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안토니와 로미오가 이야기한 날의 한밤 중. 벤볼리오는 국왕의 조각상을 가지고 로미오가 있는 곳에 나타나, 돌아와 줄 수 없는지 설득한다. 로미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공부해왔지만, 중요한 때 도움이 될 수 없었던 괴로움을 토로하는 벤볼리오. 하지만 로미오는 벤볼리오가 길러온 힘을 베로나의 미래를 위해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안토니와 이야기를 나눈 날 밤이었다.
방문객을 알리는 노크 소리에 로미오는 펜을 내려놓았다.
로미오
네?
벤볼리오
…………
로미오
벤볼리오...
벤볼리오
로미오님... 밤 늦게 죄송합니다.
로미오
괜찮아. 들어와서 앉아. 뭐 뜨거운 마실 거라도 내 오지.
벤볼리오는 부엌에 서서 물을 데우는 로미오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벤볼리오
…………
벤볼리오
...... 이제 여기 오지 말라고 말씀하시지는 않는군요.
로미오
...그건 미안했다. 너무 냉정하게 말했지.
벤볼리오
아뇨...
그대로 대화는 끊어졌고, 방 안에는 로미오가 마실 것을 준비하는 소리만이 울려퍼졌다.
조금 후, 그는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는 컵을 벤볼리오 앞으로 가져왔다.
로미오
뜨거우니 조심해.
벤볼리오
감사합니다.
벤볼리오는 천천히 컵에 손을 뻗으려고 했으나, 그 손은 결국 힘없이 내려갔다.
벤볼리오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죄송합니다.
로미오
아니...
벤볼리오
한 가지만 더. 로미오님께 확인받고 싶은 게 있습니다.
벤볼리오
이걸...
벤볼리오가 책상 위에 놓은 것은 검을 쥔 남성을 본뜬 정밀한 조각이었다. 그것을 본 로미오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로미오
국왕의 조각상? 네가 어째서 이걸...
벤볼리오
제가 관리를 일임받은 옛 몬타규 자산들 사이에서 찾아냈습니다.
벤볼리오
다른 잡동사니들과 함께 상자 안에 파묻혀 있었습니다만...
벤볼리오
저는 이것에 대해 적힌 사오의 수기를 읽은 적이 있기에 알 수 있었죠.
로미오
그랬군... 그리운걸.
로미오의 목소리에서는 어딘가 씁쓸한 울림이 느껴졌다.
벤볼리오
로미오님은 이 조각상을 지니고 수호정령에게 선택받으셨습니다. 아닌가요?
로미오
...맞아.
벤볼리오
그럼 역시 당신이 옳았던 거군요.
벤볼리오
나라를 수호하는 영웅의 곁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는 수호정령에게 선택받은 당신이...!
로미오
그게 아냐, 벤볼리오.
로미오
분명 나는 베로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최적의 길을 필사적으로 찾아헤맸다.
로미오
스스로를 희생할 각오도 다졌지.
로미오
그렇기에 당시 국왕의 수호정령에게 선택받았던 것일 테다.
로미오
허나 역시 나는 어리석었다.
벤볼리오
그렇지 않습니다...!
항의하듯 목소리를 높이는 벤볼리오를 향해 로미오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로미오
안토니에게는 그것이 비극이 아니라고 말했고, 물론 본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지만...
로미오
그것이 최적의 길이 아니었다고도 생각한다.
로미오
코너에 몰린 끝에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고, 그래서 달리 있었을지도 모르는 길을 무의식중에 닫아버리고 말았지.
로미오
그리고 국왕의 수호정령에게 선택받았기에 거꾸로 올바른 길로 갈아탈 기회를 잃어버린 거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로미오
...무슨 말을 하든 변명에 불과하겠지만 말야.
벤볼리오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때 나라에 없었던 저는...
벤볼리오
다만 당신의 입으로 당신께서 어리석었다고 하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벤볼리오
괴로웠다면, 힘들었다면, 고민했다면!
벤볼리오
어째서 저를 불러들이지 않으셨던 겁니까?
로미오
…………
벤볼리오
...저는 당신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서 공부해왔던 겁니다.
벤볼리오
나라를 위해 살아가는 당신을 위해서...
벤볼리오
그런데 제일 중요한 때에 저는 당신을 돕지 못했죠.
벤볼리오
저는 그저 그게 분하고 괴롭습니다.
벤볼리오
당신이 의지할 수 없었던 나 자신도, 저를 의지해 주지 않으신 당신도...
벤볼리오
그 어느 쪽이든...
로미오
네 말대로다, 벤볼리오.
로미오
그때 누군가에게 기대려 하지 않고 나는 혼자라고 결론지은 후, 다른 길을 포기해버린 것이야말로
로미오
내가 스스로를 어리석었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니까.
벤볼리오
…………
로미오
벤볼리오.
