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레드락은 코루루와 아미라에게 지금은 마슈를 이길 수 없다는 가혹한 현실을 말하며, 푸드 파이터의 기술을 배우면 승기는 있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이 승부 전에 야채를 먹고 있었던 것도 기술의 한 예라고 언급하는 레드락. 코루루와 아미라는 아무런 기술도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잠재력이 있다고 격려받고, 레드락과 수행을 나가는 것이었다.

코루루와 아미라는 레드락에게 푸드 파이트 강의를 받게 되었다.
특훈을 시작하기 전, 두 사람은 레드락에게서 현실적인 충고를 들었다.
레드락
희망적인 예상을 하지 않게끔 확실하게 말해 두마.
레드락
지금 이대로라면 너희들이 마슈에게 이길 가능성은 한없이 제로에 가깝다.
레드락
하나 물어보지. 너희들, 오늘 본선에서 얼마나 실력을 발휘했냐?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배가 꽉 찼었어?
코루루
물론이올시다! 전력을 다해 싸웠소이다!
아미라
배불렀어. 또 먹고 싶어!
레드락
그랬겠지. 하지만 그러면 안 돼.
코루루
어? 어째서 그렇소이까?
레드락
전력을 다해 싸우지 말라는 소리가 아냐. 내가 하려는 말은, 골까지의 페이스 분배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거야.
레드락
비유하자면 등산과 마찬가지지. 그런데 너희, 등산해 본 적은 있어?
코루루
미경험이올시다.
아미라
없어.
레드락
나는 성지를 순례하느라 몇 번이나 올라가본 적 있거든. 가끔은 엄청 높은 곳을 올랐지.
레드락
정상에 오르는 데만도 며칠씩 걸리는데, 중요한 건 그 뒤... 즉 산을 내려올 때야.
레드락
개중에는 산을 오르느라 온 힘을 쓰고 다리를 다쳐서, 산 정상에서 저 세상으로 가는 녀석도 있지.
레드락
살아서 산 아래까지 내려오는 것. 그게 진정한 골이라는 얘기야.
레드락
그리고 이번 대회의 골은 말할 것도 없이 우승이지.
레드락
오늘 본선에서 너무 힘을 쓴 나머지 내일 결승에서는 만전으로 임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어.
코루루
하지만 결승에 오르기 전에 지면 본전도 못 찾지 않소이까.
레드락
그렇지. 그렇기 때문에 푸드 파이트란 건 어려워.
레드락
푸드 파이터는 그 점을 알고 있지. 그렇기 때문에 녀석이나 나나 한계를 조절해가면서 제대로 싸워왔던 거야.
코루루
한계를 조절...?
레드락
으하하, 좀 어려웠나?
레드락
간단히 말하자면 진짜 한계점 앞에 의식적으로 한계선을 그어놓는다는 뜻이야. 아니, 이것도 어려운가...?
레드락
거 뭐냐, 요컨대 녀석의 한계는 아직 한참 멀었다는 뜻이지.
레드락
오늘의 결과만 봐도 녀석은 너희 둘보다 훨씬 많이 먹어치웠어.
레드락
한계까지 먹었던 너희들과 아직 한계가 남아있는 그 녀석... 무슨 뜻인지 이해하겠지?
코루루・아미라
…………
레드락
툭하면 시비걸고 아무 말이나 내뱉는 녀석이지만, 녀석도 착실히 머리를 쓰고 있어.
레드락
푸드 파이트란 두뇌 싸움이야. 육탄전이 아니고.
레드락
그걸 이번에 너희들에게 알려주도록 하지.
코루루
두뇌 싸움이란 말이외까...
아미라
두-뇌-싸움이란 말이외까.
레드락
역시나... 너희들, 머리 짜내는 일은 못 할 것처럼 생기긴 했어.
레드락
그렇지... 특훈에 들어가기 전에 예를 하나 들어 볼까.
레드락
사실 난 오늘 본선 전부터 많이 먹는 비결을 선보였었지.
레드락
심지어 너희 둘 앞에서 말야. 뭔지 알겠어?
코루루와 아미라는 신중하게 머리를 굴렸지만, 이윽고 포기했는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레드락
그럼 힌트 줄게. 휴게실에서 쉬고 있을 때, 내가 뭐 했더라?
코루루
...아!
레드락
우물우물... 음...
레드락
승부는 이미 시작됐어.
코루루
야채를 먹고 있지 않았소이까...?
