집어넣는 한편, 마슈 선수는 요리를 하나로 뭉쳐서 입에 쑤셔넣습니다.
사회자
마치 신들린 듯한 모습이군요! 반면 코루루 선수는 그에 주눅들지 않고 냉정하게 집중력을 높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코루루
(후우... 좋아! 스승님과의 수행을 떠올리는 것이외다!)
코루루
(물은 최소한도만 마시기. 물로 위를 채워버리면 안 된다고 했소이다.)
코루루
(씹기도 최소한도로만. 씹는 횟수를 줄여 포만감을 억제하는 것이외다)
코루루
그럼... 먹어보겠소이다!
코루루는 수행했던 내용을 하나하나 생각해내어 쌓아온 지식과 맞춰가며 최적의 방법을 찾고 있었다.
코루루
(봉처럼 가공된 나무 해파리... 이 길이를 한번에 삼키면 목에 걸려버릴 것이외다)
코루루
그렇다면...!
코루루는 핫도그에서 나무 해파리들만 집어낸 후, 한번에 모아 기세좋게 반으로 씹었다.
코루루
이러면 목에도 걸리지 않고, 짧은만큼 씹는 부담도 줄어들 것이외다. 남은 건 이걸 가능한 한 밀어넣어서...
코루루
...꿀꺽! 좋아, 이렇게 하면 되겠소이다!
요령을 잡은 코루루는 곧이어 나무 해파리를 빼내고 남겨진 수많은 빵에 눈을 돌렸다.
코루루
빵도 나무 해파리처럼 반씩... 하지만 나무 해파리와는 달리 부풀어올라 면적이 넓소이다.
코루루
이러다간 하나씩 먹는 데에 시간을 빼앗기는 데다가 목도 메일 것이외다. 어떻게 해야...
머리를 쥐어매던 코루루는 문득 곁에 있는 컵에 눈길을 주었다.
코루루
그렇구려!
물을 적시면 사이즈도 줄어들고 목도 덜 메일 것이외다!
코루루
그럼 시험해 보겠소이다!
코루루는 컵에 든 물을 빵에 적시고, 쭈그러들어 부드러워진 빵을 입에 넣은 후 단숨에 삼켰다.
코루루
꿀꺽... 좋아, 이거라면...!
코루루
남은 건 적시는 물의 양을 조절해서 가능한 한 위에 부담을 줄이는 것뿐이외다! 쭉쭉 가겠소이다!
코루루는 최적의 전법을 찾아낸 후, 망설임없이 음식을 입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사회자
코루루 선수! 드디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사회자
그러나 선두를 달리는 마슈 선수와는 이미 엄청난 차가 벌어져 있습니다! 과연 역전이 가능할 것인가!
마슈
(쓸데없는 지혜나 쥐어짜내기는. 이미 늦었어.)
마슈
(저 꼬맹이는 내버려둬도 돼. 문제는 이 녀석이지)
아미라
우물우물우물! 우적우적우물우물우물!
마슈는 정신없이 접시를 비워나가는 아미라를 얄밉다는 듯이 노려보았다.
마슈
(요 이틀새 잔뜩 먹어치운 덕분에 위장이 부드러워진 건가...)
마슈
쳇, 짜증나는 녀석!
짧은 기간에 많은 양을 먹어치운 탓에 위장이 부드러워진 아미라가 예상치 못한 저력을 보여주자, 마슈는 점점 더 짜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둘 다 비슷한 페이스였으나, 아미라의 이론 따위는 무시한 전법에 덩달아 마슈의 페이스도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마슈
제길... 상대하기 힘든 꼬맹이구만...!
사회자
이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마슈
마슈
뭔데?
사회자
여기서 코루루 선수가 어마어마한 추격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코루루
이대로 가면!
마슈
뭐...?
마슈가 아미라에게 정신을 빼앗긴 사이, 코루루는 순조롭게 빈 접시를 쌓아올리며 마슈를 추격한 것이었다.
마슈
이... 꼬맹이들이!!
마슈
으아아아아!
