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아이작 일행의 출발을 지켜보다 섬을 떠난 [플레이어] 일행. 훗날 바자라가에게 초대받아 함께 식사를 하는 사람들. 바자라가의 뇌리에는 출발 직전 레이베리의 말이 떠오른다. 바자라가 싸우는 방법은 강함과 약함의 표현인 것 같다고 한다. 그로우노스의 폭주와 기신화는, 바자라가의 숨겨진 바람을 들어준 결과일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강하고 질긴 것은 강인하고 부드러운 것과 만나 결점을 극복한다. 그러므로, 버린 물건은 아닌 것이다.

아이작 일행을 떠나보낸 후, 바자라가는 단장의 방을 방문했다.
바자라가
[플레이어], 잠깐 시간 있나?
바자라가
갑자기 미안하군. 앞으로는 상황이 급전개될 것 같다.
바자라가
이번 일로 네게도 폐를 끼친 것에 대한 사죄... 라고 하긴 뭐하지만, 식사를 대접하고 싶군.
그는 [플레이어]과 비, 루리아를 데리고 길을 걸었다.
바자라가
뭐 먹고 싶은 건 있나?
오므라이스 먹고 싶어
개쩌는 디저트 먹고 싶어
바자라가
……그래. 카시우스와 갔던, 그 음식점인가.
바자라가
그렇군. 그걸로 딱 좋군.
바자라가
…………?
바자라가
게처는...? 그건 어느 섬 이름이지?
바자라가
...미안하다. 그런 건 잘 몰라서 말이지.
그런 대화를 나누며 일행은 자연스럽게 카페로 들어섰다.
바자라가
...이상할 정도로 그립게 느껴지는군. 그 때로부터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는 [플레이어]과 비, 루리아가 메뉴를 뒤적거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카시우스 일행을 보내기 직전, 로켓의 시동이 걸리기를 기다리던 때를 떠올리면서.
레이베리
흐음...
바자라가
음...?
레이베리
봉인무기와 공생관계인 너의 존재가 흥미롭군.
바자라가
공생이라고?
레이베리
너는 그로우노스의 힘을 쓰고, 그로우노스는 네 육체를 이용해서 뿌리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
바자라가
골치아픈 일이다. 언제 폭주를 일으킬지 알 수 없지.
레이베리
또는 그로우노스가 기신화할 수도 있고 말이지.
바자라가
그래. 여간 다루기 힘든 게 아냐. 봉인무기는 하늘의 민족들도 다룰 수 있게 되어 있다고 하던데...
레이베리
완전히 그렇게 된 건 아닐지도 모르겠군. 이스터 에그를 심는 작업은 웬만큼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레이베리
아니면 소원을 이루어 주려고 한 건지도 모른다. 네 그림자 속의 소원을 말이다.
바자라가
...내 소원이라고?
레이베리
아이작의 말에 따르면 봉인무기는 사용자의 감정을 끌어올린다고 하더군.
바자라가
…………
레이베리
그로우노스는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는 네 전투방식을 보고 그렇게 해석한 거라고도 볼 수 있다.
바자라가
자아를 잃고 폭주하게끔 말이냐?
레이베리
또는 강력한 적으로서 네 앞을 막아서려는 의도 또한 있었을지도 모르지.
바자라가
…………
바자라가
...... 하지만 그것은 내가 진정 원하는 일이 아니다.
레이베리
공생관계에 있다면 그로우노스도 곧 그걸 이해하겠지. 네 약한 점과 강한 점, 둘 다 말이다.
바자라가
약한 점이라...
레이베리
꼭 결점이라고 할 수는 없는 성질이다. 철은 물질들을 흡수하며 강해지지만 동시에 약해지기도 하지.
레이베리
하지만 높은 탄력성을 지닌 물질과 결합한다면 그 혼자서는 얻을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함을 얻는다. 기공단이나 조직처럼 말이다.
바자라가
...?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레이베리
내가 잔해를 조합해서 만들어진 몸이니 하는 말이다만, 네 몸도 그렇게 쓸모없지는 않다.
바자라가
...그러냐.
바자라가
오늘의 너는 말이 많군.
레이베리
말했지 않나. 기신과 동화한 네게 흥미가 있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그러고 있는 동안 로켓이 소리를 내며 엔진이 기동되었음을 알렸다.