레드락
정답이야.
레드락
비결을 알려주자면, 미리 야채를 먹어 두면 야채가 위 안에서 쿠션 역할을 하게 되지.
레드락
그렇게 해서 위에 가해지는 부담을 조금이라도 경감시키는 방법이야. 뭐, 어디까지나 여러 방법 중 하나일 뿐이지만.
레드락
아무튼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는 느낌이 확 오지 않을 테니까, 아껴뒀던 사실을 가르쳐 주지.
레드락은 대단한 이야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그렇게 말한 후, 코루루를 향해 활짝 웃어보였다.
레드락
사실 아가씨는 이미 요령을 익히고 있었어.
코루루
내가....?
레드락
본선에서 머리가 찡~ 하고 울렸을 때, 아픔을 참으려고 뭔가를 했었지? 기억나?
코루루
어, 그러니까... 숨을 참고 머리에 힘을 꽉 줘서...
레드락
그거야.
코루루
어...?
레드락
아가씨들이 느낀 두통은 흔히 아이스크림 두통이라고 불리는 놈인데, 차가운 걸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어김없이 찾아오지.
레드락
그게 어떻게 된 건지는 차치하고, 두통을 완화시키는 방법이 몇 가지 있어.
레드락
아픈 곳에 차가운 걸 대기도 하고, 입천장에 혀를 대서 신경을 따듯하게 덥히는 방법도 있고.
레드락
아가씨는 우연히도 머리에 힘을 주느라 입 안이 따듯해져서 두통이 가신 거겠지.
코루루
그 때는 아무 생각도 없었소이다만... 흐음. 인간의 몸이란 신기하외다...!
레드락
그렇다곤 해도, 보통은 두통 때문에 머리에 힘을 주는 고육책은 못 쓰지.
레드락
아가씨의 특수한 체질이랑 태어났을 때부터 지녔던 참을성이 운 좋게 작용한 거라고 할 수 있어.
레드락
모든 게 우연의 결과였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것 또한 실력이지.
레드락
요령 하나로 이기고 지는 게 완전히 뒤집히는 거니까. 어때, 재미있지 않아?
코루루
요령을 알면 내게도 이길 희망이 있다는 뜻이외까?
레드락
그런 뜻이야.
코루루는 우승을 손에 넣겠다는 듯이 주먹에 힘을 주고는 레드락을 올려다보았다.
코루루
부디 지도 부탁드리외다!
레드락
그래! 당연하지!
레드락
너희 둘은 많이 먹기의 요령을 아직 전혀 몰라. 말하자면 원석이라 실력이 늘 여지가 엄청나지.
레드락
결승까지 하루밖에 안 남았지만, 가능한 한은 다 쑤셔박아 줄게.
레드락
아가씨들... 아니,
코루루! 아미라!
레드락
수행 개시다! 날 따라와라!
코루루・아미라
네, 스승님!
코루루와 아미라는 투지를 불태우며 레드락을 따라 수행하러 떠났다.

2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일행이 저녁을 준비하고 있으니, 레드락 및 코루루가 자랑스럽게 수행을 끝내고 돌아온다. 아미라는 수행이 성격에 맞지 않아 지도를 포기했다고 한다. 이윽고 아미라가 돌아오자마자 잠들어버려, 일행응 나미라를 방으로 옮긴 뒤 저녁식사를 마친다. 그 후 루시오가 합류해 일행은 디저트를 먹으며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코루루 일행이 수행에 나선지 몇 시간 후, 이미 해가 저물었을 때였다.
다른 이들이 저녁준비를 하고 있자 코루루 일행이 수행을 끝마치고 돌아왔다.
코루루
좋은 냄새이올시다!
레드락
마침 잘 됐군! 수행에 집중하느라 배가 울리던 참이었어!
세바스찬
잠시만 기다려 주시죠. 거의 다 되어갑니다.
이봐! 수행은 잘 됐어?
코루루
할 수 있는 건 했소이다!
코루루
스승의 가르침 덕에 한껏 성장한 느낌이외다!
스승...?
레드락
부끄러우니까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는데...
코루루
스승은 스승이올시다!
레드락
뭐 그렇게 된 거지. 돌머리만큼이나 완고하다니까, 이 녀석.
헤헤, 완전히 친해졌네!
그래서, 무슨 수행 했는데? 쓰러져 있던 아가씨가 이렇게 자신만만한 걸 보니 엄청난 기술이라도 배운 모양이지?