로미오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후, 고개를 떨군 벤볼리오의 얼굴을 아래쪽에서 올려다보았다.
로미오
네가 나를 위한 것이었다고 말해 준 모든 힘을, 베로나의 미래를 위해서 써 다오.
로미오
이기적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내 바람이다.

2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로미오의 계획을 결행하는 축제날 밤. 로미오와 안토니가 계획한 연극을 보러가기 위해 [플레이어] 일행은 변장한 줄리엣, 로잘린드와 함께 축제에 나선다. 하지만 [플레이어] 일행이 먹을 것을 사러 자리를 비운 사이, 줄리엣과 로잘린드는 다시 지하조직의 조직원에게 습격받고만다. 그 궁지에 나타난 것은 로미오였다. 로미오는 조직원들을 쓰러뜨리고, 둘을 데리고 그 장소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축제날 밤이 되었다.
줄리엣
...후후.
줄리엣은 창문가에서 밖을 내다보며 미소지었다.
줄리엣
축제의 불빛이 아름답구나... 즐거워하는 목소리마저 들려오는 듯한 기분이야.
줄리엣
하아...
조용한 방에 내려앉은 한숨을 지워버리겠다는 듯이 노크 소리가 울려퍼졌다.
비
줄리엣!
루리아
실례합니다!
줄리엣은 기쁜 표정으로 방에 들어온 [플레이어] 일행을 맞이했다.
줄리엣
여러분 다 같이 오셨군요! 무슨 일이신가요?
루리아
저희 지금부터 축제에 가려고 하는데요.
줄리엣
어머, 멋지네요. 재미있게 놀고 오세요.
루리아
저기...
비
넌 안 갈 거야?
줄리엣
네... 저는 안 가려고요.
비
의회 안에 있다는 나쁜 놈 조사도 거의 끝나서 이제 잡기만 하면 되는 상황 아냐?
비
오늘쯤은 좀 쉬어가도...
루리아
게다가 광장 야외 스테이지에서 로미오 씨랑 안토니 씨가 기획한 연극을 한다고 했잖아요?
루리아
보러 가지 않으실 거예요?
줄리엣
로미오가 사오로서 희곡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신경도 쓰이지만...
줄리엣
제가 가서 괜한 소동이라도 벌어지면 그 계획에 방해가 될 테니까요.
줄리엣
여러분이 제 대신 보고 와 주세요. 다녀와서 들려주실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을게요.
루리아
그치만...
비
옛날에는 데보라랑 티볼트한테 무리한 부탁을 해서 변장한 채로 축제에 갔었잖아.
루리아
저희가 처음 만났던 것도 축제날 밤이었죠.
줄리엣
맞아요. 그립네요.
줄리엣
하지만 역시 저는 가지 않으려고요.
줄리엣
옷을 좀 갈아입는 정도로는 안토니 씨처럼 저를 알아보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고요.
줄리엣
...후후. 로잘린드한테 혼나는 것도 싫으니까요.
로잘린드
그렇게 제 탓으로 돌리지 말아 주실래요?
줄리엣
로잘린드! 미안해요, 그럴 생각이었던 건...
로잘린드
무슨 생각이었든 오늘은 저도 같이 갈 거예요.
줄리엣
같이?
로잘린드
...저만 두고 나간 사이에 또 안토니와의 만남을 놓치는 건 참을 수 없으니까요.
줄리엣
네?
로잘린드
...아, 아무튼! 이제와서 얌전히 시키는 대로 하는 공주님인 척하는 건 그만두세요.
로잘린드
변장도 그래요. 아무도 못 알아보게 하면 되잖아요.
줄리엣은 눈을 휘둥그레하게 뜬 채로 로잘린드가 내미는 옷을 받아들었다.
줄리엣
아, 이건...
로잘린드
이제와서 축제 한두번 가는 게 뭐 어떻다고 그러세요.
로잘린드
지하 조직 집회에 숨어들었던 일에 비하면 이런 건 아무 것도 아니죠.
줄리엣
그야 그럴지도 모르지만...
로잘린드
자, 줄리엣님. 빨리 옷 갈아입고 오세요.
비
우와~ 역시 축제에는 사람이 잔뜩 있네!
루리아
가게도 잔뜩 있고요... 아, 저기 저 노점 음식 엄청 맛있어 보여요!
로잘린드
루리아쨩! 달려가면 다른 사람하고 부딪치잖니!
루리아
네! 어... 시자리오? 씨도 같이 가요!
줄리엣
응, 금방 갈게!
줄리엣
누나는 뭐 먹고 싶어?
로잘린드
음... 차가운 음료수나 좀 달콤한 거...
비
오!
폭죽이 쏘아올려지는 소리와 화려한 빛에 일행은 일제히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루리아
불꽃놀이예요!
로잘린드
어머, 예쁘다!
줄리엣
네. 그러게요...
ティボルト
이봐, 줄리엣! 너무 멀리 가지 마!
