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일행은 거대 나무 해파리를 퇴차히고, 혼란을 미연에 방지한다. 레드락은 많이 먹기 대회 오후부 시작시간이 임박하여 먼저 대회장으로 향한다. [플레이어] 일행은 거대 나무 해파리의 후처리를 맡는다. 레드락이 대회장에 향하던 도중, 기합이 너무 들어가 비틀 하는 장면에 일행은 웃음지으며 레드락을 건강하게 배웅했다.

거대나무해파리
────!!
코루루
빈틈이외다!
거대나무해파리
────……!
코루루
해냈소이다! 이걸로...
거대나무해파리
────!!
코루루
...! 이런...
레드락
위험해!
레드락
큭...
레드락은 바로 달려들어 코루루를 감싸며 거대 나무 해파리의 촉수를 온몸으로 막아냈다.
레드락
으아아아아아아!
거대나무해파리
────……!
레드락은 촉수를 쥐어채고 힘있게 밀어붙이며 거대 나무 해파리의 몸통을 흔들었다.
아미라
야앗!
거대나무해파리
────……!
아미라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거대 나무 해파리에게 뛰어들며 발차기를 선보이자, 거대한 몸이 모래를 흩날리며 무너져내렸다.
좋았어! 이제 안심이야!
레드락
미안하게 됐다, 나무 해파리 씨. 너는 책임지고 우리가 먹어 주마.
코루루
레드락 씨, 무사하시외까? 아까 날 감싸주셨는데...
코루루
면목없소이다. 배가 꽉 찬 탓에 마음대로 움직여지지가 않아서...
레드락
으하하! 그런 건 신경쓸 거 없어! 보이는 대로 무사하니까!
레드락은 그를 걱정하며 다가서는 코루루를 향해 호쾌하게 웃어보이더니, 금새 날카로운 눈빛으로 남자 쪽을 쳐다보았다.
레드락
그나저나 임마... 뭐 할 말은 없냐?
본선 참가자 남자
어...? 아, 그게. 도와 주셔서 감사합ㄴ...
레드락
그게 아니지!
본선 참가자 남자
히익...!
레드락
내 말은 요리에 대한 사죄를 하라는 거다!
레드락
네가 못 쓰게 만든 요리로 얼마나 많은 녀석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었는지 알기는 하냐? 아앙?
레드락
이번에는 어쩔 수 없어서 도와줬지만, 너같이 음식에 감사할 줄 모르는 놈한테는 구역질이 난다!
레드락
다시는 내 앞에 그 면상 들이밀지 마라! 빨리 꺼져!
본선 참가자 남자
죄, 죄송합니다!!
레드락의 험악한 표정을 본 남자는 덜덜 떨며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레드락
흥...
흐아~ 아저씨, 화내니까 역시 장난 아니다...
레드락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저런 놈은 평생 변하질 않으니까.
코루루
…………
레드락
아, 이거 미안하구만. 아가씨, 깜짝 놀랐어?
코루루
아, 아니, 나는...
아미라
디저트... 이거 먹어도 돼?
잠깐, 아미라! 떨어진 거 주워먹고 배탈이라도 나면 시합에 못 나갈걸?
레드락
맞다. 시합 나가야지. 곧 오후부가 시작될 거야.
레드락
그나저나 이 커다란 나무 해파리를 어쩐다...
레드락
사정을 설명하고 옮기려면 손이 꽤 많이 들겠는데.
루리아
그거라면 괜찮아요! 저희가 맡을게요!
우린 나중에 따라갈게! 아저씨는 지각하지 않게 먼저 회장에 가 있어!
레드락
아, 그래? 떠맡겨서 미안하게 됐다!
신경쓸 거 없어! 아저씨는 대회에 집중하기나 해!
레드락
으하하하! 그건 그렇지! 그럼 난 다시 집중해서...
레드락
으윽!
레드락은 일행에게 등을 돌리고 걷기 시작한 직후, 모래사장에 발이 빠졌는지 비틀거렸다.
레드락
이런 이런...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었던 모양이구만.
조심하라구, 아저씨!
