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응접실에 나타난 것은 베로나 의원 중 한명인 로미오의 사촌이라고 하는 벤볼리오였다. [플레이어]는 줄리엣과 파리스의 주선으로 벤볼리오에게 성을 안내 받는다. 벤볼리오는 어렷을 때부터 로미오를 뒤경모하고있어, 로미오가 사라진 지금도 실감을 할 수 없다고 한다. [플레이어]로부터 로미오가 희극을 썼던 것을 들은 본벨리오는 무언가 떠오른 것이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갑자기 울려퍼진 노크 소리에, 일행의 시선이 문으로 모였다.
파리스
누구지?
???
파리스 공작? ...벤볼리오입니다.
파리스
벤볼리오?
줄리엣
아, 제가 부탁한 일이 있거든요. 들어오세요, 벤볼리오.
???
실례하겠습니다.
벤볼리오
줄리엣님, 부탁하신 서류를 정리해 왔습니다.
벤볼리오
손님이 와 계신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만, 가능한 한 빨리 가져오라고 하셔서...
줄리엣
맞아요. 고마워요.
줄리엣은 그가 내민 서류다발을 받아들었다.
줄리엣
생각보다 빨리 하셨네요. 역시 벤볼리오에요. 항상 도와줘서 고마워요.
벤볼리오
아뇨, 과분한 말씀이십니다. 그럼 저는 이만...
줄리엣
바쁜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벤볼리오
아뇨, 딱히 그런 건 아닙니다만...
줄리엣
그럼 이 분들께 소개드려도 될까요? 모처럼 오셨으니까.
줄리엣은 흘러가는 상황을 바라보고 있던 단장 일행 쪽으로 몸을 틀었다.
줄리엣
[플레이어] 님, 그리고 여러분. 그의 이름은 벤볼리오고 베로나 의회 멤버랍니다.
벤볼리오
처음 뵙겠습니다.
루리아
안녕하세요! 저는 루리아예요.
나는 비!
줄리엣
그리고 이 분이 [플레이어] 님이세요.
벤볼리오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
줄리엣
후후, 제가 이것저것 이야기했거든요.
벤볼리오
네. 전에 일어난 전쟁 때도 많이 도와주셨다고요. 그리고 그 전에도...
벤볼리오
그... 로미오님하고 여행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루리아
네? 아... 맞아요. 같이 여행했어요. 그, 벤볼리오 씨하고 로미오 씨는 무슨 사이신가요...?
파리스
벤볼리오는 로미오의 사촌 형제다.
아, 그랬구나! 그러고 보니 머큐시오도 사촌이었다고 했던 것 같은데...
벤볼리오
로미오님께 머큐시오는 어머니 쪽 사촌, 저는 아버지 쪽 사촌이 됩니다.
벤볼리오
...여러분께서는 머큐시오도 알고 계시는군요.
뭐 그렇지. 처음에 로미오랑 만났을 때에는 머큐시오도 같이 있었거든.
벤볼리오
그러셨군요. 그래서 그...
벤볼리오가 망설이는 듯이 말을 흐리자 단장 일행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루리아
무슨 일 있으세요?
벤볼리오
아뇨, 그런 건...
벤볼리오
말씀하시는데 방해해서 죄송했습니다.
줄리엣
...벤볼리오. 모처럼 만났는데 [플레이어]님 일행하고 조금 더 이야기하는 건 어떤가요?
벤볼리오
네? 하지만...
줄리엣
저는 방금 받은 이 서류를 급히 확인해봐야 하거든요.
줄리엣
그 사이 단장님 일행의 상대를 부탁드리고 싶은데요.
벤볼리오
그렇다면 기쁘게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파리스
머무를 방 준비도 이미 끝났을 거다. 안내를 부탁해도 되겠나?
벤볼리오
예, 물론이죠. 그런데 파리스 공작은 다른 일이 있으신가요?
파리스
나도 좀 처리하고 싶은 일이 있거든.
루리아
역시 두 분 다 바쁘셨군요.
줄리엣
아뇨...
줄리엣
아, 저녁식사는 같이 해요.
루리아
네! 그렇게 해요!
파리스
그럼 우리는 이만... 가시죠, 줄리엣님.
줄리엣
네. 벤볼리오, 잘 부탁해요.
벤볼리오
예, 제게 맡기십시오.
줄리엣과 파리스가 응접실을 떠나자, 그 자리에 남겨진 벤볼리오는 애매하게 미소지었다.
벤볼리오
그럼... 우선 방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응! 부탁해!
벤볼리오
여러분은 전에도 이 성에 와 보신 적이 있으시지요?
루리아
네! 베로나에 오면 늘 여기서 신세지고 있어요.
벤볼리오
그럼 안내드릴 필요는 없었을까요?
글쎄, 그건 잘 모르겠네.
루리아
에헤헤... 성이 너무 넓어서 매번 헤매곤 해요.