아미라
우물우물우적우적우적!
코루루
우물우물, 꿀꺽! 우물우물우물, 꿀꺽!
사회자
코루루 선수에게 자극받은 걸까요? 마슈 선수와 아미라 선수가 페이스를 올립니다!
사회자
그러나 코루루 선수도 지지 않습니다! 필사적으로 먹어치웁니다!
거의 호각상태의 난전이 펼쳐지고 있었으나, 그 사이에서 제일 먼저 페이스를 떨어뜨린 것은 유력한 우승후보인 마슈였다.
마슈
제길...!
사회자
이, 이런! 마슈 선수의 기세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사회자
아미라 선수와 코루루 선수에게 정신이 팔린 탓인지, 자신의 페이스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사회자
오랜 기간 마슈 선수의 싸움을 이 눈으로 봐 왔던 제가 보기에도 대단히 희귀한 광경입니다!
마슈
(내가 지는 건가...? 이 아마추어 꼬맹이들한테?)
마슈
(아니... 방법은 있어. 하지만 거기에 손을 대면 나는 푸드 파이터로서...)
마슈
(하지만 나는 이겨야 해! 그 사람들이 멀리서 바라보고 있어!)
마슈
나는, 나는 말이다... 질 수 없다!
마슈는 크게 소리지르더니 갑자기 컵을 들고 그 안의 물을 단숨에 들이켰다.
코루루
...!
코루루
(많이 먹기에서 의미없이 물을 잔뜩 마시는 것은 자살행위일 터인데...)
코루루
(스승님과 같은 푸드 파이터라면 그런 기본적인 지식도 모를 리가 없소이다)
코루루
어떻게 된 것이외까...?
마슈
읏샤! 승부는 지금부터야!
마슈는 기합을 불어넣듯이 소리를 지르더니 다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마슈
으랴아아아!
사회자
이, 이게 무슨!
마슈 선수의 페이스가 원래대로 돌아왔습니다!
사회자
아직 힘을 숨기고 있었던 걸까요? 아니면 푸드 파이터로서의 근성인 걸까요?
사회자
이러면 승부의 행방을 알 수가 없겠군요!
코루루
조, 좋지 않소이다...!
아미라
안 질거야! 우물우물얌냠냠냠냠냠!
사회자
코루루 선수와 아미라 선수! 마슈 선수를 떨쳐내기 위해 더욱더 페이스를 올립니다만...
마슈
으라아아아아아!
사회자
오오! 드디어! 드디어 마슈 선수가 단독 선두에 올라섰습니다!
사회자
독주중인 마슈 선수! 코루루 선수와 아미라 선수는 이 기세를 따라잡지 못합니다!
마슈의 팬
마슈! 마슈! 마슈!
사회자
지금까지 들어본 것중 가장 큰 응원소리입니다! 응원이 마슈 선수의 등을 밀어주고 있습니다!
사회자
제한시간은 반을 넘어섰습니다! 이대로 마슈 선수의 승리가 결정되는 걸까요?
아미라
우물우물우물, 지지... 우적우적우적, 않아...!
코루루
(내가 진다면 스승님의 꿈이...!)
코루루
포기하지 않겠소이다!
마슈
내 승리다!!!
사회자
마슈 선수는 이미 승리를 확신하는 모습입니다! 최후에 웃는 것은 과연 누구일 것인가!

3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마슈의 우승이 거의 확실시 되던 그 때, 음식이 다 떨어져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한다. 일행이 재개를 기다리고 있던 도중, 갑자기 아미라가 부유하는 수수께끼의 생물에 매달려서 나타난다. 수수께끼의 생물의 정체는 "카키후라이"라고 불리는 생물이었고, 카키후라이는 지상의 소동에 흥분하여 공격을 해온다. 많이 먹기 대회를 속행할 수 없는 상황에 레드락이 일어나 카키후라이를 맞선다.

승부는 후반에 접어들었고, 마슈는 노도와 같은 기세로 선두에 올라섰다.
