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전투의 끝, [플레이어]들의 방패가 되어 중상을 입는 카시우스. 그 모습에 모두가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어떻게든 그 자리를 벗어나겠다고 맞서는 계약자들의 마음에 응하듯이, 봉인무기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중추에 손상을 준다. 위험한 고비에서 아이작에 의한 노인의 복구가 끝나, 카시우스가 노인을 통해서 중추에 정지명령을 보낸다. 전투가 끝나고, 카시우스를 치료할 방법이 없다고 아이작은 고했다.

야치마
────……!!
[플레이어] 일행의 힘을 알게 되자마자, 붉은 머리의 소녀는 그녀 안에 내재되어 있던 힘을 전부 뿜어냈다.
초원이 순식간에 촉수의 바다로 변해 그들을 덮쳤다.
제타
으엑...!?
바자라가
이게 섬 하나 분의 질량이라는 건가...!
으아아아! 사, 사방에 달라붙기 시작했어!
루리아
...유그드라실!
솟아나온 돌기둥에 의해 잘려나간 촉수는 순식간에 서로 얽히며 다시 단장 일행을 향해 달려들었다.
카시우스
…………!!
아이작이 공구로 수리중인 노인을 쥐고 있던 카시우스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카시우스
아직이냐...!
아이작
기동 프로세스 도중까지는 진행됐어! 조금만 더 기다려!
카시우스
시간이 없다!
카시우스
…………!?
카시우스는 무심코 큰 소리를 질러버린 자기 자신에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작
그래, 그래, 이해한다고. 좀 진정해 형제.
아이작
너도 내 조상님들처럼 그들의 힘이 되고 싶은 거지?
베아트릭스
젠장! 이게 뭐야! 흐느적거리는게 짜증나아아아!
유스테스
몸을 낮춰! 쓸어버리겠다!
베아트릭스
히익!?
촉수와 격투중이던 베아트릭스는 급하게 유스테스의 발 밑으로 굴렀다.
베아트릭스
위, 위험하잖아!
유스테스
...아무리 그래도 이번에는 피한 모양이군.
베아트릭스
당연하지! 내가 몸을 내던지면서 싸우는 건 엠브라스크하고 있을 때뿐이라고 정했단 말야!
카시우스
내가 [플레이어]의 힘이 되고 싶어한다고?
아이작
그래. 노인을 고치면서 생각했어. 조상님들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처럼 현장에서 무기를 수리하거나 그랬겠지.
아이작
너처럼 하늘의 민족에게 애착을 가진 엔지니어도 있었을 거야.
아이작
이 하늘의 세계가, 우리에게 손을 내밀어 준 사람들이 언젠가 달에 집어삼켜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가만히 있기 힘들었을 거고.
카시우스
…………
아이작
그래서 기관에서 지급된 봉인무기에 이스터 에그를 심어둔 거야. 위쪽에 들키지 않도록 몰래.
카시우스
...그게 저 자들이 봉인무기를 다룰 수 있는 이유인가?
아이작
분명 그럴 걸.
아이작
좋아! 이제 한 단계만 더 거치면 노인은...
카시우스
…………!?
카시우스와 아이작은 대지에 울려퍼지는 소리를 듣고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어느 새 거대한 그림자가 태양을 가리고 있었다.
야치마
오오오오──────…………
붉은 머리의 소녀였던 것의 안에 내재되어 있던 기계 세포들이 뿜어져나왔다.
수많은 색이 휘감긴 끝에 결국 시커먼 기둥으로 변해버린 그것은 하늘을 향해 뻗어나갔다.
이, 이걸 어떻게 하라는 거야. 이렇게 큰데...
루리아
[플레이어]...부탁이에요. 제 손을 잡아 주세요.
[플레이어]는 루리아와 손을 잡고 기도하듯이 눈을 감았다.
섬 하나쯤은 멸망시킬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아니고서야 저 괴물을 파괴할 수 없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하는 생각으로 취한 행동이었다.
루리아
바하무트, 부탁해...!
그 파괴의 힘을 사용한다면 결과야 어찌됐든 피해가 생길 것은 확실했다.
──확실했을 것이다.
야치마
아아아아아아아────……!!
흑은의 용의 날개가 펄럭인 순간, 검은 기둥으로 변한 소녀는 전율하는 듯한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 몸에서 튀어나온 수많은 가시가 단장과 루리아 쪽을 향했다.