벤볼리오
후후, 알겠습니다. 그럼 방을 안내드린 후에 여기저기 모시고 가도록 하죠.
그거 좋지! 고마워!
벤볼리오
아뇨... 저도 아직 여기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익숙치는 않습니다만.
아, 그러게. 지금까지는 만난 적 없었지.
벤볼리오
유학 때문에 어렸을 때 나라를 떠났거든요. 얼마 전에 돌아온 참입니다.
벤볼리오
그래서 로미오님과도 만나지 못한 채로...
루리아
…………
벤볼리오
그 분께서 돌아가셨다니 지금도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그러면 안 된다고는 생각하지만요.
벤볼리오
방금 전에도 줄리엣님과 파리스 공작이 절 배려하게 만들었죠.
배려했다고?
벤볼리오
두 분께서는 제가 여러분과 로미오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끔 저만 남겨두고 가신 겁니다.
아~ 그랬던 거구나.
루리아
저희라도 괜찮다면 로미오 씨 이야기 잔뜩 해 드릴게요!
벤볼리오
감사합니다.
근데 무슨 얘기부터 하면 될까?
그 녀석하고 처음에 만나서 우리 배에 올라탔던 건 꽤나 오래 전 이야긴데...
벤볼리오
한밤중에 갑판에서 혼자 희곡 대사를요?
루리아
저희가 왔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어요.
루리아
로미오 씨는 혼자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누구하고 얘기하고 있는 건가 싶어서 깜짝 놀랐었죠.
뭐, 익숙해지고 나니 또야? 하고 생각하게 됐지만.
벤볼리오
후후, 로미오님답네요.
벤볼리오
제가 아직 몬타규에 있을 때에...
벤볼리오
로미오님은 아직 어리셨지만 비슷한 일이 있었죠.
그래? 어떤 일인데?
벤볼리오
그날 밤엔 왠지 잠이 오질 않아서... 멍하니 창문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벤볼리오
그러자 작은 불빛이 성 뒤편으로 사라지는 것이 보였죠.
벤볼리오
자세히 보니 로미오님이길래... 서둘러 침대에서 내려와 그 뒤를 쫓았습니다.
헤헹~ 제멋대로 성을 빠져나가는 로미오를 붙잡으려고 그런 거지?
벤볼리오
당치 않습니다! 찬스라고 생각했죠.
루리아
찬스라고요?
벤볼리오
그때의 저는 로미오님과 가까워지고 싶은데도 좀처럼 말을 걸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벤볼리오
해가 떠 있을 때의 로미오님은 후계자로서 늘 바쁘셨으니까요.
벤볼리오
자유시간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 머큐시오가 여기저기 끌고다니는 바람에...
벤볼리오
저는 두 분보다 나이도 조금 어리고, 그닥 활발하지 못했던 탓에 어울리지 못했었죠.
벤볼리오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애틋해하듯 눈을 가늘게 좁혔다.
벤볼리오
그렇기에 그 날 밤에 있었던 일은 정말 특별했습니다. 잊을 수 없을 겁니다.
루리아
로미오 씨하고 이야기를 나누셨군요.
벤볼리오
후후, 그렇죠.
벤볼리오
혼자 희곡 대사를 낭독하고 계셨던 로미오님께 용기를 쥐어짜서 말을 걸었습니다.
벤볼리오
나무 위에 계셔서 조금 놀라긴 했습니다만.
어? 잠깐만. 그거 설마...
팬지 꽃 찾았을 때 얘기야?
벤볼리오
……!
벤볼리오
맞습니다. 그걸 어떻게...?
루리아
로미오 씨한테 들었어요.
벤볼리오
로미오님이...
루리아
후후. 그때 같이 있었던 건 벤볼리오 씨였군요!
벤볼리오
로미오님도 기억하고 있었던 건가...
벤볼리오는 눈물을 참으려는 듯이 눈살을 찌푸리며 눈을 감았다.
루리아
벤볼리오 씨...
벤볼리오
...저기, 하나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뭔데?
벤볼리오
로미오님은 희곡 대사를 외우기만 하셨나요? 직접 쓰거나 하진 않으셨습니까...?
어, 썼어! 직접 쓴 대사를 낭독하기도 했어.
루리아
그걸 들켰을 때에는 평소보다 훨씬 부끄러워했죠.
벤볼리오
그렇군요... 직접 희곡을... 역시...
응? 그게 왜?
벤볼리오
아뇨... 아무 것도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플레이어]은 어딘가 곤란해 보이는 벤볼리오의 미소가 조금 마음에 걸렸다.

2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업무에 힘쓰고있는 줄리엣에게, 베로나 의원 중 한명인 줄리엣의 보좌, 로잘린드가 찾아온다. 줄리엣은 로잘린드와 이야기하던 중에, 파리스로부터 프로포즈를 받았다는 것을 자백한다. 하지만 아직 로미오를 잃은 슬픔이 커, 앞으로 나아가는 국가나 주변이 자신만을 두고 가는 것 같다는 어쩔 수 없는 고독감을 토로하는 것이었다.