레이베리
오래된 숙원대로 달에 향하게 되었으니, 들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 네 소원도 이루길 바란다.
바자라가
그래. 다들 무사히 도착하기를 빌겠다.
바자라가
…………
[플레이어] 일행은 열심히 식사하고 있었지만, 바자라가의 손은 멈춘 채였다.
[플레이어]은 그것을 눈치채고 그에게 말을 걸었다.
바자라가
...그 작은 기계가 했던 말이 문득 떠올라서 말이다.
바자라가
검이란 부드러운 연철과 강인한 강철을 섞어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사람도 그와 같다고 하더군.
바자라가
분명 너희들이 그 중심이 되어주고 있는 거겠지.
바자라가
...아니. 별 얘기는 아니다. 신경쓰지 말고 계속 먹어라.
부드러운 철이 검을 강하게 만들듯이, 그로우노스의 뿌리가 바자라가의 몸을 지탱해 주고 있듯이...
자신의 마음을 지탱해 주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는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2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아이작들의 출발을 지켜보다 섬을 떠난 [플레이어] 일행. 제타는 그랑사이퍼 갑판에서 출발 직전 아이작의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알베스의 창의 힘을 더 끌어내기 위해서는 강한 감정이 트리거가 될 것이라는 게 아이작의 견해였다. 제타의 감정의 절정에 알베스는 반응해 기신 못지않은 힘을 발휘한다고. 제타는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마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제타
…………
일행은 아이작 일행을 배웅한 후 섬을 떠나 비행하는 중이었다.
[플레이어]은 배 난간에 턱을 괴고 먼 곳을 바라보는 제타의 모습을 발견했다.
제타
…………
제타에게 말을 건다
제타의 옆구리를 찌른다
제타
응……[플레이어]. 무슨 일이야?
평소의 제타와 달리, 그 미소는 어딘가 덧없어 보였다.
제타
아,하하……이상해 보였어, 나? 조금말야, 이런저런 생각중.
제타
으악!?
슬며시 다가가도 제타는 눈치채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플레이어]은 그녀에게 말을 거는 대신 손 끝으로 옆구리를 찔렀다.
제타
...[플레이어]? 가, 갑자기 뭐야!?
제타
아... 진짜.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었는지 까먹었잖아. 이렇게 보여도 꽤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단 말이지.
제타
아까 안경 군이 출발하기 전에, 알베스를 좀 봐 주고 갔는데...
아이작
...자, 병아리 아가씨. 이제 알베스를 보여줄래?
제타
어? 아니, 난 괜찮으니까 카시우스나 데리고 가.
아이작
안타깝게도 엔진이 예열될 때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거든. 알베스를 제대로 조사할 정도의 시간도 아니긴 하지만.
제타
...그럼 부탁해. 그 녀석은 어때?
아이작
안정된 상태야. 역시 달의 전사라니까. 맨몸으로 달 표면에 나올 정도로 터프하지.
그런 말을 하며 아이작은 알베스를 받아들고 조사하기 시작했다.
아이작
어... 으흠... 그렇군... 역시 봉인무기는 서식이 다르네...
제타
뭐 좀 알겠어?
아이작
음... 아무래도 알베스는 네 몸 상태를 읽어들이는 모양이야. 심박수, 땀, 체온, 뭐 그런 거.
제타
뭐? 몸 상태? 내가 감기에 걸리면 그런 것도?
아이작
그럴지도 모르지. 아, 로그까지는 안 봤어. 난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사람이거든.
제타
흐음... 이상하네. 무슨 목적인지 전혀 모르겠어.
아이작
읽어본 결과, 네 몸 상태를 어떤 트리거로써 사용하고 있는 모양이야. 그걸로 "각성"하는 거지.
제타
그럼 각성시키고 싶으면 전력으로 달린 후에 알베스를 썼을 때 가능성이 올라간다는 뜻이야?
아이작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듯하긴 한데... 뭔가가 마음에 걸려.
아이작
으음... 심박과 땀이라...
그는 눈을 찌푸리고 머리를 통통 두들겨가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이작
...어쩌면, 실은 감정을 읽게 만들고 싶었던 걸까?
제타
뭐. 감정이라고?
아이작
달에는 감정을 철저히 배제시킨 초합리주의자들만 있다고 전해들었거든.
아이작
"미아가 되어서 곤란해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대가도 받지 않고 구해준 하늘의 민족의 감성을 이해할 수 없었겠지.