레드락
으하하! 걱정해 줘서 고맙다!
힘차게 손을 흔든 후 다시 걷기 시작한 레드락을 본 일행은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

2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오후부가 시작되고 레드락과 마슈는 스타트와 동시에 스퍼트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호각의 승부를 보였지만 마슈의 파이팅 스타일은 나무 해파리 젤리 아이스크림과 궁합이 나빴고, 점차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마슈가 만회를 노리는 한편, 레드락은 더욱 기세를 올려 떨어뜨리려 하며, 결승진출의 장군을 거는 것이었다.

사회자
자, 기다리셨죠! 드디어 본선 오후부 시작이 다가왔습니다!
사회자
오전부에서는 저희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은 뜨거운 파이트가 벌어졌습니다.
사회자
하지만 오후부에는 그마저도 뛰어넘는 드라마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회자
드디어!
그 우승후보 두 사람이 직접 맞붙게 됩니다!
사회자
그렇습니다!
레드락 선수와 마슈 선수입니다!
관광객 남성2
레드락!
왕의 실력을 보여줘!
관광객 여성2
이번에야말로 우승하는 거야! 안 그래, 마슈!
사회자
회장 이곳저곳에서 뜨거운 성원이 뒤섞이고 있습니다! 기대치가 얼마나 높은지 느껴지는군요!
마슈
두 번째 무승부같은 건 필요 없어...
여기서 흑백을 가려주마!
레드락
바라던 바다!
사회자
이런!
벌써 불꽃을 튀기고 있군요!
아, 간신히 제 시간에 왔나봐!
루리아
레드락 씨! 힘내세요!
레드락
너희들! 안 늦었구나!
레드락
좋았어! 녀석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겠구만!
각자 각오를 다지는 참가자들 앞에 진행요원들이 요리를 날랐다.
사회자
요리는 오전부와 마찬가지로 나무 해파리 젤리 아이스입니다!
사회자
오전에 참가하신 분들의 파이트 스타일을 참고하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르겠네요!
사회자
그럼 참가자 여러분! 스탠바이 부탁드립니다!
두사람
…………!
사회자
본선 오후부... 스타트!
레드락
우오오오오!
마슈
흐아아아아!
사회자
두 선수, 스타트와 동시에 엄청난 기세로 요리를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사회자
과연 승리는 누구에게 돌아갈까요? 아니죠, 어쩌면 다른 선수가 두 선수의 아성을 무너뜨릴지도 모릅니다!
사회자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개가 예상됩니다!
마슈
우물우물... 꿀꺽. 어이, 레드락.
마슈
우리가 이렇게 맞붙는 게 몇 번째지?
레드락
파이트중에 잡담하기냐? 거 여유로우시구만.
마슈
마음이 아파서 말이지. 네놈이 여기서 지면 응원해주는 녀석들을 볼 낯이 없을 거 아냐?
레드락
똑같은 말을 몇 번 듣는지 모르겠구만. 뭐 당연히 네놈이 진 횟수만큼 들었겠지만.
마슈
말은 잘 하는군! 하지만 이번에는 달라!
마슈
오늘을 네 전설에 흠집이 생긴 기념일로 만들어주마!
레드락
어디 해 보시지!
드락과 마슈는 다시 요리에 집중하며 노도와 같은 기세로 먹어치워나갔다.
다른 선수들을 훌쩍 따돌린 두 사람은 박빙의 승부를 펼쳤지만, 점점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마슈
망할 자식!
마슈는 특유의 파이트 스타일로 요리를 짓뭉개서 먹으려고 했으나, 뭉쳐지기 전에 요리가 흩어져서 악전고투하는 중이었다.
마슈
이런 귀찮은 요리나 내놓고 말야... 짜증나 죽겠네!
레드락
요리에 태클을 걸다니 화낼 번지수 틀린 거 아니냐? 그런 부분도 전부 푸드파이트의 묘미라는 거야.
마슈
시끄럽구만! 알고 있어!
사회자
자! 제한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사회자
이미 승자는 두 선수로 좁혀진 상황입니다. 결승티켓을 손에 쥐는 것은 과연 어느 쪽일까요!
