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아이작은 레이베리에게 그녀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레이스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 그를 식사에 초대한다. 「애완동물이 죽어 이야기 상대를 갖고 싶다」라고 울자 아이작은 마지못해 승낙한다. 그레이스의 음식을 먹는 아이작에게 그는 기르던 유생자가 죽었기 때문에 요리로 가져왔다고 말한다. 참을 수 없이 구토를 하는 그에게 그레이스는 암컷 하나를 내주고 떠났다.

그레이스
후후, 해체업자 씨. 잘 있었어?
아이작
...난 엔지니어야. 건축이나 해체 쪽 지식은 별로 없어. 전공이 아니란 말이야.
그는 경계심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그레이스를 노려보았다.
레이베리
누구지?
아이작
그냥 아는 사람. 만나고 싶지 않은 타입이랄까? 도무지 의도를 알 수가 없거든.
그레이스
우후후. 너무 열렬하게 들이댔나?
아이작
미안하지만 그 이야기라면 몇 번을 말해도 거절하겠어.
그레이스
뭐 어때. 딱히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아이작
그렇다고 해서 너랑 결혼하는 건 무리야.
레이베리
아이작, 너에게 청혼을 했다는 거냐? 확실히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로군.
아이작
...이상한 데에서 끼어들지 말아줄래?
아이작
애초에 그녀뿐만이 아니고 상대가 누구든 난 결혼할 생각 없어.
그레이스
그래...? 아쉽네. 우리 유전자라면 틀림없이 상성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이작
피차 비극적인 핏줄을 가졌고 태어날 때부터 중요한 임무를 지고 있다는 것. 그거 말고는 아무런 공통점도 없잖아.
아이작
설령 우리가 결혼했다고 쳐. 태어날 아이한테 양쪽 모두의 짐을 지울 셈이야? 난 그런 건 절대로 싫어.
그레이스
그렇구나... 그럼 말로 설득하는 건 그만둘게.
아이작
칼이라도 들이대겠다는 거야?
그레이스
아쉽지만 틀렸어. 정답은 이거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어깨에 걸치고 있던 가방에서 입구가 넓은 유리병을 꺼내들었다.
그레이스
스튜를 만들었어. 같이 먹지 않을래?
아이작
...갑자기 왜 그래?
그레이스
실은... 훌쩍...
아이작
....!? 지, 지금 울고 있는 거야?
그레이스
왜냐면... 같이 살고 있던 반려동물이 죽어버렸단 말이야...
그레이스
그래서 대화할 상대가 꼭 필요했어...
아이작
...알았어. 알았다니까. 네가 울다니 보통 일이 아니군.
아이작
힘들다는 사람을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지. 이야기해서 마음이 편해진다면 그렇게 해. 우리 집으로 가면 될까?
레이베리
그럼 방해꾼은 사라져 주마.
아이작
...지금은 그런 신경 안 써줘도 되거든...
그레이스
어머, 기쁘다! 당신이라면 그렇게 말해줄 거라고 생각했어.
아이작
...울고 있는 줄 알았는데... 정말 너는 예상할 수가 없다니까.
그레이스
후후... 그럼 불하고 냄비 좀 빌릴게.
아이작
…………
그레이스
유리 남은 거 없어? 샐러드도 만들고 싶은데.
아이작
거기 선반에 빈 병 있어. 가죽 주머니에 넣고 깨던가 해서 주변에 파편 안 튀게 해줘.
그레이스
알았어.
그레이스는 야채를 자른 후 접시 두 개에 나눠담고, 드레싱을 뿌린 후 베이컨과 치즈 가루를 올렸다.
그리고 유리병을 넣은 가죽 주머니를 고기용 망치로 두들겼다.
안에서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몇 번을 그렇게 두들기자 병은 자잘한 파편으로 부서졌다.
그레이스
당신도 줄까?
아이작
난 됐어. 위장이 약하거든.
그레이스는 아이작의 말을 듣고 미소로 답했다.
그리고 잘게 부서진 유리를 한 쪽 샐러드 접시 위에 뿌렸다.
그레이스
자, 스튜를 데우는 동안에 전채를 먹어 볼까?
아이작
...그래.