줄리엣
네! 전 괜찮아요!
악단의 연주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어떤 남자와 여자의 운명이 교차되었다.
줄리엣
안녕하세요?
로미오
안녕... 하세... 요.
줄리엣
안녕하세요...
두 사람이 만났던 그 순간, 마치 하늘이 모든 것을 준비하기라도 한 듯 밤하늘을 불꽃이 수놓았었다.
불꽃을 바라보는 줄리엣의 머리 속에는 4년 전 로미오와 만났을 때의 광경이 되살아났다.
줄리엣
(로미오...)
줄리엣
(살아있다면 이 떠들썩한 축제 속 어딘가에 당신도 있는 건가요?)
줄리엣
(어째서일까. 가까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로잘린드
...시자리오.
홀로 생각에 빠진 줄리엣의 어깨에 로잘린드가 부드럽게 손을 올렸다.
로잘린드
저기 앉을 수 있는 곳이 있어. 가자.
줄리엣
아... 네. 그래.
루리아
그럼 저희는 먹을 거 사서 갈게요!
비
자리 맡아놓고 있어. 같이 먹자!
로잘린드
네, 그럼 부탁할게요.
루리아
다녀오겠습니다!
노점을 향해 뛰어가는 루리아 일행을 배웅한 뒤, 로잘린드와 줄리엣은 반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
이봐, 너희들.
누군가가 줄리엣의 어깨를 움켜잡아 멈춰세웠다.
줄리엣
어...?
지하조직 조직원1
...역시. 전에 본 두 녀석들이군.
로잘린드
...!
지하조직 조직원2
오늘은 놓치지 않아.
줄리엣
악...!
로잘린드
이거 놓으세요!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줄...
지하조직 조직원2
떠들지 않는 게 좋을걸.
로잘린드
...!
나이프가 들이대어지는 차가운 감촉에 로잘린드의 목이 움츠러들었다.
줄리엣
로잘린드!
지하조직 조직원1
너도 움직이지 마. 떠들지도 말고.
줄리엣
으...
지하조직 조직원1
...좋아. 여긴 사람들 눈이 너무 많군. 얌전히 따라와.
지하조직 조직원1
자... 이 근처는 조용하군.
남자들은 줄리엣과 로잘린드를 사람들이 잘 지나다니지 않는 뒷골목으로 끌고 갔다.
지하조직 조직원1
우선 전에 하던 질문을 이어서 하지. 이번에야말로 너희들이 뭐 하는 놈인지 불어야겠어.
줄리엣
꺄악...!
로잘린드
주... 시자리오!
줄리엣
으...
지하조직 조직원2
둔해빠진 꼬맹이구만...
벽에 내팽개쳐진 줄리엣이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자, 남자가 억지로 그녀를 일으켜세웠다.
지하조직 조직원2
어이! 일어나서 빨리 질문에 대답해!
지하조직 조직원2
...응?
줄리엣의 얼굴을 들여다보던 남자는 난폭하게 모자를 잡아챘다.
지하조직 조직원2
...이봐, 이 녀석 여자야!
줄리엣
안 돼...!
지하조직 조직원2
그러고 보니 전에도 뭔가 여자 이름으로 불렀었지.
지하조직 조직원1
너 진짜 뭐 하는 놈이야? 이유 없이 남자인 척하고 다니는 녀석이 어디 있어.
지하조직 조직원2
어이! 변명이 있으면 해 보라고!
줄리엣
아악!
로잘린드
그만두세요! 그 아이는... 제...
지하조직 조직원2
귀찮구만... 이봐, 그만 처리해 버리는 게 낫지 않겠어?
지하조직 조직원1
여기서? 그건 아무래도 좀...
지하조직 조직원2
하지만 이대로 있어봤자 시간 낭비잖아. 오늘은 우리도 여러 가지로 바쁜데.
지하조직 조직원1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마음대로 행동하면 안 돼. 끌고 가서 보고하는 편이...
지하조직 조직원2
이런 여자애 둘을 끌고 가봤자 무슨 의미가 있어! 그냥 여기에서 처리하는 게...
지하조직 조직원2
으악!
지하조직 조직원1
뭐 하는 놈이야!
지하조직 조직원1
으윽!
로잘린드
어...?
줄리엣
…………
로미오
뛰어!
로잘린드
아, 네!
줄리엣
...!
로잘린드는 로미오가 시키는 대로 줄리엣의 손을 잡아끌며 달렸다.
로미오
…………
로미오는 쓰러져있는 남자들을 흘낏 쳐다본 후 재빨리 두 사람을 쫓았다.

3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결국 로미오와 줄리엣은 말을 주고 받지만, 서로의 정말로 말하고자 했던 것은 말하지 못한 채로, 다시 헤어지고만다. 하지만 줄리엣과 합류한 파리스는 "당신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고 줄리엣의 등을 민다. 한편, 시가지에서는 안토이와 벤볼리오가 만나고있었다. 안토니가 벤보리오의 로미오를 생각하는 마음을 긍정하자 갑자기 국왕의 조각상이 빛나는 것이었다.