레드락
라스트 스퍼트다! 한방에 끝내주마!
마슈
(제길...! 이 페이스로는...! )
마슈
(어떡하지. 그걸 쓸까? 다른 수가 없어...!)
레드락
마슈, 손이 멈췄는데? 포기했냐?
마슈
다, 닥치시지!
마슈
결국엔 내가 이길 거다!
사회자
막판 스퍼트에 들어간 레드락 선수! 그리고 그에 못지않은 맹추격을 보여주는 마슈 선수!
사회자
이 승부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3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오후부의 승자는 마슈였다. 예상 밖의 결과에 동요 하던 [플레이어]가 레드락의 이변을 알아차린다. 레드락은 거대 나무 해파리와의 싸움에서 코루루를 감싸 부상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이윽고 마슈가 나타나 탈락한 레드락을 비웃었다. 코루루는 레드락에게 받은 도움을 갚기위해 레드락 대신 우승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었다.

사회자가 오후부 종료 사인을 외친 순간, 회장에 술렁거림이 일었다.
그런 관객들을 대변하듯이 사회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회자
여기 계시는 많은 분들의 심정을 이해합니다.
사회자
하지만 승부란 때로 잔혹한 것이죠. 저는 승자의 이름을 외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자
승자는 마슈 선수입니다!
마슈
크하하하하하!
그 레드락을 뛰어넘었다! 이제 내 천하로구만!
마슈
(겨우 그걸 쓰지 않고 넘어가긴 했지만... 위험했어...)
레드락
큭...
사회자
대체 누가 이런 결말을 예상했겠습니까...!
사회자
상상치도 못한 결과란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죠!
사회자
10년 무패의 제왕마저 내려왔습니다! 역시 이 대회에는 마물이 숨어있었던 모양입니다!
사회자
과연 마슈 선수는 이 기세로 내일의 결승전에서도 우승을 거머쥘 것인가!
사회자
사회자인 저도 내일까지 기다리기가 힘들군요!
사회자
그럼 오늘의 경기는 이것으로 종료입니다! 여러분, 결승전을 기대해 주세요!
본선 오후부를 마친 레드락은 괴로운 듯한 모습으로 일행에게 돌아왔다.
레드락
하하...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구만...
아저씨...
루리아
레드락 씨... 마지막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레드락
무슨 일은... 너무 먹다가 배탈났던 것 뿐이야.
사회자
이 승부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레드락
큭...!
사회자
어라?
여기에서 레드락 선수의 손이 멈춥니다!
사회자
배를 누르고 있는데요... 문제가 생긴 걸까요?
사회자
그러는 사이에도 마슈 선수는 엄청난 기세로 빈 그릇을 쌓아올리고 있습니다!
사회자
그리고 드디어 따라잡... 아니, 추월했습니다!
그 후, 레드락은 더 이상 요리에 손을 뻗지 않았고, 마슈가 마지막 순간에 역전을 이뤄낸 것이었다.
레드락
이런 큰 자리에서 자기 컨디션 관리도 제대로 못 해내다니... 한심해서 웃음이 나오는군.
레드락
잘난척하면서 결승에서 기다리겠다고 떠들어놓고 말이지... 하하, 마음껏 웃어.
거짓말하는 거 아냐?
이상한데
거짓말이라니 무슨소리야? 설마 아저씨가 우리들에 뭔가 숨기고있다고?
이상하다니, 배탈난 거? 하지만 아저씨도 인간이니까 그만큼이나 먹으면 그럴 수 있...
[플레이어]는 고개를 흔들며 레드락이 손으로 누르고 있던 곳은 위 쪽이 아니라 옆구리였다고 지적했다.
레드락
...!
듣고 보니 그렇네... 아저씨, 뭐 다른 이유라도 있었어?
레드락
에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위가 늘어나는 바람에 그 뭐냐.... 옆구리를 압박했다고 해야 되나?
레드락
그랬던 거고 하나도 안 이상ㅎ...
레오나
죄송해요. 먼저 사과드릴게요.