아이작은 유리가 올라가지 않은 샐러드를 받아 포크를 댔다.
그레이스
후후... 맛있네.
한편 그레이스는 유리투성이의 야채를 입에 넣으며 웃었다.
아이작
유리를 먹다니 대단하네. 뭐 집안의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건 좋은 일이긴 한데...
그레이스
해체업자인 당신과 달리 내게 남겨진 유산은 무기뿐인걸. 그 쪽에서 살 준비도 해 둬야지.
아이작
...난 엔지니어라니까.
마주앉아 샐러드를 먹는 사이에 스튜를 넣은 냄비가 끓어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레이스
자, 메인 디쉬를 먹어볼까?
그녀는 고기가 들어간 스튜를 그릇에 담아 각자의 자리에 놓았다.
아이작
우물우물... 뭔가 특이한 고기가 들어갔네. 그래서 이야기라는 건 뭐야?
그레이스
계속 같이 살고 있던 아이.. 코브라고 하는데, 그 아이가 얼마 전에 다쳐서 죽었어.
아이작
그거 안됐네. 긴 시간을 함께하다 보면 상실감도 커지지.
그레이스
맞아. 그 아이는 나와 같이 사는 동안에 많은 것을 가르쳐 줬어...
아이작
우정이나 애정의 가치같은 거 말야?
그레이스
아니, 많은 걸 이야기해 줬지.
아이작
이야기...?
그레이스
그래. 웨일즈의 왕자님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레이베리
...왕자?
그레이스
음... 딸기 기사님이라고 했던가?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냐.
아이작
넌 그런 점이 잘못됐다니까. 이야기라는 건 크고 작은 걸 가리지 않고 정확하게 전달해야지. ...아니, 일단 그건 제껴두고.
아이작
너랑 같이 살던 펫이 웨일즈 이야기니 딸기 이야기니를 했단 말이야? 대체 뭐랑 살고 있었는데? 앵무새?
그레이스
음... 정답은 당신이 지금 먹고 있는 고기야.
아이작
...설마해서 물어보는데 너랑 살던 동물을 스튜에 재료로 넣은 거야?
그레이스
맞아. 이것도 공양의 일종이지. 유기물을 쓸데없이 버리면 안 되잖아?
아이작
...레이베리. 내가 지금 뭘 먹은 거야?
레이베리
Zaylangin onponmects.
레이베리
성분을 분석했으나 불명이다. 적어도 우리가 아는 동물에서 나온 고기는 아니군. 맛으로 추측할 수 있겠나?
아이작
...돼지고기같긴 한데 뭔가 달라. 딸기나 앵무새도 아닌 것 같은데. 긴 시간을 살아온 드래곤...같은 거려나?
그레이스
후후, 틀렸어. 정답은...
그레이스
유세에서 온 분이야.
아이작
…………!!
아이작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입을 막고 밖으로 달려나갔다.
아이작의 목소리
으윽... 우웩!
레이베리
그 아이작한테 청혼하는 것만으로는 모자라서 죽은 사람의 고기까지 먹이다니. 목적이 뭐지?
그레이스
내가 유리를 먹는 이유와 같아.
레이베리
언젠가 필요해질 거라는 건가?
그레이스
맞아. 언젠가 필요해질 거야.
아이작
...너 대체 사람한테 뭘 먹이는 거야...!
그레이스
당신이 나한테 특별한 사람이라 그런 거야. 후후.
그레이스
그런 특별한 당신에게 선물을 하나 더 줄게. 자.
그레이스는 메스 한 자루를 식탁에 올려놓고 일어섰다.
아이작
이번엔 뭐야...
그레이스
코브하고 함께 살던 때 이걸로 고기를 자르곤 했는데, 그러는 동안에 뭔가 특이한 힘이 깃든 모양이야.
그레이스
이것도 분명 당신에게 필요해질 거야. 그러니까 받아 둬.
그레이스는 대답이 필요하지 않다는 듯이 현관 쪽을 향했다.
그레이스
아,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괜찮을까?
그레이스
사람을 찾고 있는데, "에이전트 카시우스"라고 혹시 알아?
2명
…………!
아이작
...지금까지 에이전트 카시우스라는 사람을 만나본 적은 없어.