루리아
…………!?
검은 비처럼 쏟아지는 가시 앞에 그들이 피할 곳은 없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잡고 그 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
수많은 가시가 몸을 찢는 소리는 천막 위에 비가 쏟아질 때와 비슷했다.
카시우스
크.... 윽...!
루리아
카...
루리아
카시우스 씨!?
베아트릭스
카시우스!
그 몸을 던져 [플레이어]와 루리아의 방패가 된 것은 바로 카시우스였다.
바자라가
…………!
제타
큭...!
제타는 이를 갈았다. 창을 쥔 그녀의 손이 떨렸다.
제타
이 자식이나 저 자식이나...
제타
왜 자기 자신을 소중히 하지 않는 거야!!!!
제타는 백색 불꽃을 내뿜는 창 끝을 검은 기둥 쪽으로 들이밀었다.
바자라가
오오오오오오!
바자라가 또한 자아를 잃은 듯이 기둥을 향해 달려들었다.
유스테스
…………!
유스테스는 이를 갈며 조용히 총을 조준했다.
야치마
아아아아아아────……!!
봉인무기의 힘으로 근원이 도려내어진 검은 기둥은 비틀거리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이작
뭐 하는 거야 형제! 네가 죽으면 모든 게 끝난단 말이야!
카시우스
즉사는, 면했다...
아이작은 다시 노인을 카시우스의 손에 쥐어주고 마지막 마무리에 돌입했다.
아이작
마지막 한 단계면 된다고 했잖아...! 달 출신 사람들은 감정에 휘둘려서 행동하지 않는 거 아니었어?
카시우스
…………
야치마
오오오오오오────……!!
쓰러진 검은 기둥이 그 머리를 들어올렸을 때, 노인에 다시 빛이 깃들었다.
카시우스
Cerof udatomoga dwontush.
노인의 명령이 들리자마자 검은 기둥은 다시 쓰러졌고, 그 충격으로 인해 마치 숯처럼 부서지기 시작했다.
카시우스
쿨럭...
레이베리
...내장에 이르기까지 지독한 손상을 입었군.
베아트릭스
카시우스 너!!!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한 거야!
카시우스
...모른다. 정신이 들고 보니 [플레이어] 앞에 와 있었다.
베아트릭스
아무튼 빨리 의사한테 데려다 줄게!
아이작
아니, 그건 그만두는 게 좋아.
일행은 아무 말 없이 그런 아이작을 노려보았다.
아이작
달 출신인 사람들은 몸의 일부를 기계화한 상태야. 마술로 육체 쪽 손상은 되살릴 수 있다고 해도 기계 쪽은 고칠 수 없어...
레이베리
기계화하는 곳은 소화 기관같은 부분들이다. 섣불리 손을 댔다간 내장 안에 수많은 금속 파편이 남게 될 거다.
제타
그게 무슨 소리야. 치료도 안 해보고 죽게 내버려두라는 거야?
아이작
아니... 달에 있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살릴 수 있는 가능성도 있어.
베아트릭스
그게 뭐야! 결국 달에 데려가기 위한 방편에 불과한 거 아냐?
아이작
...반쯤은 그래. 하지만 반쯤은 진정으로 그를 위한 마음에서 나온 말이야.
아이작
하늘의 민족에게 구원받은 달의 민족의 핏줄으로서, 그리고 상냥한 마음을 지닌 하늘의 민족의 피를 잇는 자로서, 그가 죽음을 기다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카시우스
…………
아이작의 비통한 호소, 그리고 점점 빛을 잃어가는 카시우스의 눈동자.
그 자리에 있던 일행 모두는 자진해서 아이작이 만든 로켓의 출발 준비를 돕기 시작했다.
아이작
자, 마음의 준비는 됐어?
카시우스
...그래.
레이베리
너도 튼튼하게 만들어졌잖나? 달에 도착할 때까지는 어떻게든 버텨라.
카시우스
...그래.
이 이야기의 줄거리
카시우스를 구하려면 달로 데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의 장기가 기계화 되어 있어, 육체를 치료해도 기계의 손상은 고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작과 레이베리, 그리고 카시우스는 로켓을 타고 달로 향한다. 그것을 바래다주는[플레이어] 일행. 훗날 제타 일행은 조직이 사실상 붕괴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중추가 죽은 뒤, 전권을 하이젠베르크가 장악했다고. 그 책략에 의해 현상수배가 된 제타 일행은 저마다 흩어져 기공사나 조직의 병사들과 계속 싸우는 것이었다.