레오나는 그렇게 말하더니 레드락에게 다가가 옆구리를 손끝으로 가볍게 눌렀다.
레드락
아! 윽...
레오나
역시. 다치셨군요?
루리아
다쳐요? 레드락 씨가요?
레오나
아까 돌아오실 때 걸음걸이에서 위화감이랄까... 기시감이 느껴졌어요.
레오나
전선에서 돌아온 부상자가 상처 부분을 누르며 돌아오는 거랑 비슷하길래 혹시나 했죠.
레드락
…………
레드락
...... 하아... 역시 거짓말은 성미에 맞지 않는구만.
레드락
그 거대한 나무 해파리랑 한바탕 했을 때 조금 당했지.
코루루
!? 설마 날 감쌌을 때...?
레드락
뭐... 아니 그게...
코루루
(레드락 씨... 나한테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고 숨기고 있었던 것이외까?)
코루루
그럴 수가... 내가 대체 무슨 짓을...
즉 아저씨는 계속 아픈 걸 참으면서 싸웠다는 거야?
레드락
너희한테 얘기하면 틀림없이 뜯어말렸을 거 아니냐.
레드락
비틀거렸을 때는 들킬까봐 식은땀이 났다만... 말했지? 나는 이 대회에 모든 걸 걸었다고.
레드락
입에서 피를 토하는 한이 있어도 이길 생각이었어. 결국 져버리긴 했지만.
코루루
…………
마슈
뭐야, 왜 그러나 레드락! 잔뜩 실망한 얼굴을 해가지곤!
마슈
내가 나타나니 쫄아서 쭈그러든 불*이 되어버린 거여? 어? 어?
마슈는 마치 레드락이 풀이 죽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 실컷 약을 올렸다.
마슈
꼴 좋구만! 여유만만하던 모습은 어디 가셨나?
루리아
자, 잠시만요! 레드락 씨는 다치시는 바람에...!
레드락
아니, 진 건 진 거지. 변명은 필요없어.
레드락
이 녀석이 이겼고 내가 진 거야. 그 결과가 전부다.
루리아
레드락 씨...
마슈
허... 더럽게 깔끔하시구만. 박수라도 쳐 드려야 되나.
마슈
넌 역시 기회주의자가 됐어. 예전하고는 달라.
마슈가 노골적으로 한숨쉬는 것을 보고도 레드락은 입술을 떨며 사실을 받아들이고 침묵할 뿐이었다.
그런 레드락 대신 마슈에게 항의하는 사람이 있었다.
코루루
기, 기다리시오!
마슈
어? 뭐야?
코루루
레드락 씨를 다치게 만든 책임은 전적으로 내게 있소이다.
코루루
나를 감싸지만 않았더라면 분명 레드락 씨가 우승했을 것이외다!
코루루
하지만 분하게도 시간을 되돌릴 수 없소. 그러니! 나는 결심했소!
코루루
레드락 씨 대신 내가 우승하도록 하겠소이다!
코루루는 대담하게도 마슈를 똑바로 쳐다보며 자신이 우승하겠다고 외쳤다.
평소 얌전하던 소녀가 전에 없던 열의를 불태우는 모습에 일행은 놀라움의 시선을 보냈다.

4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코루루는 마슈에게 바보취급당한 것과 레드락에게 진 빚으로부터 손거스러미가 일었다. 레드락은 그런 코루루를 보다못해 이야기를 하던 도중, 코루루가 레드락의 음식에 대한 생각에 공감해 우승 선언을 했다는 것을 알게된다. 코루루에게 우승에 대한 꿈을 맡기기 위해, 레드락은 코루루에게 수행을 제안한다. 마침 자리에 있던 아미라도 거기에 합세하여, 우승을 향한 수행이 시작되었다.

코루루
흐음!
이오
에이, 그러지 말고 진정해. 계속 화내고 있으면 몸에도 안 좋고 피부에도 안 좋다?
코루루
흐응!
이오가 달랬지만 코루루의 분노는 풀릴 줄을 몰랐다.
