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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아가스티아의 한 구석, 폭주를 시작한 마정연구설비를 앞에 두고 쓴 얼굴을 하는 폼메른 일행. 거기에 기묘한 기계 레이버리를 거느린 청년 아이작이 나타난다. 자칭 엔지니어인 그는 사태를 해결해 보이겠다고 한다. 말 한 대로 시설의 폭주를 멈추고 그는 귀가하여 누군가에게 오늘의 일을 보고한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에 깜짝 놀라는 아이작. 카시우스를 달로 데려가라는 명을 받은 것이었다.

폼메른
…………
폼메른은 아가스티아 섬 내 어떤 곳에서 표정을 찌푸리고 있었다.
폼메른
...시간이 꽤 지났는데, 작업에 나갔던 인원들은 아직 소식이 없는 거언가요?
제국병1
예, 정기 연락병도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폼메른
정말이지... 너무 서둘러서 군비 확장을 하니 이런 말도 안되는 유산을 넘겨받게 되었단 말이죠오.
폼메른은 자조적인 말투로 중얼거렸다.
그의 눈 앞에는 옛날 마정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하던 설비가 있었다.
에르스테 제국 시절에 군비 확충을 위해 난립된 시설 중 하나였다.
폼메른
마정 생성용 탱크가 노화되어 폭주를 일으키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이.
제국병1
...이미 들어갈 수 없는 상태 아닌가 싶습니다. 안쪽이 마정의 빛으로 꽉 차 있습니다.
제국병1
게다가 보고에 따르면 마치 장류역처럼 마물들이 우글거리는 데다가, 작업자들도 서서히 돌연변이를 일으킨다고...
폼메른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가 없군요...! 이렇게 된 거, 제가 직접...!
제국병1
워, 원수님!? 제국의 중심이신 분께서 직접 저 안으로 들어가시겠다는 겁니까? 마정의 빛을 쐬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폼메른
마정의 빛같은 건 이미 익숙합니다! 덤으로 병사들도 구해서 나오도록 하죠!
제국병1
누, 누가 원수님을 좀 말려라! 저런 데에 들어가시게 둘 수는 없다!
병사들은 필사적으로 폼메른을 붙잡기 위해 노력했다.
폼메른
이, 이거 놓으세요! 저걸 이대로 놔두면 온 섬이 마물로 득시글거리게 될 겁니다아!
아직 재건중인 아가스티아는 과거를 청산하느라 여력이 없었다.
폼메른의 걱정처럼 섬에 마물이 흘러넘치는 모습을 떠올린 사람들도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던 때였다.
???
레이베리, 정말 여기 맞아?
레이베리
계측에 따르면 그렇다. 상황 또한 그러한 것으로 판단되는군.
2명
…………
아웅다웅하던 폼메른 일행은 갑자기 나타난 남자와 그가 데리고 온 기묘한 기계를 보고 움직임을 멈췄다.
제국병1
네놈들은 누구냐.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는 거냐?
아이작
아, 안녕하세요. 저는 아이작이라고 합니다. 엔지니어가 필요하실 것 같아서요.
폼메른
엔지니어...? 기술자를 부른 기억은 없습니다만.
아이작
아, 그게 기계뿐만이 아니고 폐품 회수, 골렘 정비까지 뭐든지 할 수 있어요. 덕트하게요.
폼메른
덕트...?
레이베리
만능, 전반적으로 우수함. 그러한 것들을 폭넓게 의미하는 단어다.
아이작
선조로부터 대대로 이어져내려온 은어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건가요? 마정 처리도 해 드릴 수 있는데요.
레이베리
지금까지 폐기 마정 회수 작업에 24번 착수했으며 전부 성공했다. 실적을 생각하면 합리적인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2명
…………
아이작
에이, 저한테 맡겨 주세요. 살아서 돌아올 거라고 약속드리죠.
아이작은 그렇게 말한 후 레이베리와 함께 시설의 문을 열었다.
아이작
아, 성공했을 때 보수는 얼마나 주실지나 생각하고 계세요. 목숨 걸고 하는 일이니 잘 쳐 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들은 문에서 새어나오는 보라색 빛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설 안으로 들어갔다.