제타
...이 정도 떨어져 있으면 되겠어?
베아트릭스
이렇게 멀리서 배웅해야만 하다니 좀 섭섭하다...
루리아
카시우스 씨는 괜찮으실까요...?
바자라가
달에서도 이유가 있어서 카시우스를 불러들이는 거겠지. 그렇게 쉽게 죽도록 놔두지는 않을 거다.
일행은 카시우스가 무사하기를 기원했다. 그것에 화답하듯 로켓의 받침대 쪽에서 보라색 빛이 타올랐다.
카시우스 녀석, 또 이 쪽으로 올 수 있으면 좋겠다.
베아트릭스
제길... 건강하게 돌아오지 않으면 다시는 빵 안 나눠줄 거다...!
유스테스
…………
그들은 조금씩 솟아오르기 시작한 로켓을 눈으로 쫓았다.
로켓이 하늘 저편으로 사라진 후에도, 마정이 불타며 남긴 보라색 연기의 꼬리는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레이베리
자, 소원대로 하늘을 빠져나왔다. ...드디어 달에 갈 수 있겠군.
아이작
상태는 어때? 형제.
카시우스
테이프로 출혈을 막는 것에는 성공했다. 더 이상의 출혈은 없군.
아이작
대단하지 않아? 덕트한 테이프야. 그 이름처럼 어떤 것에든 쓸 수 있는 물건이지.
카시우스
…………
아이작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카시우스는 작은 창문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카시우스
(어째서지...)
카시우스
(어째서 기억이 마음대로 떠오르는 거지?)
베아트릭스
뭐야, 너. 배 고파서 그래? 그럼 내 빵 나눠 줄게. 잼도 잔뜩 바르면 맛있거든!
제타
그러니까! 그 글자는 유카타비라에 새겨진 무늬일 뿐이니까! 안 읽어도 된다고!
바자라가
...기다려, 카시우스. 그건 술이다.
바자라가
…………
이루자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마라. 하여튼... 널 돌보느니 신병을 교육하는 게 훨씬 편하겠어.
유스테스
마음에 들었나?
유스테스
...그렇군.
루리아
카시우스 씨, 다음 섬은 노점에서 파는 요리가 맛있대요!
헤헤! 또 그 소리야. "흥미롭군"!
아이작
저기, 형제? 대답이 없잖아. 왜 그래?
아이작
설마 기압 때문에 출혈이...?
카시우스
…………
아이작
....형제?
카시우스
왜 그러지?
아이작
아, 아니... 얼굴색이 나쁘네 싶어서.
카시우스
출혈은 멈췄다. 아무 문제도 없어.
아이작
그래. 그럼 다행이고.
아이작
…………
아이작
저기, 형제. 하늘이 그립지 않아? 사실 난 좀 그리워.
카시우스
여행을 끝냈을 때에는 그런 감정을 품는 것이 적절하다고 전에 읽은 소설에 쓰여 있었다.
아이작
그렇지. 여행이 정말 즐거웠다는 뜻이야.
카시우스
그리고, 다시...
카시우스는 작게 중얼거린 후 입을 다물었다.
달 표면은 희미한 백색에서 회색으로, 그리고 카시우스가 잘 아는 풍경으로 변해갔다.
카시우스
아이작
뭐라고? 갑자기 제어불능이라니!
레이베리
뭔가에 붙잡혔다. 무리하게 움직이려고 하지 마라. 로켓이 분해될 거다.
가스생명체
────……
카시우스
하필이면 여기서 나오다니. 내가 밖에서 싸우겠다. 기어를 입어라, 아이작.
아이작
멍청한 소리 하지 마, 형제! 싸우겠다니!
카시우스
...저렇게 거대한 녀석은 처음 봤군. 노인을 줘.
레이베리
불리한 상황이다. 반응수가 증가되어 합계 4마리가 되었다. 뭔지는 모르지만 새로 3마리가 가까워지고 있다.
카시우스
쳇...!
카시우스는 해치에 손을 댔다. 그때였다.
남자
크기치고는 영 손맛이 없군. 결국 과거에 기신과 싸웠던 둔중종일 뿐인가.
여자
어머... 먹을만한 부분도 안 남아있는 거야?