코루루
나에 대해서는 얼마나 바보취급을 하든 상관없소이다! 허나 레드락 씨를 바보취급하는 건...!
코루루
으으... 그 생각을 하니 또 화가...
흐응!
코루루가 갑자기 우승하겠다고 단언하자, 마슈는 불쾌하다는 듯 눈썹을 찡그렸다.
마슈
...우승이라고? 네가?
코루루
그렇소이다!
마슈
큭... 푸하하하하!
이거 웃기는구만!
마슈
너같은 게 상대나 되겠냐! 운 좋게 올라왔다는 사실도 모르는 모양이지?
마슈
그렇구만. 레드락 너, 나한테 지는 게 무서워서 요 꼬맹이를 일부러 감싼 거 아냐?
레드락
내가 너한테 쫄아서 일부러 다쳤다는 거냐?
코루루
뭐요? 레드락 씨는 날 위해서 온몸으로...!
레드락
마음대로 떠들게 둬, 아가씨. 무슨 말을 하든 이 녀석한테는 들리지도 않을 테니까.
코루루
…………
마슈
뭐 열심히 해 보셔. 결과는 뻔하지만 말이지!
크하하하!
코루루
레드락 씨를 위해 절대로 질 수 없소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우승해야...
이오
코루루... 너 그렇게 진심으로...
레드락
불타오르는구만.
코루루
아, 레드락 씨! 다친 데는 어떻소이까?
레드락
보이는 대로 멀쩡하지! 좀 누워있었더니 괜찮아졌어!
레드락
괜히 배까지 고파졌다니까? 으하하하!
코루루
…………
레드락
왜 그러셔? 난 그 때 아가씨가 보여준 묵직한 표정을 보러 온 건데.
레드락
지금은 되게 어둡네? 응?
코루루
그건...
레드락
…………
레드락
...... 말해두겠지만 아가씨가 괜히 부담가질 필요 없어.
레드락
그땐 나도 화가 나 있었거든. 좀 더 냉정했더라면 다치치 않게 잘 대처했을지도 모르는데.
코루루
그, 그렇지 않소이다! 그렇게 따지면 만전의 상태도 아닌데 전선으로 나간 내 쪽이야말로...
레드락
즉 양쪽 다 잘못했다는 거네! 그럼 피차 따질 것도 없겠고!
코루루
…………
그대로는 코루루의 마음 속이 편치 않으리라는 것을 알아챈 레드락은 능청스럽게 화제를 바꿨다.
레드락
뭐 하나 물어봐도 되나? 아가씨는 처음에 왜 이 대회에서 우승하려고 한 거야?
코루루
나는, 그... 우승상품인 특산물 세트라는 걸 다 함께 나눠먹고 싶었소이다...
코루루
괜히 먹을 욕심만 부린 것 같아서 부끄러운 이유올시다만...
레드락
무슨 소리야. 그게 뭐가 부끄러워.
레드락
먹을 욕심 좋지! 먹고 싶다는 건 그만큼 살아가고 싶어한다는 증거인걸!
레드락
뭔가 설교하는 것처럼 되어버렸구만. 그래도 중이 하는 설교라고 생각하고 고맙게 받아들여 줘.
레드락
이야기가 좀 빗나갔는데, 즉 아가씨한테도 아가씨 나름대로 이기고 싶은 이유가 있었던 거네.
레드락
그럼 만약 내가 결승 상대였다면 아가씨는 나한테 양보할 거야?
코루루
그건...
레드락
양보 못 하지?
코루루
아니... 양보하겠소이다.
레드락
이봐, 만약에라고 했잖아. 진짜 실력이 어쩌고 하는 얘기는 제쳐두고, 난 아가씨의 속마음이 듣고 싶은 거야.
코루루
아, 아니오! 여기엔 이유가...
코루루
사실 나는 계속 레드락 씨의 생각에 공감해 왔소이다.
레드락
공감이라고? 무슨 소리야?
코루루
어제, 루리아 씨랑 비 씨와 얘기하고 있었을 때올시다.
코루루
레드락 씨의 소원은 배고픈 사람이 없는 세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하셨지 않소이까.