그레이스
그래? 아쉽네. 이 섬에 와 있다고 들었는데 벌써 가 버렸나?
그레이스
"뾰족한 철봉"을 들고 있고, 내 와이어를 눈으로 보고 피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인 모양이야. 혹시 찾아내면 알려줘.
아이작
노력해 보지.
이후 그레이스는 이별을 아쉬워하는 기색도 없이 아이작의 집을 나섰다.

2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그 후, 아이작은 동료와 거리로 향한다. 떠나면서 그레이스가 이 섬에 있는 카시우스를 찾고 있다는 말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가 달에 가기 위해 카시우스의 동행이 필요하니 이를 무시할 리 없다. 그레이스가 남긴 괴이한 메스를 신기해하며 거리에 도착해 이 잡듯 뒤지고 있는데, 아이작은 동료들과 식사를 하는 카시우스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레이베리
기분은 어떻지?
아이작
최악이야... 그레이스 녀석, 어떻게 그런 걸 먹일 수가...
아이작과 레이베리는 나란히 마을로 향하는 평원 위를 걷고 있었다.
아이작
그래서 점검 쪽은 어떻게 됐어?
레이베리
네가 만들고 있던 물건에 그 여자가 무슨 짓을 한 흔적은 찾지 못했다.
아이작
그래... 고맙다.
레이베리
확실히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군. 선물이라며 놓고 간 메스도 정체불명이다.
아이작
그 메스, 설마 미지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건가?
레이베리
아니, 물건 자체는 그냥 기성품이다. 단지 날의 일부가 검게 변색되어 있더군. 거기를 분석할 때마다 다른 결과가 나온다.
레이베리
해석 결과만을 두고 말하자면, 메스의 변색된 부분은 마이크로초마다 다양한 물질로의 변화를 반복하고 있다.
아이작
뭐라고? 너 설마 고장난 건 아니지?
레이베리
다른 물질은 모두 정상적으로 분석되었다. 현 상황에서는 그 메스만이 일으키는 일이다.
아이작
...괜히 건드리지 않는 편이 좋겠군. 혼돈을 들여다봤자 좋은 일이 생기지 않는 법이야.
레이베리
무슨 뜻이지?
아이작
숲에 바람이 불면 수풀 아래에 덮여 있던 게 순간적으로 드러나곤 하잖아?
아이작
같은 원리로 뭔가 노이즈를 관측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정보가 튀어나오곤 하거든.
아이작
그리고 개중에는 세계를 멸망시키거나, 역으로 세계를 구할 수 있을 정도의 수식이 숨겨져 있기도 하지... 뭐 그런 거야.
레이베리
...나뭇잎이 그렇듯 착각의 일종인 것 아닌가?
아이작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옛날에 뭔가 엄청난 일이 있었던 모양이야. 나도 전해들은 것 뿐이지만.
아이작
뭐랄까... 혼돈은 때로 관측을 매개로 해서 재앙을 일으킨다고 하더군. 그러니 그 메스에는 별로 얽히고 싶지 않네.
레이베리
흠... 흥미롭지만 그에 대한 고찰은 미뤄야겠군. 슬슬 마을에 도착할 거다.
아이작
그레이스의 말을 믿는 것도 무섭긴 하지만, 그 "에이전트 카시우스"가 여기 와 있다는 말을 듣고 가지 않을 수는 없지.
레이베리
네가 에이전트 카시우스를 찾아낼 수 있을까?
아이작
그래. 데이타는 다 모였어. 신장, 체중, 신체 구조, 인상... 그리고 쓰리 사이즈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게 말야.
레이베리
지식과 실전은 별개다. 다른 사람과 엮이는 것을 거부하며 살아가는 네가 사람을 찾아낼 수 있을지 두고볼 일이군.
아이작
하아... 가끔은 돌리지 말고 직접 좀 칭찬해 주라.
아이작이 마을에 도착했을 즈음, 카시우스는...
카시우스
이 가게다.
루리아
후후... 기대되네요. 그렇죠, [플레이어]?
...그런데 갑자기 이런 인원이 들이닥쳐도 괜찮을까?