그 후로도 마슈의 기세는 꺼지질 않았고, 그의 승리가 결정된 것처럼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사회자
스톱! 스톱!!!
아미라
……?
코루루
어라...?
마슈
뭐야?
사회자의 갑작스런 중단 선언에, 회장 안은 찬물을 끼얹은 듯이 조용해졌다.
사회자
비상사태입니다! 조금 전, 제공되는 요리가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마슈
뭐라고?
코루루
그, 그럼 승부는...
사회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네, 아.... 음... 네...
사회자
방금 운영측과 협의를 마쳤습니다.
사회자
그 결과, 휴식할 겸 식재료를 새로 조달한 후에 재개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마슈
흥, 운도 좋구만.
코루루
…………
아미라
먹을 거... 이제 없어?
사회자
저희 불찰로 폐를 끼쳐드려 죄송하지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휴식시간을 맞은 코루루와 아미라는 일단 단장 일행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 표정은 밝다고 하기 힘들었다.
코루루
…………
이오
코루루, 기운 내!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어!
레드락
이오 말대로다. 승부라는 건 마지막까지 알 수 없는 거야.
레드락
너는 내가 가르쳐 준 요령을 제대로 살렸더구나. 자랑스럽다.
코루루
하지만 이대로는...
레드락
지금 네 마음은 이해한다. 곧 닿을 듯 닿지 않는 건 괴롭지.
레드락
하지만 마슈 녀석이 쉽게 당할 상대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잖냐?
코루루
그야 그렇소이다만...
레드락
애초에 이 싸움은 빨리 먹기가 아냐. 많이 먹기다.
레드락
시간 배분을 계산해서 마지막까지 힘을 남겨뒀다가 순식간에 역전을 노리는 패턴도 종종 보이지.
레드락
운영측은 그 점도 고려해서 휴식을 끼워넣는다는 판단을 한 걸거다.
레드락
요리가 없어졌다고 해서 끝낸다면 페이스를 생각하던 녀석들이 손해를 봐서 대회의 취지가 바뀌어 버리니까 말이다.
레드락
녀석이 저런 상태로 마지막까지 계속 먹어치울 수 있다는 보장은 없어. 포기하지만 않으면 승기가 있을 거다.
레드락
그러니 고개 들어. 자신감을 가지고.
코루루
스승님...
마슈
어우, 뜨거운 청춘이구만! 나도 끼워 주시지 그래?
레드락은 스스로가 유리한 위치임을 뽐내듯 다가온 마슈를 내쫓으려는 듯이 노려보았다.
레드락
일부러 적들이 있는 곳까지 행차하시다니 너도 어지간히 한가하구만.
레드락
비가 잘못해서 말했던 빈둥대는 마슈라는 말이 딱 들어맞네.마슈
마슈
좋을 대로 떠드시지. 아무리 허세를 부려도 나랑 승부하는 건 꼬맹이들이니까.
마슈
안 그러냐? 아가씨.
코루루
…………!
레드락
그래... 나는 이미 장외에 있는 몸이지. 이 이상 나설 생각은 없어.
레드락
하지만 이것만은 말해 두마. 이 녀석들을 깔보다간 네가 집어삼켜질 거다.
마슈
크하하하!
그거 기대되는데!
마슈
뭐, 다른 꼬맹이는 꼬리 말고 도망간 모양이다만!
루리아
어라? 아미라 씨가 없어요!
이런... 그 녀석, 결승 도중에 어딜 간 거야?
찾아보러 가자
놀러 갔을지도 몰라
루리아
네! 그래야죠!
주역 없이는 진행이 안 되니까 말야!
아니……
아미라도 진심으로 우승을 목표로하고 있으니 지금은 그럴 기분은 아니지 않을까?
그래도, 덜렁거리는 아미라니까 전혀 아니라고 할수는 없나……?
아미라의 목소리
...얘들아!
응? 방금 아미라 목소리가...
아미라의 목소리
잡았어!
아까보다 가까워진 것 같은데... 어디서 들리는 거지?
코루루
아! 위쪽이올시다!
아미라
이거 봐! 조개!