아이작
그래서 심박수같은 유사 감정의 데이터를 트리거화해서 각성시키는 구조일지도 몰라.
제타
그럼 몸 상태라기보단 기분이려나... 그 때는 무아지경에 빠져 있었거든.
아이작
정말로 알베스가 필요할 때에, 병아리 아가씨의 감정이 피크에 다다르면 그게 각성에 다다르는 것이 틀림없어.
제타
...잘은 모르겠지만 대충 느낌은 왔어.
그러는 동안 로켓이 소리를 내며 엔진이 기동되었음을 알렸다.
아이작
뭔가의 힌트가 되었다면 다행이겠어. 그럼 난 달에 다녀올게.
제타
아, 한 가지 더 물어봐도 될까? 왜 날 병아리라고 부르는 거야?
아이작
...금발이라서?
제타
으에... 루리아쨩은?
아이작
옛날에 푸른 털의 잉꼬를 본 적이 있거든.
제타
아, 그러셔. 뭐 됐어. 고마워.
아이작
그래. 너희 일이 덕트하게 풀리기를 바랄게. 그럼.
제타
응. 카시우스 잘 부탁해. 안녕.
제타
...라고 하더라고.
감정이 열쇠라...
노란색이라서 병아리라니...
제타
있지. 신기하지? 합리주의자가 반대로 우리에게 무기를 남겨주다니 말이야.
제타
자신들의 무기를 현지인이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제타
여차했을 때에 기신과 싸우기 위해서? 그건 조국을 배신했다는 걸까?
제타
왠지, 의문이 갑자기 생겨서.
제타
……후우.
제타
으어! 그 부분은 신경쓰지 않아도 되거든! 나 지금 진지한 얘기 하는 중이란 말이야!
제타
...[플레이어]? 한 마디 해 두겠는데 날 또 병아리라고 부르면...
제타
이렇게 머리 다 헤집어버릴 거다! 요 녀석!
제타
....후우.
그녀의 눈이 다시 먼 곳을 향했다.
제타
내 감정이 극에 달할 때라... 그 트리거는 뭐라고 생각해?
제타
일, 보수, 밥, 또... 옷이라던가? 프라이드, 허영심... [플레이어]네하고 밥 먹는것도 좋아하는데.
제타
소중한 것을 빼앗길 뻔할 때 그렇게 되는 건가? ...하고 머리 속에서 계속 맴도는 중이야.
제타
...아하하. 의외로 자기 자신에 대한 일인데도 알 수가 없더라고.
제타
한동안 더 고민해 봐야겠지... 자신과 마주하면서 말야.
제타
베아처럼 알베스를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각성도 더 자유로워질 텐데.
제타는 손에 든 알베스를 바라보며 괴로운 듯이 한숨을 쉬었다.
그런 식으로 고민하는 제타의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3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달의 기관으로부터의 통신을 감청. 대상은 포실에서의 생활자. 개체는 불문. 발신자는 달로 귀환을 성공한 엔지니어・아이작. 함께 귀환을 한 에이전트・카시우스에게 개두 처리가 되어 뇌가 적출, 분석되고 있다는 것. 엔지니어・아이작의 음성에서는 공포와 비애의 감정이 강하게 검출되었습니다. 엔지니어 아이작은 구원을 요청합니다.

아이작
아... 메이데이. 메이데이. 달의 후손 여러분, 누구 듣고 있는 사람 없나?
아이작
하아... 전해진다면 좋겠는데. 이걸 듣고 있는 너. 네게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친절함이 남아 있기를.
아이작
어... 이쪽은 아이작. 달의 기관에서 통신을 보내고 있어. 그래. 난 무사히 달로 돌아왔어.
아이작
이 쪽에서도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 지금부터 하는 말을 어떤 사람에게 전해 줬으면 좋겠어.
아이작
[플레이어], 제타, 바자라가, 베아트릭스, 유스테스, 이루자... 아니, 아예 그레이스한테라도 상관없어.
달에 도착한 나는 즉시 카시우스와 분리되어 기관으로 안내됐어.
남자
저게 귀환자 카시우스인가. 규소비율이 저하되어 있군. 저래서야 부수는 맛이 없겠어.
여자
유기물이 잔뜩 들어 있어서 맛있을 것 같아. 맛있는 거 엄청 먹고 왔나보네.