청년
멋진 걸 봤는걸... 괴수하고 만났을 때같은 기분이야...
남자
엘도, 다른 반응은 없나?
청년
보이네... 아무 것도 없는 것이 보여.
남자
아쉽군. 아드레날린이 남았어. 뭔가 부술 게 필요한데.
여자
아쉬워. 식욕이 남았어. 뭐 먹을 거 없나?
남자
이 로켓은? 부수는 맛이 있을 것 같다만.
여자
이 로켓, 맛있을 것 같아.
청년
으음... 부수든 먹든 우리 전부 높은 사람한테 불려가서 혼날 미래가 보이네...
남자
그렇다면 그 미래를 받아들이지.
여자
내 뱃속으로 받아들여도 괜찮은데.
청년
기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3인
어서 오세요.
아이작
어, 음... 카시우스, 네 친구들이야?
카시우스
달 최상위권의 전사들이다...
이루자
그래서 카시우스는?
유스테스
일단 달로 향하기는 했다.
이루자
그렇군...
베아트릭스
다친 덴 다 나았을까? 그 녀석, 괜찮은 걸까...
제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하잖아. 괜찮을 거야.
베아트릭스
그렇겠지... 요 며칠 들어오는 소식이라곤 웃기지도 않는 소식들 뿐이었으니까...
유스테스
중추는 사라지고, 조직은 붕괴했다...
이루자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지. 실체는 하이젠베르크가 쥐고 있어. 그 가장 큰 똥싸개가 말이지.
바자라가
귀찮게 됐군. 조직 전체가 한꺼번에 적으로 돌아서다니.
이루자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하고 다 장악당하기 전에 뛰쳐나온 똑똑한 구더기들도 있더군.
이루자
녀석들을 어떻게든 긁어모아야만 발 디딜 곳이라도 생기겠지...
제타
그 사람들 다 믿어도 되는 사람들인가요? 그 안에 배신자가 섞여있거나 하면 어떡하죠?
이루자
똥을 가려내는 눈은 있다고 자부한다만... 각오는 해 두는 편이 좋을 거다.
제타
우린 기공사들한테도 옛 조직한테도 노려지고 있는 몸이니까요.
유스테스
허나 현 상황이 길어지지는 않을 거다. 적은 금새 다른 손을 뻗쳐오겠지.
베아트릭스
뭐, 이런 상황은 익숙해! 도망칠 구멍도 잘 찾아내니까 다들 나만 믿어!
바자라가
그 전에 붙잡힐 만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노력해라.
베아트릭스
가끔은 좀 날 믿어 보라니까! 제타 너도!
제타
네 네. 그렇게 되면 잘 부탁해.
이루자
아무튼 당분간 나는 따로 행동하겠다. 구더기들과 나눠야 할 이야기가 있으니.
이루자
강아지와 갑옷 겁쟁이, 덜렁이와 유스테스는 전처럼 2인 1조로 행동한다. 부디 눈에 띄지 않게끔 행동하도록.
제타
하아... 가 버렸네. 베아랑 유스테스, 이루자 씨 전부.
바자라가
말이 너무 많군. 눈에 띄지 말라고 들었지 않나.
제타
아 예. 대성탄이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니 말이지.
바자라가
조직의 중추를 무너뜨린 지금, 적은 봉인무기 사용자들을 제거할 생각인 모양이다.
제타
...곤란하게 됐네.
제타는 뒷골목의 벽을 향해 한숨을 내쉬었다.
제타
아하하, 이거 봐, 바자라가. 우리한테 걸린 상금 또 올랐어.
바자라가
....어째서 나보다 너에게 걸린 상금이 더 높은 거지? 그것만은 이해할 수 없군.
제타
글쎄... 뭐가 됐든 상관없잖아. 이 상금을 받게 될 사람은 없을 테니까.
기공사1
저기 있다! 저 녀석들이 현상범이다!
기공사2
대성탄은 가져왔겠지? 간다!
바자라가
꽤나 상황이 복잡해졌군.
제타
진짜. 완전 짜증나.
제타는 중얼거리며 벽을 가득 메우고 있는 자신들의 수배 전단지를 한 장 뜯어내어 구겨버렸다.