레드락
뭐 그건 내일을 기대하셔.
코루루
흐흐흥~ 기대되는구려!
그렇게 말하니까 괜히 더 신경쓰이는걸. 아무튼 기대하고 있을게!
아, 물론 쓰러져 있던 아가씨 말고 아미라도...
어라? 그러고 보니 아미라가 안 보이네?
레드락
아... 그 녀석은 말이지...
레드락이 턱수염을 문지르며 좀처럼 입을 열지 못하자, 일행은 불안해졌다.
아미라한테 무슨 일 있었어?
설마 무슨 사고라도...
어이, 설마 수행하다가 어디 크게 다치기라도 한 거야?
루리아
사고라니……
너무 열심히했다...던가 뭐 그런건가요!?
레드락
잠깐 잠깐. 너희들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아냐?
레드락
수행이라곤 해도 기본적인 지식을 불어넣은 후에 가볍게 실전에 나섰을 뿐이야. 위험한 짓 시킨 거 없어.
레드락
그 녀석 수행시키는 건 포기했지.
포기했다고? 아미라 녀석이 무슨 고집이라도 부렸어?
레드락
아니, 그냥 배우는 건 맞지 않겠다고 판단했어.
레드락
처음엔 코루루랑 똑같이 가르쳐 줬는데, 머리를 쓰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어 보이더라고.
레드락
본능으로 살아가는 타입이라고 할까? 쓸데없는 걸 가르쳐서 혼란에 빠지면 효율만 떨어질 것 같았어.
레드락
그래서 녀석은 자기 마음대로 하라고 하고 도중에 헤어졌지.
레드락
내가 포기한다고 한 거니까 그게 좀 분하더라고.
레드락
더 잘 가르쳐주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 부분은 내 능력 부족이야.
그래서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구나? 책임감 들어서.
루리아
그치만 이유를 알았더니 안심되네요! 아무 일도 없어서 다행이에요!
그러게. 그리고 아저씨한테도 무리라면 아무도 못 가르칠걸?
레드락
으하하, 그러냐. 그렇게 말해주니 어깨의 짐이 좀 덜어지는 기분이야.
그나저나 아미라 녀석, 어딜 정처없이 쏘다니는 거야? 곧 저녁 먹을 시간인데.
레드락
그래, 좀 신경쓰이는군.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오라고 말해두긴 했다만...
아미라
하암... 나 왔어...
오,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늦었네. 뭐 하다 왔어?
아미라
음... 흐암...
너 엄청 졸려보이네...
아무튼 제때 돌아왔으니 뭘 했는지는 상관없겠지. 곧 저녁먹을 시간이니까 손 씻고 와.
아미라
밥... 안 먹어...
루리아
네? 아미라 씨가요?
너 괜찮아? 어디서 머리라도 부딪친 거 아냐?
세바스찬
어라, 이 냄새랑 입가에 묻은 껍질 조각은... 굴이군요.
세바스찬
아마 굴이 잔뜩 붙어있는 암초를 발견해서 정신없이 드신 거겠죠.
아미라
배불러... 즐거웠어...
루리아
후후. 아미라 씨 되게 행복해 보이세요.
응? 즐거웠다고...?
아미라
후우.... 음냐음냐... 맛있었어...
잠들어 버렸네. ...뭐 아무렴 어때.
[플레이어]는 비, 루리아와 함께 잠든 아미라를 방에 데려가 침대에 눕혔다.
이후, 일행은 저녁식사를 끝마치고……
디저트로 나온 나무 해파리 젤리 아이스를 맛봤다.
루리아
하와~ 차가운 감촉이랑 오득거리는 식감이 엄청 잘 어울려요~
뜨거운 여름에 딱 맞는 디저트네!
샤를로테
역시 할아범이군요. 어떤 요리든 최고입니다!
세바스찬
이런. 칭찬의 말씀 감사합니다.
세바스찬
다른 분들 것도 곧 준비하도록 하죠.
레드락
아니, 난 혼자 한 잔 하려고.
코루루
저도... 후아암... 잘 시간이외다...
세바스찬
이런, 그러신가요. 그럼 좀 더 드실 분은...
루시오
실례합니다. 저도 한 그릇 받을 수 있을까요?
밖에 나갔다 온 루시오가 문을 닫으며 세바스찬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제야 왔어? 루시오. 다른 사람들은 벌써 거의 다 먹었는데.