루리아
아, 아미라 씨가... 하늘을 날고 있어?
저 녀석 뭐에 달라붙어 있는 거야? 마물인가?
세바스찬
저건..."카키후라이*"군요.

*굴 튀김(fry), 날으는(fly) 굴
루리아
카키후라이...?
세바스찬
그 이름처럼 하늘을 나는 굴입니다. 카츠오누스 못지않은 아우규스테 명물의 하나죠.
세바스찬
두 개의 껍질을 휠처럼 회전시키며 땅 위를 활주하기도 하고, 의문의 힘을 발휘해서 하늘을 날기도 하고...
세바스찬
지금도 의문점이 많은 생물입니다만, 생으로 먹든 구워먹든 맛있는 식재료입니다.
세바스찬
저도 꼭 한번 먹어보고 싶었습니다만, 저런 상태라면 잡는 데에도 꽤나 수고가 들겠군요.
루리아
어서 어떻게든 해야 해요! 아미라 씨가 위험해요!
레드락
게다가 관객들도 위험해. 봐, 패닉에 빠졌어.
관광객 남성2
도망쳐! 여기 있으면 위험해!
관광객 여성2
누가 좀 살려줘!
카키후라이
...!
카키후라이는 사람들이 혼란에 빠진 모습을 보고 흥분했는지 지상을 향해 급강하했다.
아미라
어...!?
아미라
으읍!
급강하하는 카키후라이의 기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떨쳐진 아미라는 머리부터 모래사장에 처박혔다.
아미라
푸하! 쿨럭쿨럭!
루리아
아, 아미라 씨! 괜찮으세요?
저, 저런 걸 어떻게 먹은 거야! 이대로는 회장 전체가 위험해!
아미라
맡겨줘, 내가 할게!
카키후라이
...!
으악! 크, 큰일날 뻔했네...
루시오
여러분, 제 뒤로 숨으세요. 저기 휘말리면 갈린 고기가 될 겁니다.
카키후라이
...!
코루루
? 오고 있소이다!
코루루는 카키후라이의 적의를 감지하고 자세를 취했지만, 곧바로 레드락이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레드락
여긴 내게 맡겨.
코루루
스승님! 나, 나도 싸우겠소이다...!
코루루
어제같은 일은 다시 벌일 수...
레드락
진정해라, 코루루. 네 실력을 의심하는 게 아냐.
레드락
네 무대는 여기가 아니잖아. 쓸데없는 체력을 낭비할 수는 없지.
레드락
이번에 나는 멋진 모습 보여줄 기회도 없었으니 여기서 주역을 맡도록 하지!
레드락
그런 의미에서 단장은 다른 녀석들하고 함께 관객들이 피난하게끔 유도해 줘.
레드락
자, 카키후라이 형씨! 먹느냐 먹히느냐, 목숨 걸고 싸워보자!
레드락
덤벼라!
카키후라이
...!

4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레드락은 카키후라이를 퇴치하고 소동은 수그러든다. 그 이후 카키후라이를 식재료로 하여 결승전이 재개된다. 하지만 아미라는 카키후라이에게 휘둘러졌던 것 때문에 속이 나빠져, 어쩔 수 없이 기권하게된다. 아미라는 우승을 놓친 것을 아쉬워하지만, 코루루가 우승한다면 좋겠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해준다. 코루루는 많은 동료들의 마음을 짊어지고, 노도의 추격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카키후라이
...!
레드락
이런, 위험하구만!
조개껍질이 아슬아슬하게 피부를 스치자, 그 마찰열으로 화상 비슷한 아픔이 느껴졌지만 레드락은 유쾌하다는 듯이 웃었다.
레드락
뜨겁구만 뜨거워! 너도 먹히기 싫으니까 필사적일 수밖에 없겠지!
레드락
이 뒤에 이어지는 승부에는 내 꿈이 걸려 있다! 네가 망치게 둘 수는 없어!
레드락
얌전히 재료로 잡혀서 귀여운 제자의 앞길을 장식해 주시지!