──완

2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카시우스를 구하려면 달로 데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의 장기가 기계화 되어 있어, 육체를 치료해도 기계의 손상은 고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작과 레이베리, 그리고 카시우스는 로켓을 타고 달로 향한다. 그것을 바래다주는[플레이어] 일행. 훗날 제타 일행은 조직이 사실상 붕괴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중추가 죽은 뒤, 전권을 하이젠베르크가 장악했다고. 그 책략에 의해 현상수배가 된 제타 일행은 저마다 흩어져 기공사나 조직의 병사들과 계속 싸우는 것이었다.

제타
...이 정도 떨어져 있으면 되겠어?
베아트릭스
이렇게 멀리서 배웅해야만 하다니 좀 섭섭하다...
루리아
카시우스 씨는 괜찮으실까요...?
바자라가
달에서도 이유가 있어서 카시우스를 불러들이는 거겠지. 그렇게 쉽게 죽도록 놔두지는 않을 거다.
일행은 카시우스가 무사하기를 기원했다. 그것에 화답하듯 로켓의 받침대 쪽에서 보라색 빛이 타올랐다.
카시우스 녀석, 또 이 쪽으로 올 수 있으면 좋겠다.
베아트릭스
제길... 건강하게 돌아오지 않으면 다시는 빵 안 나눠줄 거다...!
유스테스
…………
그들은 조금씩 솟아오르기 시작한 로켓을 눈으로 쫓았다.
로켓이 하늘 저편으로 사라진 후에도, 마정이 불타며 남긴 보라색 연기의 꼬리는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레이베리
자, 소원대로 하늘을 빠져나왔다. ...드디어 달에 갈 수 있겠군.
아이작
상태는 어때? 형제.
카시우스
테이프로 출혈을 막는 것에는 성공했다. 더 이상의 출혈은 없군.
아이작
대단하지 않아? 덕트한 테이프야. 그 이름처럼 어떤 것에든 쓸 수 있는 물건이지.
카시우스
…………
아이작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카시우스는 작은 창문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카시우스
(어째서지...)
카시우스
(어째서 기억이 마음대로 떠오르는 거지?)
베아트릭스
뭐야, 너. 배 고파서 그래? 그럼 내 빵 나눠 줄게. 잼도 잔뜩 바르면 맛있거든!
제타
그러니까! 그 글자는 유카타비라에 새겨진 무늬일 뿐이니까! 안 읽어도 된다고!
바자라가
...기다려, 카시우스. 그건 술이다.
바자라가
…………
이루자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마라. 하여튼... 널 돌보느니 신병을 교육하는 게 훨씬 편하겠어.
유스테스
마음에 들었나?
유스테스
...그렇군.
루리아
카시우스 씨, 다음 섬은 노점에서 파는 요리가 맛있대요!
헤헤! 또 그 소리야. "흥미롭군"!
아이작
저기, 형제? 대답이 없잖아. 왜 그래?
아이작
설마 기압 때문에 출혈이...?
카시우스
…………
아이작
....형제?
카시우스
왜 그러지?
아이작
아, 아니... 얼굴색이 나쁘네 싶어서.
카시우스
출혈은 멈췄다. 아무 문제도 없어.
아이작
그래. 그럼 다행이고.
아이작
…………
아이작
저기, 형제. 하늘이 그립지 않아? 사실 난 좀 그리워.
카시우스
여행을 끝냈을 때에는 그런 감정을 품는 것이 적절하다고 전에 읽은 소설에 쓰여 있었다.
아이작
그렇지. 여행이 정말 즐거웠다는 뜻이야.
카시우스
그리고, 다시...
카시우스는 작게 중얼거린 후 입을 다물었다.
달 표면은 희미한 백색에서 회색으로, 그리고 카시우스가 잘 아는 풍경으로 변해갔다.
카시우스
아이작
뭐라고? 갑자기 제어불능이라니!
레이베리
뭔가에 붙잡혔다. 무리하게 움직이려고 하지 마라. 로켓이 분해될 거다.
가스생명체
────……
카시우스
하필이면 여기서 나오다니. 내가 밖에서 싸우겠다. 기어를 입어라, 아이작.
아이작
멍청한 소리 하지 마, 형제! 싸우겠다니!
카시우스
...저렇게 거대한 녀석은 처음 봤군. 노인을 줘.
레이베리
불리한 상황이다. 반응수가 증가되어 합계 4마리가 되었다. 뭔지는 모르지만 새로 3마리가 가까워지고 있다.
카시우스
쳇...!
카시우스는 해치에 손을 댔다. 그때였다.