로잘린드
하아... 하아...
남자들에게서 충분히 거리를 벌리며 다른 골목으로 들어섰을 즈음, 세 사람은 달리기를 멈췄다.
로잘린드
감사합니다... 로미오님.
로미오
...그래. 오랜만이구나, 로잘린드.
로잘린드
...네.
로미오
왜 둘이서 그런 곳에... 큰일날 뻔했어.
로잘린드
죄송합니다. 그게...
줄리엣
로잘린드를 나무라지 마세요! 제가 축제에...
줄리엣
오고... 싶어서...
두 사람의 시선이 서로 만났다.
로미오
…………
줄리엣
…………
줄리엣
(로미오... 진짜 살아서... 내 눈 앞에...)
아찔해지는 느낌에 줄리엣은 비틀거리며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그런 그녀를 받아주듯 로미오가 팔을 내민 것은 거의 무의식중에 일어난 일이었다.
줄리엣
...!
그러나 두 사람의 몸이 닿기 직전에 줄리엣은 제정신이 돌아온 듯 뒤로 물러섰다.
줄리엣
(안 돼... 만약 지금 그에게 안기면 분명 그와 떨어지지 못할 거야...)
로미오
…………
줄리엣
(로미오...)
줄리엣은 참아야겠다는 듯이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줄리엣
아얏...
로미오
줄리엣?
줄리엣
손이...
아픔이 느껴져 살짝 손을 펴 보니, 갑작스레 벽에 밀쳐졌을 때 생긴 상처에 피가 배어나와 있었다.
로미오
...어디 보여줘.
줄리엣
아, 네...
줄리엣이 조심스레 손을 내밀자, 로미오가 살며시 손수건을 감아주었다.
줄리엣
...감사합니다.
로미오
아프지는 않아?
줄리엣
괜찮아요...
줄리엣
(지금은 그보다도 당신의 체온이...)
로미오
흉터가 남지 말아야 할 텐데...
치료가 끝난 후에도 로미오는 가느다란 손을 놓지 못했고, 줄리엣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
로미오
...지금까지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살아있었다는 거.
줄리엣
...아뇨. 당신이 사과할 필요는 전혀 없어요. 오히려 저야말로...
줄리엣
저는...
？？？
전쟁이란 승자에 의해 패자가 일방적으로 단죄당함으로써 끝난다.
？？？
로미오 몬타규만이 죄를 저지른 패자가 되어 캐퓰렛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 채인 것이다.
줄리엣
저는 당신에게서 모든 걸 빼앗아갔는걸요...
로미오
아, 아니야! 줄리엣, 그렇지 않아.
로미오
그렇게 말한다면 나야말로 나라의 모든 것을 당신에게 떠넘기고 도망간 거나 마찬가지잖아.
로미오
나는 당신 곁에서 지지해줄 수도 없고, 당신을 지켜줄 수도 없어...
줄리엣
그런...
줄리엣
미안해요, 로미오. 당신에게 그런 말을 하게 만들려던 게 아니에요.
줄리엣
...저는 당신이 없어서 외로웠어요. 힘들고, 괴롭고, 견디기 힘들었어요.
줄리엣
눈물은 말라붙고, 외로움에 마음이 얼어붙고... 하지만 당신이 살아있어 줘서, 그게 기쁠 뿐인데...
줄리엣
미안해요, 로미오...
줄리엣이 팔을 거둬들여 두 사람의 손이 떨어졌다.
로미오
…………
줄리엣
(지금의 나는 로미오의 품에 뛰어들 수 없어. 그럴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어.)
줄리엣
(다리가 움직이질 않아. 로미오가 이렇게 슬픈 얼굴을 하게 만들다니...)
줄리엣의 눈동자에 희미하게 눈물이 맺혔다.
줄리엣
(바로 눈 앞에 있는데 당신 모습이 일그러져서 보이질 않아...)
줄리엣
…………
줄리엣은 눈물을 꾹 참듯이 작게 코를 훌쩍였다.
그때였다.
비
어! 저기 있다!
루리아
다행이에요! 겨우 찾았어요!
골목 앞에 모습을 드러낸 단장 일행이 줄리엣과 로잘린드의 모습을 발견하고 환성을 질렀다.
로미오
...미안해. 나는 이제 가야겠어.
로잘린드
아, 잠깐...!
비
너희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야! 갑자기 없어져서 깜짝 놀랐잖아!
그들 곁으로 달려온 [플레이어] 일행과 엇갈리듯 로미오는 골목 뒷편으로 모습을 감췄다.
루리아
어? 방금 그 사람은...
파리스
무슨 일 있었습니까?
줄리엣
파리스 공작...