폼메른
...섬마다 돌아다니며 마정 회수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만, 저들일까요오?
제국병1
아마도 그렇겠죠... 대체 뭐 하는 녀석들일까요.
魔物
크오오오오!
아이작
지옥이나 다름없는 광경이구만...
레이베리
마정의 광량은 순조롭게 증가하고 있다. 약 3,000,000 밀리초 후에는 현 상태가 천국처럼 느껴질 정도일 거다.
아이작
본격적인 폭주가 시작된다는 거야? 케이크 집어먹듯이 쉽게 가고 싶은데...
제국병2
으으...
아이작의 눈 앞에는 마정의 빛에 노출된 탓인지 벽과 반쯤 동화되어 있는 병사의 모습이 보였다.
레이베리
남은 시간을 생각한다면 저 남자에게 관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제국병2
살려줘...
레이베리
아이작. 합리적 판단에 기초하여 행동해라.
아이작
…………
아이작
이봐, 형제. 정신 차려! 곧 집으로 돌려보내 줄게!
제국병2
아아... 으...
아이작은 밝은 빛을 내뿜는 공구로 벽에 묻혀 있는 병사를 파냈다.
아이작
걱정할 거 없어. 아직 그렇게까지 변이되지 않았으니까.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도 보자마자 네가 조니라는 걸 알아볼 거야.
레이베리
...하다못해 펄스의 밀도라도 올려라. 지옥의 문이 열릴 때까지 남은 시간은 80%를 경과한 상태다.
아이작
그건 무리야! 이 이상 펄스를 강하게 하면 조니가 시커멓게 탄 존 도*가 될 거라고!

(*존 도(John Doe): 신원미상의 시체)
레이베리
이미 알고 있겠지만 손을 쓰는 게 늦으면 이 섬 전체가 존 도로 뒤덮이게 될 거다.
아이작
그렇다고 놔두고 갈 수는 없잖아! 왜냐면...
아이작
그러면 내 핏줄을 배신하는 게 되는걸. "사람 목숨의 무게를 숫자로 가늠하지 말라" 가 우리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가훈이란 말야.
그는 아직 움직일 힘이 있어 보이는 제국 병사에게 차광용 필름을 덮어씌운 후 나가는 길을 가르쳐 주었다.
아이작
자, 그러면...
마물들
그르르르...
아이작
조니가 말했던 시설까지 간 후에 필요한 처리를 다 하면 끝나겠군. 이제 2,400,000 밀리초쯤 남았나?
레이베리
예상보다 광량의 증가가 심하다. 방금 1,700,000 밀리초 아래로 떨어졌다. 예정되지 않은 작업에 쓸 시간은 없어.
아이작
그런 소리 하지 말고, 레이베리. 그나저나 내 기어로 광량을 버텨낼 수 있을까?
레이베리
적어도 현 상황에서는 기어 사이로 스며들어오지 않았다. 이후로는 선조님들께 기도할 수밖에 없겠지.
아이작
오케이. 달에 기도할 시간이구만. 하느님, 부처님...
마물들
그오오오오!
아이작
그리고 달님, 잘 부탁드립니다!
아이작은 손에 든 도구에서 뿜어져나오는 빛으로 마물들을 무찌르며 마정의 빛이 흘러넘치는 지옥도 속을 헤쳐나갔다.
자신의 안전에 대해서도 거의 신경쓰지 않고 나아간 끝에 겨우 폭주하고 있는 마정 생성 탱크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이작
아, 역시나. 그러니 이런 지옥이 생길만도 하지.
마정은 너무 거대해진 나머지 탱크를 부수고 나와 방 안을 꽉 채울 정도로 성장한 상태였다.
아이작
회수용기를 가져오긴 했는데 이런 걸로는 모자라겠는걸.
레이베리
생성 탱크의 폭주는 내가 즉시 막겠다. 남은 문제는 저 거대한 마정 자체겠지.
아이작
그럼 내가 저 덩어리를 절삭할 테니까, 너는 폭주를 막자마자 절단된 마정을 차광 필름으로 감싸 줘.
레이베리
나는 정보처리 전담이다. 물리작업은 내 분야 밖이다.