비가 뒤를 돌아보자 제타, 베아트릭스, 바자라가 셋이 보였고──
그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유스테스의 모습도 있었다.
카시우스
어제의 혼잡한 상황을 보았을 때 문제 없으리라 생각한다.
카시우스는 비의 걱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카페의 문을 열었다.
웨이트리스
어서 오세ㅇ.... 어머? 어제도 오셨던 손님이시네요?
카시우스
그래. 이 가게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더니 [플레이어]와 루리아에게서 소개를 부탁받았다.
제타
...우리한테까지 같이 가자고 할 줄은 몰랐지만 말야.
카시우스
[플레이어] 일행이 보여줄 반응이 너희에게 전달될 수 있음을 고려한 판단이다.
카시우스
너희의 분노를 사면 다시 자기변호와 약속을 하는 데에 시간이 들겠지. 합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런 일은 피해야만 한다.
베아트릭스
우리가 단장네 반응을 듣고 먹고 싶어할 정도로 단장네가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서 데려온 거야?
카시우스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바자라가
…………
유스테스
…………
웨이트리스
저희 음식이 그렇게 마음에 드셨다니! 후후, 어서 들어오세요!
웨이트리스는 기분 좋게 테이블을 붙여서 다 함께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일행이 주문을 마치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 모두에게 오므라이스가 날라져 왔다.
루리아
헤헤... 맛있어...
그러게, 카시우스가 마음에 들어할 만한걸.
베아트릭스
제길... 이럴 줄 알았으면 라지로 시킬 걸...
제타
베아, 한 접시 더 시켜서 나눠먹을래?
바자라가
...언제 임무가 내려오더라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 선까지만 먹어라.
카시우스
…………
유스테스
…………
[플레이어] 일행들이 기뻐하며 식사하는 와중에도 두 남자는 평소처럼 말 없이 스푼만을 놀렸다.
제타
...그나저나 카시우스랑 유스테스는 어제랑 같은 메뉴 먹고 질리지도 않아?
유스테스
나는 뭐든지 상관없다.
카시우스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 메뉴는 맛과 영양성분 모두 연속적으로 섭취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전에도 그런 소리 하면서 맨날 라면만 먹다가 뾰루지 생겼잖아.
제타
오호... 너도 그런 게 나는구나.
카시우스
...이미 흔적도 없이 치유되었다.
베아트릭스
흐, 흔적도 없다고? 어떻게 한 건데? 나한테도 알려 줘!
카시우스
알려준다고 해도 소용없다. 나와 너는 애초에 대사기능의 구조가 다르다.
베아트릭스
제길... 좋겠다. 흔적도 안 남다니...
제타
아하하. 베아 넌 너무 단 것만 먹으니까 그래.
유스테스
…………
유스테스는 전투 없는 평온한 나날 속에서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희미하게 말이다.
아이작
…………
그리고 다른 테이블에서 그런 단장 일행의 모습을 아이작이 지켜보고 있었다.

3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카시우스는 자신을 향한 시선을 발견하고 홀로 아이작을 끌어낸다. 아이작은 달의 주민을 조상으로 둔 하늘의 민족이라고 소개하며 카시우스와 함께 달로 귀환하는 명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카시우스는 자신의 수명을 귀환까지의 유예라며 동행을 거부한다. 그리고 도망친 카시우스를 쫓는 처지가 된 아이작은, [플레이어] 일행 앞에서 입을 잘못 놀려 포박당하는 것이었다.

일행은 식사를 마치고 기분좋게 배를 두들기고 있었다.
아이작
…………
아이작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주의깊게 관찰하는 중이었다.
카시우스
…………
카시우스
화장을 고치고 오겠다.
베아트릭스
뭐? 화장?
유스테스
손을 씻겠다는 뜻이겠지. 허가한다. 다녀와라.
카시우스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카시우스
…………
아이작
안녕, 형제.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카시우스
아까부터 우리를 감시하고 있었지?
아이작
그래. 이야기할 찬스를 노리느라 말야.
아이작
...달에서 온 "에이전트 카시우스"하고 말이지.
카시우스
…………!?
아이작
아, 아냐 아냐. 그렇게 경계할 거 없어. 나는 아이작이라고 해. 당신 편이지.