청년
미아가 된 야치마는 못 돌아왔구나...
그리고...
남자
음? 귀환자. 뭘 가지고 왔지? 이물질 반응이 있다만.
아이작
어... 나? 내가 가지고 온 건 파트너하고 이 기어 정도인데...
청년
보인다... 다른 세계에서 왔구나... 엄청 사이킥한걸...
남자
다른 세계에서 왔다고? 위험하군.
남자
이건가? 이물질은. 즉시 부숴서 처리하겠다.
레이베리
…………!
아이작
자자자잠깐만! 난 그 파트너가 필요하단 말이야! 파괴하는 것만은 참아 줘!
여자
기다려, 데안. 먼저 맛 좀 보면 안 돼? 다른 세계의 맛을 보고 싶어.
청년
파나. 레이베리가 온 곳은 다른 세계라고 할 정도는 아냐. 원래는 포실 주민인걸...
아이작
뭐!?
레이베리
…………
파나
어머... 엘도가 말했던 야치마의 친구인가? 여기 오고 싶어서 기신이 되었다던 그 녀석.
엘도
맞아... 어렸을 때 야치마하고 약속하는 모습이 방금 보였는걸...
파나
질량 보존의 법칙이 맞아떨어진 모양이네. 야치마가 사라졌으니 다른 물질이 돌아온 거지. 부자가 되려면 밧줄 꼬기부터 시작해야 하듯이, 이건 진리야.
레이베리
…………
데안
그렇다면 귀환자, 뭘 가져온 거지? 다른 세계라는 건 뭐냐. 부수겠다.
아이작
어... 아니. 다른 세계라고 해도 전 무슨 소린지 잘...
아이작
...다른 세계?
아이작
짚이는 게 하나 있긴 해... 그레이스라는 사람한테 속아서 유세 주민의 고기를 먹게 됐었는데...
아이작
금방 토해냈어. 그런데도 몸에 흡수되었던 모양이네...
데안
이물질은 귀환자의 몸 안에 있는 건가. 귀환자를 때려부술 수는 없지. 아드레날린이 남아도는군.
파나
먹어도 된다는 허가도 안 내려오겠지? 허기 채우고 싶은데 말야.
엘도
어느 쪽이든 한동안은 무리일 거야...
아이작
뭔가, 뭔가가 이상했어. 조금씩 이상하게 느껴졌지.
아이작
애초에 그들은 상처입은 카시우스를 전혀 걱정하지도 않더군. 그게 묘한 위화감으로 남아 있었어.
아이작
내게는 조사 권한은 없었지만, 슬쩍 뒤져 볼 기술이 있었지. 그래서 위화감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조사해 봤어.
아이작
(그레이스가 내게 유세의 주민의 고기를 먹인 것은 위장을 위해서였던 건가?)
아이작
(그때 건네줬던 이 변색된 메스... 이걸 숨기기 위해서...)
혼돈을 읽으려고 하면 좋은 일이 생기지 않는다. 그것은 기계라고 해도 마찬가지였어. 혼돈이 닿으면 뭐든지 오작동했지.
그레이스가 준 메스에 남은 혼돈의 찌꺼기가 권한 없는 내게도 문을 열 힘을 줬던 거야.
아이작
…………!!
카시우스의 방 문도 혼돈 덕분에 쉽게 열렸어. 안쪽은 엄청난 꼴이었지.
...모든 것을 전해주기 전에 이거 한 가지는 말하고 싶어.
카시우스가 달의 파편으로 보내졌을 때 썼던 포드에서 기록을 봤는데, 애시당초 귀환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았어.
내가 로켓의 부품을 받기 위한 컨테이너하고 별 차이 없었지.
...미안해. 카시우스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가 더 듣고 싶겠지?
카시우스는 뇌를 적출당했어. 그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와 푸른 머리의 소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기관은 심문을 거치지도 않고 그의 뇌에 직접 액세스해서 분석하고 있는 거야.
하늘의 세계에서의 생활을 통해 달의 주민들은 다양한 변화를 거쳤어. "조직"을 만들기도 하고, "적"이 되기도 하고.
카시우스는 하늘에서의 생활이 달의 주민에게 주는 영향을 보기 위한 샘플이었던 거지.
나는 이런 잔혹한 짓을 위해서 일족의 소원을 이룬 걸까.
...너무해. 버티기가 힘들어. 누가 좀 도와줘...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