아이작
나도 마찬가지야. 해체나 토목같은 분야는 내 전공이 아니지만, 조니를 구하면서 해 봤던 거니까 하는 것 뿐이야. 무슨 일이든 경험이 중요하다고, 친구.
레이베리
알았다. 내 작업 효율에 대해서는 기대하지 마라.
아이작
뭐든지 해 봐야 안다니까. 덕트하게 움직여 보자고.
아이작
자, 간다!
아이작
...어, 그렇게 해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무사히 마정을 회수...
그 후 무사히 돌아온 아이작은 낡고 거대한 기계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레이베리
Septide locsticanipom, ruo peckislot fo drak secseen esspak orf lesift.
古い機械
ACK.
아이작의 말에 이어 레이베리가 뭐라고 말하자, 거대한 기계는 구멍뚫린 종이를 토해냈다.
아이작
폐기된 마정은 보수의 일부로 쳐서 받았고, 충분한 양의 자원이 모였음을 보고함. 이상으로 오늘의 보고 끝.
레이베리
Vene hwit morteenarinu, het taumon tedgreah si sefunficit. Vero dan uto.
古い機械
ACK.
아이작
하아... 음성 출력도 모니터도 3세대 전에 고장난 장치라서 말야. 네가 번역해 줘서 다행이다.
레이베리
낳아준 부모에게 보답할 뿐이다. 네가 폐품을 모아 나를 만들어 주었으니까.
아이작
말은 잘 한다니까. 빈정거리기만 하는 주제에.
古い機械
Icnoming phidcast.
레이베리
착신이 들어왔다.
아이작
아~ 슬슬 다음 부품이 도착할 땐가?
古い機械
Pusply pord nonudib. Cellcot onponmects BCZ8882 hohgurt BDA0048. 1116 talot.
레이베리
그 말대로다. 사실 내가 번역해주지 않아도 카드를 읽을 줄 아는 거지?
아이작
맞아. 그렇긴 하지만 말할 상대가 있어서 좋은걸. 내가 본심을 말할 수 있는 상대는 너 정도니까 말야.
아이작은 그렇게 말한 후 출력된 카드를 떼어내어 들고 바라보았다.
아이작
흠... 이번에는 부품 수가 묘하게 많은걸. 뭐 할 일이 없는 것보다는 낫ㅈ...
古い機械
Dedamdun.
2명
!?
레이베리
아이작, 착신이 추가로 들어왔...
아이작
알고 있어!
그는 레이베리의 말을 끊고 낡은 기계에 달라붙어 새로 출력되는 카드를 들여다보았다.
古い機械
Laprella diervetic. Tacleo tagen sussica dan...
아이작
말도 안 돼... 부품 투하 말고 다른 연락이 오다니... 30년 동안, 아니 우리 일족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야!
레이베리
뭐라고 왔지?
아이작
어, 그러니까... 에지언트 케시아스를 찾아라?
아이작
아니지, 에이전트 카시우스구나! 그 사람을 찾으래!
아이작
그리고 음.... 하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아이작
아하하하하!
아이작
하아... 하아...
아이작
"일제 전달. 에이전트 카시우스를 찾아라. 그리고..."
아이작은 종이에 적힌 신호를 읽으며 희망에 가득한 눈으로 거대한 물체를 올려다보았다.
아이작
"카시우스와 함께 달로 귀환하라"! 드디어... 드디어!
그는 종이를 움켜쥐며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로 웃었다. 그 눈 앞에 있는 것은...
아이작
선대로부터 몇백 년에 걸쳐 만들어 온 이걸 타고...
아이작
드디어 달에 갈 수 있어! 돌아갈 수 있다고! 내 대에서 일족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거야!
아이작
아하하하하!
아이작은 만들다 만 거대한 물체 앞에서 양손을 높이 들어올렸다.
형언하기 힘든 기쁨이 그의 전신을 휘감고 있었다.
???
일제 전달.
???
…………
???
에이전트 카시우스를 찾아내라.
???
…………
???
그리고 카시우스와 함께 달에 귀환하라.
???
…………
"일제 전달"──그 말의 의미는 전달 대상이 아이작 혼자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같은 내용을 전달받고 움직이기 시작한 사람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