아이작
사실 기관에서 연락이 왔거든.
아이작
"당신하고 같이 달로 돌아와라"고 하더라고.
카시우스
뭐라고? 너는 포실 주민 아닌가? 돌아간다는 것은 적합하지 않은 말이다.
아이작
맞아. 하지만 핏줄은 너하고 같거든. 먼 조상님이 달 출신이야.
카시우스
…………
아이작
혹시 의심하고 있어? 내 파트너인 레이베리를 보고 나면 이해해 주려나?
레이베리
만나서 반갑습니다, 에이전트 카시우스.
카시우스
만나서 반갑다. 아이작, 이건 뭐지?
아이작
달에서 온 폐기 재료들을 써서 만들었어. 일족에 전해오는 달의 기술을 써서 말이지.
카시우스
...무인기는 아니군. 기신에 가까운 존재야.
아이작
맞아. 기계 세포를 썼지. 이제 내 조상이 달에서 왔다는 얘기를 믿을 수 있겠지?
카시우스
...믿기는 힘들지만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아이작
그거 다행이네. 그럼 너한테 귀환명령이 떨어졌다는 것도 믿어 주겠군.
아이작
축하해, 카시우스. 우리 둘 다에게 기쁜 일이지. 그렇지 않아?
카시우스
…………
카시우스는 잠시 생각하는 듯한 눈치를 보였다. 그리고...
카시우스
귀환일도 지정되어 있었나?
아이작
응...? 아니, 그런 건 없었는데.
카시우스
그렇다면 앞으로 50년간은 여유가 있다는 이야기군.
아이작
뭐?
카시우스
내가 달에서 수명연장처리를 받아야 하는 기한은 50년쯤 남았다. 아직 여유가 있지.
아이작
자, 잠깐만. 그게 대체 무슨 소린데?
카시우스
아직 이쪽을 충분히 조사하지 못했다. 충분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조사를 계속할 생각이라는 소리다.
아이작
그리고 그게 최대 50년은 걸릴 거라고? 잠깐만 형제. 그건 좀 참아주라. 기관도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거 아닐까?
카시우스
그렇지도 않을 거다.
카시우스
기관에서는 패공전쟁을 "사소한 다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아나?
아이작
응? 어? 아니, 모르는데.
카시우스
내가 열람할 수 있는 한도에서 얻은 정보에 따르면, 달은 적어도 7천년 이상 전쟁을 계속해 왔다.
아이작
…………?
레이베리
흠... 흥미롭군.
카시우스
나보다 강한 권한을 가진 전사의 이름은 해당 로그의 초반부에 등장한다. 또한 그는 아직도 현역이지.
아이작
어... 무슨 이야긴지 잘 모르겠는데. 즉 너보다 상위 전사가 있고 수명연장을 한 결과 7천년 이상 살아있다는 말인가?
카시우스
그렇다. 그렇기에 수백 년도 가지 못하고 종결된 패공전쟁은 그 규모와는 관계없이 단기적인 다툼에 불과하다고 인식된 거다.
아이작
그... 그래서?
카시우스
기관의 중심부 사람들이 갖는 시간감각으로부터 고려해 보면 50년 정도는 오차범위 이내에 들어간다.
아이작
오차... 오차라. 즉 오늘 돌아가든 50년 후에 돌아가든 그 쪽이 보기에는 별로 차이가 없다는 뜻이야?
카시우스
바로 그거다.
아이작
그래서... 그... 지금은 안 돌아가겠다고?
카시우스
돌아가지 않는다.
아이작
아... 말도 안 돼...
아이작은 버티지 못하고 머리를 감싸쥐었다.
레이베리
왜 그러나, 파트너. 덕트하게 설득해 봐라. 여기서 물러서면 안 된다.
아이작
돌직구로 격려해 줘서 고맙다... 하아. 그래. 그렇게 간단히 포기할 수는 없지. 이건 우리 일족의 소원인걸.
아이작
무엇보다도 "에이전트 카시우스와 접촉했으나 설득에 실패했다"라고 달에 보고할 수는 없어.
카시우스
보고를 해야만 한다면 이렇게 전해라. "카시우스와 접촉했을 때 예측하지 못한 사태가 일어나 타겟을 놓쳤다"고.