루시오
저는 신경써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식사는 이미 마쳤거든요.
그럼 뭐 됐고. 이런 시간까지 뭐 하다 왔어?
루시오
요즘 별로 움직이질 않았거든요.
루시오
체형이 무너지면 불경하다고 산쨩한테 혼나니까요.
아... 그러게. 그 녀석이라면 그런 소리 할만도 하지.
그럼 디저트도 안 먹는 게 낫지 않아?
루시오
디저트 들어갈 자리는 항상 있다고 하잖아요?
그런 뜻으로 쓰는 말이 아닐텐데...
루시오는 입가에 검지손가락을 갖다대며 싱긋 웃었다.
일행은 그의 합류로 떠들썩한 식후의 휴식시간을 보냈다.

3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레드락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갑판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플레이어] 일행은 평소와 다른 레드락의 쓸쓸해 보이는 모습에 말을 걸기를 주저하지만, 기색을 눈치채여 모습을 보인다. 걱정하는 일행에게 레드락은 문득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고, 이번 대회에 걸고 있던 각오를 털어놓는다. 레드락의 본심을 알게된 일행은 코루루의 우승을 기원하면서, 편애하지않고 응원하자고 담소하는 것이었다.

레드락
후우... 바람이 기분좋구만.
갑판 난간에 기대선 레드락은 먼 곳을 바라보며 술을 홀짝였다.
그러나 그 표정은 근심에 가득했고, 평소와 같은 쾌활함은 모습을 감춘 채였다.
단장 일행은 그늘에 숨어 그런 레드락의 모습을 걱정스럽게 엿보고 있었다.
혼자 마신다고 하길래 신경쓰여서 와 봤더니만...
루리아
말 걸기도 뭐하네요... 뭔가 다른 사람처럼 느껴져요...
역시 대회에서 진 게 꽤나 쇼크였던 모양이야...
레드락
응? 거기 누구 있어?
레드락이 기척을 느끼고 돌아보자, 일행은 멋쩍은 듯이 그늘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루리아
아하하... 아, 안녕하세요.
레드락
뭐야, 너희들 아냐. 무슨 일 있어?
아니, 일이라고 할까... 그게...
레드락
아하... 알겠다. 내가 어쩌고 있나 신경쓰여서 보러 온 게구만.
그치만 신경쓰였는걸. 아저씨, 우승하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었었는데...
레드락
에이, 뭐 그렇게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어? 너희들이 걱정할 일도 아니잖아.
루리아
그렇지 않아요! 레드락 씨가 슬퍼 보이시면 저도 슬픈걸요...
레드락
그러냐. 너희들답구나.
레드락은 희미하게 웃음짓더니 문득 먼 곳을 바라보며 불쑥 내뱉었다.
레드락
...내 꿈이었어.
레드락
미리 말해두지만 이 이야기는 아가씨들한테는 비밀로 해 주라. 알았지?
레드락
나는 이번 대회에 목숨을 걸었었어. 너희 말따마나, 졌을 때는 솔직히 엄청 충격이었지.
레드락
이번 대회는 나무 해파리 퇴치라는 명목하에 일시적으로 열린 거였으니까.
레드락
상업적으로 흥행하면 내년에도 열릴지 모른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건 기대도 안 해.
레드락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그렇게 각오하고 덤볐던 거였거든.
레드락
"배고파서 우는 녀석이 아무도 없는 세상"을 바라는 것도 물론 이유 중 하나다만...
레드락
더 단순하게, 그저 하나의 푸드파이터로서 우승하고 싶었다.
레드락
꿈이라는건 참 큰 거라니까. 이만큼이나 덩치가 커졌는데도 꿈은 여전히 작아보이질 않으니.
레드락
어렸을 때의 크기 그대로야. 항상, 계속 반짝이고 있지.
레드락
조금만 더 하면 그렇게나 큰 꿈에 닿을 수 있었을 텐데. 그래서 괜히 더 분하더라고.
아저씨...
레드락
으하하하!
재미없는 얘길 해버렸구만!
레드락
너희 앞에선 무심코 말이 흘러나오네! 아~ 부끄러워!
일행은 쑥스럽다는 듯이 웃어제끼는 레드락을 미소 띤 얼굴로 바라보았다.
루리아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레드락
응?
루리아
왜냐면 코루루쨩이 레드락 씨의 의지를 이어받았으니까요.
루리아
레드락 씨가 내민 손을 코루루쨩이 잡고, 코루루쨩이 꿈을 향해 손을 내밀고...