비
너희들을 잃어버린 후에 파리스랑 만났어. 걱정하면서 같이 찾아주더라고.
줄리엣
죄송해요. 저는...
파리스
줄리엣님!
비틀거리며 쓰러지려던 줄리엣을 파리스가 받아들었다.
줄리엣
죄송... 해요...
파리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줄리엣
…………
로잘린드
...로미오 님하고 만났어요.
파리스
...!
로잘린드
줄리엣님을 부탁드려요.
로잘린드는 로미오가 사라진 골목 뒷편을 향해 달려가 버렸다.
루리아
무, 무슨 소린가요?
줄리엣
아뇨, 아무 것도 아니에요. 이제 괜찮아요...
파리스
...정말인가요? 로미오는 왜 혼자서 가 버린 겁니까?
줄리엣
...제가 그를 상처입히고 말았어요.
줄리엣
설령 살아있다고 한들 그는 이미 너무나 먼 사람... 제겐 그를 향해 손을 뻗을 자격조차...
줄리엣은 손수건에 감싸인 자신의 손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파리스
그럼 저와 결혼하시겠습니까?
줄리엣
네...?
파리스
계속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떠신가요?
줄리엣
저는...
파리스
...알고 있습니다. 줄리엣님. 그럴 수 없으시지요?
파리스는 줄리엣의 등을 지지해주고 있던 손을 치웠다.
파리스
줄리엣님. 당신은 어른이 되었습니다. 나라를 생각하고, 국민을 생각하며 그들을 훌륭히 이끌어나가고 계시죠.
파리스
허나 당신도 베로나의 백성 중 하나입니다. 행복해질 권리가 있습니다.
파리스
당신은 로미오가 너무 멀다고 말씀하셨지만, 둘 다 같은 베로나에 살고 있지 않습니까.
파리스
애초에 저희는 입장이나 신분에 의해 가로막히는 일 없는 나라를 만들려고 한 것 아니었습니까?
줄리엣
새로운 베로나...
파리스
그렇습니다.
파리스
정신 차리십시오. 당신이 그걸 잊어서야 곤란합니다.
파리스는 다시 제대로 된 눈빛을 찾은 줄리엣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한편, 축제로 시끄러운 거리가 멀지 않은 시가지에서는...
안토니
벤볼리오.
벤볼리오
...로즈 극장의 간판 배우이신 당신께서는 오늘 밤 바쁘신 것 아닌가요?
안토니
뭐 나름대로...? 하지만 무대가 시작되기까지 아직 조금 시간이 있거든요.
벤볼리오
그렇군요. 그럼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안토니
벤볼리오!
딱딱한 목소리로 최소한도의 말만 남긴 후 사라지려는 벤볼리오를 안토니가 불러세웠다.
벤볼리오
...뭡니까?
안토니
사실은 당신에게 사과하려고 했는데 말인데요...
벤볼리오
아뇨,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안토니
...그렇게 말할 줄 알았으니 관두죠.
안토니
다만 로미오님이 당신을 걱정하고 계셨습니다.
안토니
그분은 당신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 끝에...
벤볼리오
알고 있어요! 당신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벤볼리오
전부 알고 있어요. 로미오님과 당신이 옳습니다.
벤볼리오
제 주장은 그저 제멋대로고 이기적으로 꿈을 밀어붙이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벤볼리오
하지만... 모든 것이 그걸 위해서였으니까.
벤볼리오
10살이 되기도 전부터 로미오님 곁에서 그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꿈꿔왔습니다.
벤볼리오
그걸 위해 혼자 여행에 나서고, 아무리 고향이 그리워도 이를 악물며 자신을 갈고 닦았습니다.
벤볼리오
그 분의 부고를 들었을 때에는 한번 절망했었습니다만...
벤볼리오
로미오님은 살아계셨습니다.
벤볼리오
그리고 재회하게 된 로미오님은 예전과 다름없이 나라를 생각하는 상냥한 분이셨죠...
벤볼리오
그 모습을 눈에 담고 나니, 다시 꿈이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버릴 수가 없어요...
안토니
...당신이 쌓아올려온 힘은 로미오님 곁이 아니면 발휘할 수 없는 게 아니잖아요?
안토니
줄리엣님도 말씀하셨었죠. 지금의 베로나에서 당신은 충분히 능력을 살릴 수 있을 겁니다.
벤볼리오
그럴지도 모르죠...
벤볼리오
줄리엣님과 다른 분들이 저를 필요로 하고 의지해 주신 것이 기뻤고,
벤볼리오
이대로 솔직하게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벤볼리오
로미오님도 제가 그렇게 하길 바라고 계시고요...
벤볼리오
하지만...
벤볼리오
로나가 아무리 앞으로 나아가도 그분만은 이대로 과거가 되어버리고 말 겁니다.
벤볼리오
그게 슬퍼서 견딜 수가 없어.
고개를 깊이 떨군 벤볼리오의 모습은 마치 길을 잃어버린 어린아이처럼 헤매고 있는 듯했다.