카시우스
아이작, 너는 엔지니어고 전투는 전문이 아니지? 그럼 여기 남아라. 밖은 위험해.
카시우스는 그렇게 말한 후 갑자기 달려나갔다.
아이작
응?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데?
레이베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구실을 만들어 도망쳤을 뿐이다.
아이작
...그 말부터 해 줬어야지!
베아트릭스
어? 카시우스. 오래도 걸렸──
쟤 뜬금없이 왜 저래?
아이작
저, 저기! 에이전트 카시우스! 달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그래?
4명
…………!?
아이작
아... 아, 안녕하세요...
레이베리
대단히 바보같은 짓이군, 파트너.
아이작
아, 아무튼 지금은 쫓아가야 해!
바자라가
달에 돌아간다고 말했지. 그 병 먹는 여자와 한패인가?
유스테스
그럴 가능성이 높다. 쫓는다.
일행은 서둘러 계산을 마치고 카페를 뛰쳐나와, 기묘한 기계와 같이 있는 안경 쓴 청년을 쫓았다.
베아트릭스
기다려! 너 카시우스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레이베리
......쫓는 측에서 쫓기는 측이 되었군.
아이작
하아... 하아... 괘, 괜찮아! 나도 이런 수라장은 꽤 헤쳐나온 몸이란 말이지!
아이작은 카시우스를 뒤쫓으면서도 때때로 뒤를 돌아보며 추격자들의 모습을 확인했다.
아이작
이 정도는──
그리고 그런 신중함 탓에 다리 쪽으로 내밀어진 철봉을 미처 피하지 못했다.
아이작
으악!
레이베리
…………
아이작
아야야...
4명
…………
아이작
아하하... 안녕하세요...
바자라가
뭐 하는 놈이냐.
아이작
그게... 저는 그냥 엔지니어고 수상한 녀석은 아니에요... 하하... 그치? 형제.
아이작은 애원하는 듯한 눈으로 카시우스를 쳐다보았다.
카시우스
이 남자는 달과 연관이 있는 모양이다.
아이작
형제여... 너무 솔직한 건 좋지 않아...
그리고 슬프게 고개를 떨어뜨렸다.
유스테스
연행한다.
바자라가
그래.
아이작의 양 팔은 유스테스와 바자라가에게 붙들리고 말았다.

4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플레이어] 일행에게 묶여 한숨을 쉬는 아이작과 레이베리. 달을 뿌리로 하는 아이작에 모두가 경계심을 품자 아이작은 무척 슬픈 표정을 짓는다. 조상 대대로 하늘의 민족과의 충돌을 피해 살아온 그에게 달의 자손이라는 것만으로 적대시되는 것은 견디기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이 모습에서 그가 정말 적이 아니라고 느낀 [플레이어] 일행은 가슴에 복잡한 생각을 품게된다.

아이작
하아...
레이베리
이 수라장은 어떻게 헤쳐나갈 생각이지? 파트너.
아이작
이렇게 되면 어쩔 수단이 없지. 살아서 되돌아갈 수만 있어도 다행인 거야.
4명
…………
아이작은 유스테스의 지시로 꽁꽁 묶인 채 조직의 거점으로 연행된 상태였다.
그래서? 이 안경 쓴 형님이랑 깡통 로봇은 뭐 하는 녀석들이야?
루리아
저, 저기... 왠지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는데요...
제타
...그 병 먹는 여자. 그레이스라고 했던가? 그 여자도 겉보기엔 그랬어.
아이작
어...? 너희 그레이스랑 만난 적 있어?
바자라가
역시 그 여자와 한패였나. 그렇다면 이 남자도 우리의 "적"이군.
아이작
아, 아니야! 그녀하고는 얼굴만 알고 있을 뿐이고 동료는 아니란 말이야!
아이작
그, 조상님의 출신지가 같은 곳이고, 그게 동료였다는 정도의 인연이야. 진짜야.
유스테스
즉 너의 핏줄은 달에서 유래했다는 건가?
아이작
맞아. 그건 인정할게. 하지만 너희 적은 아니야.