루리아
그렇게 해서 닿지 못했던 거리를 코루루쨩이 대신 메워줄 거예요. 분명.
루리아
그러니까 끝난 게 아니에요.
레드락
…………
레드락
하하... 그러게. 완전히 루리아 말대로야.
레드락
내겐 아직 아가씨를 지켜볼 의무가 남아있었지!
아미라도 잊지 마. 그 녀석도 강적일 거야.
레드락
그래, 물론이지. 녀석은 나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뭔가를 품고 있어.
레드락
상황에 따라선 나조차도... 마슈가 그랬던 것처럼 아가씨 앞에 하나의 벽이 될지도 모르지.
뭐, 누가 우승하든 우리 동료니까 행복하겠지만 말야. 다같이 사이좋게 응원하자!
루리아
헤헤, 내일이 기대되네요!
일행은 레드락의 본심을 들으며 그와 한층 더 깊은 교감을 쌓았다.
다시금 밝은 미소를 짓는 레드락과 일행의 말소리가 조용한 밤하늘 사이에 울려퍼졌다.

4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코루루는 갑판으로 향하던 도중 우연히 레드락의 본심을 들어버린다. 거기서 아미라가 갑자기 말을 걸어 갑판으로 튀어나온 코루루는 레드락의 본심을 들었다는 것을 정직하게 고백하고, 다시한번 우승에 대한 각오를 강하게 다진다. 코루루의 열정에 감화되었는지, 아미라도 우승에 대한 의지를 보여, 둘은 양보할 수 없는 각오를 가슴에 품고 내일 있을 결승전에 임하는 것이었다.

코루루
…………
갑판으로 이어지는 문틈에서, 코루루는 의도치 않게 레드락의 속마음을 듣고 있었다.
코루루
스승님... 그렇게 우승을 꿈꾸고 있었다니...
코루루
역시 난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소이다...
아미라
왜 그래?
코루루
으아!
갑자기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깜짝 놀란 나머지, 코루루는 튀어나가듯 갑판에 굴러떨어졌다.
코루루
아야야야...
아미라
괜찮아?
코루루
거, 걱정할 거 없소이다...
코루루가 아미라의 손을 잡고 일어서자, 달빛을 가리며 거대한 그림자가 다가왔다.
레드락
아가씨들... 듣고 있었어?
코루루
아, 아니... 그게...
코루루
긴장 때문에 잠들지 못하던 참에, 여러분이 신나게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들렸소이다...
아미라
무슨 이야기?
아저씨의 이런저런 마음에 대한 이야기. 듣고 있지 않았어?
아미라
아니. 난 간식 찾고 있었어.
레드락
…………
레드락
...... 아가씨한테 괜한 짐을 씌우는 것 같아서 들려주고 싶지 않았다만...
코루루
…………
레드락
이제 숨겨봤자 의미도 없으니 대놓고 말해버려야겠군.
레드락
내가 쇼크를 받은 건 사실이야. 그때는 아무리 나라도 마음이 꺾일 뻔했지.
레드락
내 마음 속의 불꽃같이 뜨거운 뭔가가 순식간에 시들어서 눈 앞이 시커매지더라고.
레드락
하지만 아가씨의 열의가 내 마음에 다시 불꽃을 피워줬어. 아직 꿈을 포기하기엔 이르다고 말야.
레드락
그러니까... 다시 한 번 내게 꿈을 보게 해 줘.
레드락
우승한 모습을 내게 보여달라고. 부탁한다, 코루루.
코루루
스승님...
코루루
알겠소이다. 더 이상 망설이지 않겠소이다!
코루루
온 힘을 다 바쳐서 우승을 노리리다!
레드락
그래! 그 마음가짐이야!
아미라
우승...
코루루
물론이외다! 아미라 씨가 상대라도 우승만은 양보할 수 없소이다!
아미라
...나는 안 져.
아미라
엄마한테 내 소문을 들려줄 거야.
코루루
아미라...
아미라는 조용히 그 말만을 남긴 후 발길을 돌려 배 안으로 돌아갔다.
코루루
양보할 수 없는 마음은 마찬가지...
코루루
그렇다고 해도
내가 반드시 이길 것이외다!
코루루와 아미라의 질 수 없는 이유가 서로 맞붙었다.
각자의 각오를 가슴 속에 품은 채, 두 사람은 다음 날의 결승에 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