레드락
으랴아아아아!
카키후라이
────!
레드락
보이는 것처럼 터프한 녀석이야.
레드락
하지만... 이걸로 마무리하겠다!
카키후라이
────……!
레드락
하! 맛이 어떠냐!
코루루
스승님! 역시 대단하시외다!
레드락
으하하! 살짝 위험하긴 했어!
레드락
하지만 이걸로 내 역할은 마쳤군.
레드락
이번에 코루루... 네가 역할을 해낼 차례야.
코루루
...! 물론이외다!
아미라
스승! 괜찮아?
레드락
그래, 보이는 대로다! 이번엔 거짓말 아냐!
아미라
엄청 큰일이 벌어졌네...
루리아
괜찮아요, 아미라 씨! 다친 사람도 없으니까요!
식재료를 조달하려고 한 거잖아? 신경쓸 거 없어!
레드락
그래! 끝이 좋으면 다 잘 된거라고 하잖냐!
레드락
그런데 카키후라이가 어디 사는지는 어떻게 알았어?
레드락
그 짧은 시간에 우연히 발견했다고 생각하긴 힘든데, 누가 가르쳐준 거야?
아미라
어제 발견했어. 날아다니는 거 좀 재미있었거든.
세바스찬
그랬군요... 어제 그 냄새는 평범한 굴이 아니라 카키후라이였던 겁니까.
그래서 즐거웠다는 말을 한 거구나. 그냥 먹기만 한것치고는 이상하게 졸려한다 싶었어.
그나저나 이렇게 날뛰는 녀석이 매년 득시글거리는 데서 산다니, 여기 녀석들도 힘들겠네.
세바스찬
아뇨, 안 먹히려고 날뛰는 일은 있어도 저렇게 흉폭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일부의 예외가 존재하는 법이죠.
루시오
저걸 예외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한다면... 카키후라이의 "전환개체"……일까요?
세바스찬
아마 그럴 겁니다. 허허 참. 이야기로 듣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저기, 그 전환개체라는 게 뭔데?
세바스찬
자웅동체라고 하던가요. 카키후라이는 생육환경에 따라 암수가 뒤바뀐다고 하더군요.
아미라
자웅... 동채?
세바스찬
수컷이면서 동시에 암컷인 것, 또는 수컷이든 암컷이든 전환가능한 개체를 말하죠. 카키후라이는 후자에 속합니다.
루시오
아버지도 어머니도 될 수 있다니, 실로 신비로운 생태로군요.
아미라
아빠가 엄마가 돼...? 엄마가, 아빠가 돼...?
쓸데없이 더 복잡해졌잖아...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지?
루시오
후후. 세계의 신비 중에는 바로 이해하기 힘든 것도 있습니다. 허나...
루시오
하늘을 나는 상어에는 이미 익숙해지지 않았습니까. 암수가 바뀌는 조개 또한 익숙해지고 나면 그런 게 있다고 인식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니 그런가?
그런데 수컷이랑 암컷이 어쨌다고? 왜 그렇게 되는 건데?
루시오
스스로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서입니다. 생육환경이 악화되어 위험이 닥치면 생물종으로서 적응하려고 하는 거죠.
루시오
올해는 상어 소동이 없었지만 상어에게 먹이를 빼앗기고, 그 스스로도 노려지는 사이에 암수를 바꾸며 공격성과 힘을 얻은 것 아닐까요?
세바스찬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뭐,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그런 이상한 녀석들이 있다는 거지.
세바스찬
그나저나 그 지식과 통찰력... 역시 당신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군요?
루시오
후후, 지나친 과찬이십니다. 저는 생각하는 걸 좋아할 뿐, 그냥 이상한 사람입니다.
루시오
이 세상의 창조주는 완전한 존재이면서 어째서 생명에 한계를 지운 것일까요. 그것은 의도적인 것인가, 우발적인 것인가...
루시오
생과 사, 음과 양. 암수 또한 왜 나뉘어져 쌍을 이루게 된 것인가. 신의 일처리에 대해 사고하고 있었을 따름이죠.