안토니
너는...
안토니
그렇게 자신의 모든 걸 짜낼 수 있을 정도로 누군가를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군.
벤볼리오
....
안토니오가 벤볼리오의 머리에 살며시 손을 올리자, 힘없이 늘어진 어깨가 작게 떨렸다.
벤볼리오
왜 이런 이야기를 당신에게 해 버린 걸까...
안토니
글쎄. 네 진짜 마음은 너만이 알 수 있겠지. 지금은 내가 그걸 상상한들 의미가 없어.
안토니
하지만...
안토니
나는 더 이상 네 노력이 쓸모없고 잘못된 것이라고는 말하지 않겠어.
벤볼리오
으흑...
안토니
벤볼리오. 너는 어쩌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로미오님과 엮일 수 있을지도 몰라.
안토니
너는...
안토니
뭐지?
갑자기 벤볼리오의 몸에서 새어나온 빛을 보고 놀란 안토니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던 손을 떼어냈다.
벤볼리오
뭔가 빛났어...
벤볼리오
...국왕의 조각상이.
빛난 것은 벤볼리오가 가지고 있던 국왕의 조각상이었다.
안토니
국왕의 조각상? 네가 왜 그걸...!
벤볼리오
어?
안토니
우와앗!

4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로미오를 쫓아온 로잘린드는 "줄리엣은 당신이 아니면 행복질 수 없다"고 로미오를 밀어붙인다. 하지만 그 때, 국왕수호정령이 베로나에게 나타나 날뛰기 시작한다. 오랜 기간 지속되어온 수호정령의 구조에 이상이 발생하여, 베로나 왕국의 피를 잇는 안토니를 매개로하여, 벤볼리오를 숫주로 나타난 것이었다. 일행은 벤볼리오와 수호정령을 떼어내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 일이 있기 조금 전의 일이다. 로잘린드는 줄리엣 일행을 떠나...
로잘린드
기다리세요!
로미오
...로잘린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로미오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로미오
줄리엣 곁에 있지 않아도 되는 건가?
로잘린드
줄리엣님 곁에는 파리스 공작과 [플레이어]님 일행이 계시니까요.
로잘린드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에게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 이렇게 따라왔습니다.
로미오
내게?
로잘린드
로미오님. 당신은 지금 줄리엣님을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로미오
…………
로잘린드
저는 줄리엣님이 계속 당신에게 얽매여계시는 모습을 줄곧 옆에서 지켜봤습니다.
로잘린드
필사적으로 나라를 이끌어나가면서도 뒤에서는... 당신을 향한 사라지지 않는 감정을 껴안고 계셨죠.
로잘린드
베로나가 부흥하고 제아무리 앞으로 나아간다 하더라도, 그 분 스스로는 마음 속에서부터 미소지을 수 없다니 그런 건 너무 잔인합니다.
로잘린드
저는 줄리엣님이 꼭 행복해지시기를 바라고 있어요.
로미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로잘린드
어, 어째서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는 거죠? 마치 남 일 말하듯이...
로잘린드
당신은 지금도 줄리엣님을 사랑하고 계시잖아요?
로잘린드
줄리엣님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건 당신뿐이잖습니까!
로미오
…………
로미오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너도 알고 있잖아?
로미오
나는 여기에 있지만 나는 이미 죽은 사람이야.
로미오
베로나의 공주인 그녀를 내가 어떻게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겠나...!
로잘린드
그런 건 알아서 생각하셔야죠!
로잘린드
왜냐면 당신은 살아 계시니까요...
로잘린드
그 아무리 부르짖고 눈물흘려도 결코 돌아오지 못하는 진짜 죽은 이가 아니니까요...
로잘린드
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도 줄리엣님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방법을 당신께서 직접 생각해 내세요.
로잘린드
오직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로미오
…………
로잘린드
부탁드립니다, 로미오님...
로잘린드
뭐, 뭐지?
갑자기 밤하늘을 하얗게 물들일 정도의 섬광이 터져나왔다.
국왕의 수호정령
────！
로미오
저건...
그들의 머리 위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본 로미오의 얼굴색이 파랗게 질렸다.
로미오
국왕의 수호정령? 왜 저런 것이...
국왕의 수호정령
────！
로잘린드
저긴 큰 길 쪽인데...
두 사람이 있는 장소에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서 시끄러운 소리와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울려오고 있었다.
로잘린드
축제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을 텐데...!
로미오
막아야만 해!
로미오
"하지만 나는 봤어! 큐피드의 번개가 내리꽂힌 장소를. 서쪽 나라의 작은 꽃 위에 떨어졌지."
로미오
"유백색으로 빛나고 있던 그 꽃은 사랑에 상처받아 흘러나온 피에 물들었어..."
로미오
"소녀들은 그것을 "사랑의 팬지"라고 부르지."