남자
크기치고는 영 손맛이 없군. 결국 과거에 기신과 싸웠던 둔중종일 뿐인가.
여자
어머... 먹을만한 부분도 안 남아있는 거야?
청년
멋진 걸 봤는걸... 괴수하고 만났을 때같은 기분이야...
남자
엘도, 다른 반응은 없나?
청년
보이네... 아무 것도 없는 것이 보여.
남자
아쉽군. 아드레날린이 남았어. 뭔가 부술 게 필요한데.
여자
아쉬워. 식욕이 남았어. 뭐 먹을 거 없나?
남자
이 로켓은? 부수는 맛이 있을 것 같다만.
여자
이 로켓, 맛있을 것 같아.
청년
으음... 부수든 먹든 우리 전부 높은 사람한테 불려가서 혼날 미래가 보이네...
남자
그렇다면 그 미래를 받아들이지.
여자
내 뱃속으로 받아들여도 괜찮은데.
청년
기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3인
어서 오세요.
아이작
어, 음... 카시우스, 네 친구들이야?
카시우스
달 최상위권의 전사들이다...
이루자
그래서 카시우스는?
유스테스
일단 달로 향하기는 했다.
이루자
그렇군...
베아트릭스
다친 덴 다 나았을까? 그 녀석, 괜찮은 걸까...
제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하잖아. 괜찮을 거야.
베아트릭스
그렇겠지... 요 며칠 들어오는 소식이라곤 웃기지도 않는 소식들 뿐이었으니까...
유스테스
중추는 사라지고, 조직은 붕괴했다...
이루자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지. 실체는 하이젠베르크가 쥐고 있어. 그 가장 큰 똥싸개가 말이지.
바자라가
귀찮게 됐군. 조직 전체가 한꺼번에 적으로 돌아서다니.
이루자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하고 다 장악당하기 전에 뛰쳐나온 똑똑한 구더기들도 있더군.
이루자
녀석들을 어떻게든 긁어모아야만 발 디딜 곳이라도 생기겠지...
제타
그 사람들 다 믿어도 되는 사람들인가요? 그 안에 배신자가 섞여있거나 하면 어떡하죠?
이루자
똥을 가려내는 눈은 있다고 자부한다만... 각오는 해 두는 편이 좋을 거다.
제타
우린 기공사들한테도 옛 조직한테도 노려지고 있는 몸이니까요.
유스테스
허나 현 상황이 길어지지는 않을 거다. 적은 금새 다른 손을 뻗쳐오겠지.
베아트릭스
뭐, 이런 상황은 익숙해! 도망칠 구멍도 잘 찾아내니까 다들 나만 믿어!
바자라가
그 전에 붙잡힐 만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노력해라.
베아트릭스
가끔은 좀 날 믿어 보라니까! 제타 너도!
제타
네 네. 그렇게 되면 잘 부탁해.
이루자
아무튼 당분간 나는 따로 행동하겠다. 구더기들과 나눠야 할 이야기가 있으니.
이루자
강아지와 갑옷 겁쟁이, 덜렁이와 유스테스는 전처럼 2인 1조로 행동한다. 부디 눈에 띄지 않게끔 행동하도록.
제타
하아... 가 버렸네. 베아랑 유스테스, 이루자 씨 전부.
바자라가
말이 너무 많군. 눈에 띄지 말라고 들었지 않나.
제타
아 예. 대성탄이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니 말이지.
바자라가
조직의 중추를 무너뜨린 지금, 적은 봉인무기 사용자들을 제거할 생각인 모양이다.
제타
...곤란하게 됐네.
제타는 뒷골목의 벽을 향해 한숨을 내쉬었다.
제타
아하하, 이거 봐, 바자라가. 우리한테 걸린 상금 또 올랐어.
바자라가
....어째서 나보다 너에게 걸린 상금이 더 높은 거지? 그것만은 이해할 수 없군.
제타
글쎄... 뭐가 됐든 상관없잖아. 이 상금을 받게 될 사람은 없을 테니까.
기공사1
저기 있다! 저 녀석들이 현상범이다!
기공사2
대성탄은 가져왔겠지? 간다!
바자라가
꽤나 상황이 복잡해졌군.
제타
진짜. 완전 짜증나.
제타는 중얼거리며 벽을 가득 메우고 있는 자신들의 수배 전단지를 한 장 뜯어내어 구겨버렸다.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