세바스찬
하하하하, 형이상학적인 말씀이시군요. 하지만 당신은 마치 그러한 물음들을 의심할 여지도 없이 믿고 있는 것처럼 보이십니다.
세바스찬
정말 독특하신 분이네요. 한층 더 흥미가 솟아올랐습니다.
루시오
후후. 언젠가 커피를 마시며 다시 이야기하시죠.
세바스찬
그거 좋군요.
세바스찬
자, 식재료를 얻었으니 저는 요리를 준비해야겠습니다.
마슈
그래, 빨리 부탁하지.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어, 너! 방금 전까지 없더니 어디 갔던 거야!
마슈
뻔하지. 관객 놈들 피난시키러 갔었다.
피난시키러? 니가?
마슈
우리 푸드파이터는 관객 장사야. 날 응원해주는 녀석들도 있고.
마슈
인명피해가 나와서 대회 중지되기라도 하면 어떡하겠냐.
마슈
그리고 네놈들하고도 푸드 파이트로 제대로 승부를 지어야지!
그런 거였어? 보나마나 도망쳤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좀 다시 봤어!
마슈
흥... 네놈들이 좋은 인간들이라고 해도 봐주진 않을 거다.
마슈
칭찬도 필요 없어! 내가 원하는 건 챔피언 칭호뿐이니까!
마슈
라스트 파이트다! 이번에야말로 흑백을 가려주마!
아미라
안 질거야, 절대로!
코루루
그 승부 받아들이겠소이다!
사회자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사회자
요리 준비가 끝났으니 지금부터 결승전을 재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
아까 카키후라이가 폭주하는 해프닝이 발생하긴 했습니다만,
사회자
그조차도 이번 대회를 한층 더 끌어올려주기 위한 여흥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사회자
드디어 이번 대회의 승리자가 결정됩니다! 그 순간을 놓치지 마세요!
사회자
자, 원래대로라면 여기서 요리 소개를 충분히 드려야 하겠습니다만
사회자
이번에는 결승 도중이니 짧게 설명하겠습니다.
사회자
선수 여러분도 언제 시작할지 근질근질해하는 모습이니까요.
마슈
오호, 잘 아네.
사회자
메뉴는 이겁니다!
사회자
그 이름하야 카키후라이 후라이 버거! 이름처럼 카키후라이를 기름에 튀겨 빵 사이에 끼운 요리 되겠습니다!
사회자
제한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카키후라이 후라이 버거를 공략하고 영광을 얻을 사람은 누구일까요!
사회자의 목소리
마슈 선수가 이대로 독주를 계속할 것인가!
사회자의 목소리
아니면 코루루 선수와 아미라 선수의 역전극이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사회자
자, 이게 정진정명 마지막 승부입니다! 논스톱 라스트 파이트!
세명
…………!
사회자
그럼 결승전... 리스타트!
마슈
으아아아아아!
사회자
신호와 동시에 전력을 펼치는 마슈 선수!
사회자
힘을 보전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입니다! 마지막까지 단숨에 달려나가려는 모양입니다!
아미라
우물우물우적우적! 우적우적우적우물우물!
사회자
그러나 아미라 선수가 마슈 선수를 독주하게 두지 않습니다! 필사적으로 뒤를 쫓고 있습니다.
코루루
요령은 핫도그하고 마찬가지야... 이 타원형 튀김을 반으로 자르고, 빵에는 물을 적셔서...
코루루
으...!
코루루가 카키후라이 후라이를 반으로 접은 순간, 접힌 단면에서 부드럽고 녹진한 카키후라이가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코루루
(이러면 오히려 시간이 걸리지 않소이까...!)
코루루
(어쩔 수 없소이다. 튀김은 그대로, 빵만이라도...!)
코루루
잘 먹겠소이다!
사회자
코루루 선수, 드디어 움직입니다! 시간이 좀 들었는데요, 이제부터 뒤집을 수 있을까요?
코루루
(하지만 이대로는... 따라잡기는커녕 차이를 메우는 것도 불가능하외다...!)