로미오
어, 이 다음에는...
？？？
아... "그 꽃을 꺾어오렴... 전에도 네게 가르쳐준 꽃이란다"
로미오
...!
조심스레 대사 뒷부분을 읊조리는 작은 목소리를 들은 로미오는 깜짝 놀라 나무 밑을 내려다보았다.
로미오
...벤볼리오?
벤볼리오
죄, 죄송해요 로미오님. 저, 저는...
로미오
그랬구나. 너도 오늘 연극정에 간 거구나?
벤볼리오
네, 네...
나무 위에서 가볍게 뛰어내려오는 로미오의 모습에 놀라면서도 벤볼리오는 고개를 끄덕끄덕거렸다.
로미오
대단한데. 대사를 잘 기억하고 있네. 다른 데도 외우고 있어?
벤볼리오
글쎄요... 하지만 아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로미오
그럼...
로미오
"이런 아름다운 달밤에 마주치다니 얄궂게 되었군, 교만한 티타니아여!"
벤볼리오
"...어머, 질투심 많은 오베론. 저는 이만 실례하죠. 당신에게는 가까이 가지 않겠다고 맹세했으니까요."
로미오
"기다려, 티타니아! 나는 네 남편이지 않나?"
벤볼리오
"안타깝게도요. 하지만 저는 알고 있어요."
벤볼리오
"요정의 나라를 슬며시 빠져나간 당신이 양치기로 변장해 귀여운 필리다에게 사랑의 노래를 바쳤다는 것을요."
벤볼리오
"그뿐만이 아니에요. 그 지기 싫어하는 애인도..."
로미오
"그만둬, 티타니아! 부끄러운 줄을 알아라! 잘도 그렇게..."
로미오
...미안, 벤볼리오. 너한테 여자 역할을 시켜 버렸네.
벤볼리오
신경쓰지 마세요. 즐거웠으니까요...
로미오
하하, 나도 그래.
로미오
보기만 해도 정말 즐거운 무대였어. 엇갈리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하지만 마지막엔 모두가 웃었지.
로미오
요정의 노래와 춤도 보고 있으니 막 두근거렸어.
벤볼리오
네, 맞아요.
로미오
난 연애나 사랑같은 건 잘 모르겠지만 요정은 만나보고 싶다고...
로미오
그렇게 생각했어.
로미오
...꿈같은 소리나 한다고 비웃을 거야?
벤볼리오
아, 아뇨!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만나고 싶다고!
로미오
하하, 고마워.
벤볼리오
저기, 팬지를 찾아내면...
로미오
팬지?
벤볼리오
네. 팬지가 나 있는 곳을 찾아내면 요정이 찾으러 올지도 몰라요.
로미오
...그러게. 좋은 생각이네! 너도 같이 찾아줄 거지?
벤볼리오
물론이죠!
로미오
그나저나 벤볼리오...
로미오
너 희곡 대사 되게 잘 읊는다.
벤볼리오
...그랬나요? 막 무대를 보고 온 참인데 그 덕분인 게 아닐가요...
로미오
그렇다고 해도 잘 했는걸. 아예 배우를 지망해 보는 것도 좋겠는데!
벤볼리오
아뇨, 저는... 그런...
로미오
...미안. 그렇게 경솔하게 할 얘기가 아니었는데.
벤볼리오
저기, 로미오님이야말로...
로미오
나?
벤볼리오
희곡을 정말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혹시 배우가 되고 싶으신 건가요?
로미오
아니, 그런 건 아니야. 나는 배우가 되어 무대에 서는 것보다는 희곡을...
벤볼리오
……？
로미오
아니, 아무 것도 아냐.
로미오
자, 가자! 팬지 찾아보러!
로미오
여름 밤이 길기는 하지만 우물쭈물대다간 누군가가 먼저 찾아버릴지도 모르잖아.
로미오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다, 벤볼리오!
그 시각, 단장 일행도 밤하늘을 배경으로 커다랗게 떠오른 국왕의 수호정령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국왕의 수호정령
────！
루리아
저, 저건 전에 로미오 씨가...
줄리엣
국왕의 수호정령이에요! 어째서...?
파리스
로미오가 불러냈다는 건가?
줄리엣
로미오가 사라진 방향과는 정반대예요...
비
그보다도 전에는 저렇게 크지 않았었지?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로미오
줄리엣! 파리스!
로잘린드
줄리엣님! 무사하신가요?
루리아
로미오 씨! 로잘린드 씨!
로미오
[플레이어]... 다 함께 있었군. 다행이야.
파리스
이봐, 로미오. 저건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로미오
나도 잘 모르겠어. 애초에 국왕의 조각상은 이미 내 손에 없는걸.
줄리엣
그럼 어디에...?
로미오
...벤볼리오가 가지고 있어.
줄리엣
네? 그럼...
줄리엣
っ！？
왕비의 수호정령
내 목소리를 듣는 베로나의 공주여.