레드락
아~ 그때 말인가. 그 얘길 하니까 괜히 또 부끄러워지네.
코루루
그리고 오늘 일도 있소이다. 요리를 버린 상대에게 음식의 소중함을 설교했을 때이외다.
코루루
나도 먹기 힘든 처지였던 때가 있어, 그런 행위는 용서할 수 없소이다.
코루루
그런 내 마음을 레드락 씨가 말 그대로 대변해 주었소이다!
코루루
그렇기에 레드락 씨한테라면 오히려 우승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을 정도이올시다!
레드락
그랬구만... 그런 거였어.
레드락
헤헤, 그거 기쁜데! 아가씨가 내 꿈에 공감해 주다니 말야!
레드락
하지만 난 이번에 이미 져버렸어. 우승은 할래야 할 수가 없다고. 그러니...
레드락
아가씨한테 내 꿈을 맡기지.
코루루
나한테...?
레드락
그래.
레드락
처음에는 나에 대한 죄책감이랑, 마슈가 던진 말에 욱해서 우승하겠다고 그냥 막 던진 말인줄 알았어.
레드락
하지만 방금 이야기를 듣고 내 생각이 틀렸었다는 걸 잘 알았지.
레드락
음식에게 감사할 줄 아는 아가씨라면 우승할 만하다고... 지금은 그렇게 생각해.
코루루
레드락 씨...
레드락
이봐, 아가씨... 이기고 싶어?
코루루
...! 물론 이기고 싶소이다!
레드락
...! 물론 이기고 싶소이다!
코루루의 진지한 열의를 눈에 담은 레드락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레드락
그럼 이기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코루루
이기는 방법...?
레드락
푸드 파이트에는 요령이 있거든. 그저 기합만 가지고 먹어댄다고 이길 수 있는 게 아냐.
레드락
특별히 그 요령을 가르쳐 줄게. 어때, 관심있어?
코루루
그걸 배워서 우승할 수 있다면!
레드락
당연하지! 내가 아가씨를 우승으로 이끌어 주겠어!
코루루와 레드락은 서로를 마주보고 즐거운 듯이 웃었다. 그 밝은 분위기에 이끌린 아미라가 말을 걸어왔다.
아미라
뭐 먹는 거야?
코루루
아, 아미라 씨.
아미라
"씨?"
코루루
어?
레드락
음?
아미라
넌 나랑 싸우잖아. 왜 아미라 "씨"라고 해? 넌 싸울 상대한테도 씨 붙여서 불러?
두사람
…………
코루루
어... 그게, 그건. 싸움 이전에 기공단 동료니까 그렇소이다.
아미라
…………
아미라
싸우고 나야 "씨" 안 붙이고 안 부를 거야?
코루루
아, 아니... 어...?
레드락
뭐, 결승에서 싸우는 상대끼리 허물없이 지내자는 말이겠지. 아마.
코루루
아... 그, 그럼 아미라라고 하겠소.
코루루
사실 지금부터 레드락 씨한테 이기는 방법을 배울 참이외다.
아미라
이기는 방법?
코루루
어... 어떻게 설명해야 좋나... 아무튼 잔뜩 먹을 수 있는 방법이외다!
아미라
잔뜩...! 어떻게?
레드락
어이, 아가씨. 결승에선 서로 라이벌이 되는 거잖아?
레드락
그런 라이벌한테 이기는 방법을 가르쳐 줘도 되겠어?
코루루
아!
듣고 보니 그렇소이다!
코루루
허나 나만 배우는 것은 불공평하지 않소이까?
코루루의 솔직한 되물음을 들은 레드락은 자기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레드락
내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순수한 아가씨인 모양이구만. 그런 성격은 경쟁에는 어울리지 않는데...
레드락
뭐 솔직히 말해서 싫지 않아!
레드락
그럼 정했다!
둘 다 내가 훈련시켜 주지!
코루루
잘 부탁드리겠소이다!
아미라
드리겠소이다!
코루루는 레드락의 의지를 이어 우승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그녀는 생각지도 못하게 아미라와 함께 푸드 파이트 강의를 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