코루루
(뭔가, 뭔가 수를...)
아미라
우물우물우물우적우적! 우적우적우적우물우물!
사회자
오호! 아미라 선수! 여기서 한층 더 스피드를 올리고 있습니다!
사회자
금방이라도 마슈 선수를 따라잡을 듯한 기세입니다!
마슈
망할! 어디 질까 보냐!
사회자
마슈 선수 도망칩니다! 도망칩니다! 아미라 선수가 쫓습니다! 쫓습니다!
사회자
이 승부, 과연 누가 이기게 될지...
아미라
으윽...!
사회자
어라? 아미라 선수의 손이 갑자기 멈췄습니다!
사회자
아미라 선수, 입가를 움켜쥐고 있습니다. 얼굴이 새파랗군요!
아미라
배가 핑핑 돌아..
아미라
기, 기분나빠...
사회자
아, 아미라 선수! 책상에 엎드리고 말았습니다!
사회자
방금 전에 카키후라이를 타고 돌았던 후유증이 폭식으로 인해 유발된 모양입니다! 완전히 그로기 상태에 빠졌습니다!
사회자
이 무슨 불운인가! 이 어찌 비극적이란 말인가!
코루루
아미라……!
괜찮소이까?
코루루는 반사적으로 많이 먹기 대회중인 것도 잊고 아미라 곁으로 다가갔다.
아미라
너...
코루루
이 이상 먹으면 독이 될 것이외다. 무리는 금물이올시다.
아미라
나... 지는 거야?
코루루
그렇게 되겠소이다...
아미라
싫어!
아미라
우웩...
아미라는 억지를 부리며 요리를 입에 집어넣으려고 했지만, 솟아오르는 구역질이 그녀의 의욕을 가로막았다.
아미라
엄마...
코루루
아미라...
아미라
분해...
코루루
그 기분은 이해하외다. 내가 아미라같은 입장이었다면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졌을 것이외다.
아미라
…………
아미라
네가 이겨줘.
코루루
……!
아미라
스승, 같이 훈련했어. 그러니까 이긴다면 네가 이겨.
코루루
...응. 내게도 아미라는 라이벌이자 동료이올시다!
코루루
이 대회가 끝나면 나도 가능한 한 아미라의 어머님을 찾는 데에 협력하겠소이다!
아미라
진짜...?
코루루
물론이올시다! 그러니 지금은 푹 쉬시길 바라외다!
아미라
응...
코루루는 다독이듯이 그녀의 등을 살짝 쓸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의 자리에 돌아갔다.
마슈
크하하하! 이걸로 내 승리가 확실해졌구만!
마슈
아까는 잠깐 오싹했었는데, 네가 이제 와서 역전하긴 글렀어! 얌전히 포기나 ㅎ...
코루루
승부는 마지막까지 모르는 것이외다.
마슈
앙?
코루루
내겐 질 수 없는 이유가 또 하나 늘었소이다!
코루루
나를 친구라 불러주고, 응원해주고, 활약을 기뻐해 주는 이...
코루루
스스로의 분함을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기고 꿈을 맡겨준 이...
코루루
있는 힘껏 싸운 끝에 분해서 눈물을 삼킨 이...
코루루
그런 많은 이들의 마음을 등에 업고 나는 이 자리에 있는 것이외다!
코루루
그러니 나는 절대로
질 수 없소이다!
마슈
입은 잘 돌아가는구만...
마슈
그럼 어디 결과로 보여주시지!
이오
코루루! 힘내! 여기가 마지막이야!
루리아
조금만 더! 코루루쨩!
다들 응원하고 있어!
힘내!
레드락
코루루... 이렇게 많은 녀석들이 널 응원하고 있다.
레드락
너라면 분명 이길 수 있어! 말도 안 되는 역전극을 선보여 줘!
코루루
(모두가 응원해 주는 목소리에 이상하게 힘이 솟아오르는 것 같소이다...)
코루루
더 이상 한계따위는 없소이다! 반드시 이길 것이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