파리스
왕비의 수호정령인가!
왕비의 수호정령
시간이 없습니다. 국왕의 수호정령을 막아내 주십시오.
비
막으라고? 왜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긴 건데?
왕비의 수호정령
우리가 이 땅을 지키기 시작한 지도 수많은 나날이 흘렀습니다.
왕비의 수호정령
저희의 인간으로서의 의지는 이미 스러지고, 그저 주어진 구조를 따라갈 뿐이죠.
왕비의 수호정령
하지만 기나긴 시간에 따른 마모가 그 구조를 일그러뜨리고 말았습니다.
왕비의 수호정령
이대로는 수호자가 나라에 칼을 들이대는 존재가 되고 말 겁니다.
왕비의 수호정령
그리고 그 숙주가 된 베로나의 아이는 생명을 흡수당해 숨이 끊어지게 되겠죠.
왕비의 수호정령
부디 베로나를...
줄리엣
아...!
루리아
사라져 버렸어요...
비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파리스
전에 줄리엣님이 수호정령이란 나라를 지키는 "시스템" 같은 것이라고 말씀하셨죠.
줄리엣
네. 언젠가 왕비의 수호정령하고 계약할 때에 그렇게 배웠어요.
파리스
아까 수호정령의 말은 그것을 뜻하고 있는 듯합니다.
줄리엣
즉 오랜 시간이 흘러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가요...?
파리스
아마도요. 저 국왕의 수호정령의 현현과 폭주는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적인 움직임이라 할 수 없습니다.
로미오
뭔가 이레귤러한 사고가 일어나는 바람에 이렇게 된 건가? 그럼 벤볼리오는...
줄리엣
그 숙주가 된 베로나의 아이...
로잘린드
설마 벤볼리오가?
비
잠깐... 국왕의 수호정령을 불러내 버린 벤볼리오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얘기잖아!
？？？
생명이?
안토니
그게 사실이야?
로미오
안토니! 네가 왜 여기에?
안토니
로미오님, 당신을 찾고 있었습니다.
줄리엣
이런, 다치셨잖아요...!
안토니
아뇨, 저는 괜찮습니다. 그보다 벤볼리오가...
안토니
국왕의 수호정령이 현현했을 때 저는 그와 함께 있었습니다.
로미오
뭐라고?
안토니
벤볼리오를 질책하지 말아 주십시오. 저것이 현현하게 된 것은 그의 의지가 아닙니다.
안토니
아마도 제가 뭔가 계기를 만들어 버린 것이겠죠...
비
배우 형님이? 왜?
파리스
애초에 왜 네가 수호정령에 대해 알고 있지?
안토니
...수호정령에 대해서는 어렸을 때 부모님에게 들었습니다. 거의 옛날이야기라고 생각했었는데...
줄리엣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저조차도 2년 전, 아버님께서 왕비의 조각상을 넘겨주실 때에 처음 들었는데.
안토니
...저는 오래된 베로나 왕족의 피를 이은... 즉 에스칼라스의 후예 출신입니다.
파리스
에스칼라스라고...?
안토니
설명이든 사죄든 나중에 얼마든지 하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로미오
그 말대로야. 국왕의 수호정령을 멈추고 벤볼리오도 여기 모인 사람들도 구해야만 한다.
비
하지만 저 녀석을 어떻게 멈추는데...?
로미오
...숙주라고 했으니 국왕의 수호정령은 혼자서 존재할 수 없는 거겠지.
파리스
벤볼리오와 수호정령을 떼어놓아야 하는 거군.
로미오
그래. 생각되는 방법은 그것뿐이야.
비
저 날뛰는 수호정령을 어떻게든 제압하고 벤볼리오에게 가까이 다가가야만 한다는 거네.
로미오
벤볼리오가 지금 어떤 상태일지...
안토니
저는 수호정령이 현현했을 때의 충격에 날려가서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는 모릅니다만...
안토니
정상적인 의식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로미오
어떻게든 의식을 되찾게 만들어야 하겠군.
안토니
...로미오님의 말이라면 분명 벤볼리오에게 닿을 겁니다.
로잘린드
그러게요. 그 아이는 예나 지금이나 로미오님을 정말 좋아하니까요.
로미오
...지금은 그가 내 말을 들어줄지 어떨지 알 수 없지만 해 보도록 하지.
비
그럼 우린 로미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수호정령을 막아내자.
[플레이어]은(는) 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파리스
나도 [플레이어]을(를) 돕겠다.
줄리엣
저도 갈게요.
로미오
줄리엣, 너는...
줄리엣
말리지 마세요, 로미오. 저도 할 수 있어요.
로미오
알았어... 부탁한다.
줄리엣
안토니 씨와 로잘린드에겐 사람들의 피난유도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안토니
알겠습니다.
로잘린드
맡겨주세요, 줄리엣님.
로미오
...시간이 없다. 다들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