아이작
나는 거의... 아니, 맹세컨대 완전히 하늘의 민족이야. 계속 여기서 생활해 왔는걸.
제타
...어떻게 생각해?
바자라가
신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지 않는군.
레이베리
아이작, 안 됐군.
아이작
...하필이면 나보다 먼저 그레이스하고 접촉한 적이 있었다니... 하아. 이건 완전 재난이야.
제타
그 병 먹는 여자뿐만이 아냐. 달 녀석들이 일으킨 소동은 이미 소동이라고 할 만한 스케일이 아닌걸.
아이작
…………
레이베리
파트너, 반론할 거리도 없나?
아이작
...아니, 있긴 한데. 엄청나게 있지. 근데 너무 슬퍼서 말야...
아이작
난 계속 이 하늘에서 살아왔단 말야! 아까도 말했잖아! 그냥 조상님이 달에서 왔을 뿐이라고!
아이작
기신이 일으킨 소동하고도 아무 관계도 없다고. 하아... 핏줄 하나로 다짜고짜 적 취급이라니 너무한다...
루리아
저, 저기 여러분.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하게 들어주시면 어떨까요?
아이작
응?
루리아
아이작 씨가 너무나 쓸쓸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계셔서요. 그러니까...
유스테스
…………
아이작
아... 너무 고마워, 푸른 머리 잉꼬 아가씨! 내 사정을 이해해 주는 거야?
아이작
그리고 손까지 내밀어 주다니... 역시 하늘의 민족들은 대단해!
루리아
아, 아하하...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다들 좋은 분들이시니까요.
루리아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아이작을 다독였다. 다른 일행도 그 모습을 보자 어딘가 김이 새는 기분이 들었다.
유스테스
...허가하지. 말해 봐라.
아이작은 유스테스가 시키는 대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이작
어... 지금부터 대충 1000년쯤 전이려나? 내 조상님이 달에서 내려왔어. 이 쪽 세계로 말야.
아이작
하지만 돌아갈 수단이 없어졌다던가? 그런 사정으로 이 쪽에 정착했고 그렇게 우리 가문이 시작됐지.
아이작
적어도 내 조상님은 하늘의 민족에게 감사하고 있었어. 조난 당시에 하늘의 민족이 구해줬거든.
바자라가
너는 이 쪽 사람들을 포실 주민이라고 부르지 않는군.
아이작
그건 멸칭이거든. 우리 가문에서는 금지되어 있어.
아이작
아무튼 내 조상님은 대대로 후손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어. "은혜를 갚아라" 그리고 "달로 돌아가라" 라고 말야.
아이작
내가 태어난 이유는 그 말을 이어받아 은혜를 갚고 달로 돌아가기 위해서야. ...우리 가문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살아왔어.
아이작
내 대에서 그걸 그만둘 수도 없고, 내가 해내지 못하면 내 자손들에게 그 짐이 넘어가게 돼. 그러니 이 손으로 끝내고 싶어.
긴 시간 동안의 괴로움을 짊어진 아이작의 표정을 보고 일행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이작
그러니까 부탁해. 카시우스와 이야기하게 해 줘. 나는 그와 함께가 아니면 달로 돌아갈 수 없어.
베아트릭스
카시우스하고...
루리아
달에 돌아간다고요...
달과 관련된 것들은 지금까지 재앙만을 가져다 주었다.
각지에서 다툼의 근원을 뿌리고 다니는 "적".
그리고 기신──
한편, 아이작의 일족은 천 년도 전부터 하늘의 민족으로서 살아왔다고 했다.
제타
쉽게 믿기는 힘든 이야기지만...
아이작
의외로 여기저기 있어, 달에 뿌리를 둔 사람들. 금발 병아리 아가씨도 내 친척일지도 모르지.
제타
벼, 병아리 아가씨?
아이작
세대를 5번쯤 거슬러가면 조상님이 어디서 온 사람인지 밝혀내기도 힘드니까 말야.
레이베리
믿기 힘들겠지만 달에서 온 자들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이야기다.
아이작
이 세상은 스파게티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거거든.
일행은 잠자코 아이작이 자기 자신에 대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달, 그리고 "적"과 연관은 있지만 그들과 적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복잡한 처지에 대해 점차 받아들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