줄리엣
후우... 이걸로 다 본 거겠죠?
줄리엣
역시 벤볼리오예요. 항상 자료가 확실해서 도움이 되는군요.
서류를 훑어보던 줄리엣은 혼자 중얼거리며 의자 깊숙히 몸을 묻었다.
줄리엣
하아...
허공으로 내뱉은 한숨을 쫓듯 시선이 흔들렸다. 그때였다.
마치 타이밍을 재기라도 한 것처럼 누군가가 방문을 노크했다.
줄리엣
...네.
???
로잘린드입니다. 줄리엣님.
줄리엣
어머, 로잘린드? 어서 들어오세요.
로잘린드
일은 끝마치셨나요? 줄리엣님.
줄리엣
네, 방금요. 여전히 노리기라도 한 듯한 타이밍이군요.
로잘린드
후후. 보좌로서의 유능함을 칭찬하고 계시는 거라고 받아들일게요.
로잘린드
...그래서, 열심히 일하는 것은 좋지만 중요한 손님들은 어쩌고 오신 건가요?
줄리엣
네... 사실은 벤볼리오가...
로잘린드
...하아. 그렇게 된 거군요.
로잘린드
줄리엣. 당신은 정말 사람이 좋다니까.
줄리엣
그, 그런가...?
로잘린드
뭐... 벤볼리오 쪽에서도 눈치챘겠지만.
줄리엣
아... 역시. 괜히 또 신경쓰이게 했을까요.
로잘린드
어쩔 수 없지. 그는 옛날부터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기만 했는걸. 평범한 사람들보다 훨씬 민감해.
줄리엣
그렇군요.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제가 있으면 제 눈치를 보느라 로미오 이야기를 하지 못할 테니까요.
로잘린드
그렇겠지. 하지만 줄리엣 당신...
로잘린드
그것뿐만은 아니지?
줄리엣
…………
줄리엣
응, 맞아... 진심을 털어놓자면 저 자신도 듣고 싶지 않았을 뿐이에요.
로잘린드
...아직 안 되는구나.
줄리엣
그 사람을 어떻게 하면 잊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잊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로잘린드
그래.
그녀는 줄리엣의 어깨를 살며시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맞장구를 쳤다.
줄리엣
그와 같이 있었던 시간은, 손을 잡았던 시간은 정말 한 순간에 불과한데도...
줄리엣
마치 현재와 과거와 미래가 전부 거기에 압축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분명 그런 걸 영원이라고 부르는 거겠죠.
줄리엣
저는 그때 그 사람에게 마음 속 가장 부드러운 부분을 넘겨주고 말았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가슴팍 위로 가느다란 손가락을 꽉 쥐었다.
줄리엣
그렇기에 그 사람을 잃은 나는 빈 껍질이나 다름없어요. 그때 이후로 계속...
로잘린드
자신의 반신... 몸의 일부를 도려내어지는 듯한 아픔은 나도 잘 알아.
줄리엣
아... 미안해요, 로잘린드. 저는...
로잘린드
사과할 것 없어, 줄리엣.
로잘린드
지나치게 상냥한 당신은 항상 그렇게 자신이 아닌 누군가의 슬픔에 같이 가슴아파하곤 하지.
로잘린드
그런 당신의 슬픔은 누가 함께 짊어질 수 있을까...
로잘린드
마을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파리스 공작이 당신을 행복하게 해 준다면 좋을 텐데.
줄리엣
네!?
로잘린드
당신의 마음을 잘 알고 있으니까 하는 말인데, 난 파리스 공작이라면 대찬성이야.
줄리엣
아, 어... 네. 그런가요...?
로잘린드
응...? 줄리엣, 잠깐만. 그 반응은 뭐야?
줄리엣
으으... 죄송해요.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게, 그...
로잘린드
설마 파리스 공작하고 무슨 일 있었어? 응? 줄리엣.
줄리엣
로잘린드, 저는...!
로잘린드
나한테는 말 못하겠다는 거구나... 그래. 알고는 있었지만 조금 서운하다...
줄리엣
아니에요! 잠깐만요, 로잘린드!
줄리엣
그게 아니고요, 그... 함부로 누군가한테 이야기해 버리면 파리스 공작한테 미안해서요...
로잘린드
...역시 뭔가 있었구나. 어휴. 줄리엣은 정말... 거기까지 얘기했으면 그냥 다 자백해!
줄리엣
아...! 로잘린드, 비겁해요...
로잘린드
미안해, 줄리엣. 그치만 알고 싶었던 건 정말이야. 놀리려고 이러는 거 아니다?
로잘린드
당신, 혼자 다 껴안고 있으면 거기 사로잡힌 나머지 아무 행동도 못 하게 될 것 아냐.
로잘린드
그러니까 나한테 말하고 조금이나마 가벼워질 수 있다면 좋겠어.
로잘린드가 상냥하게 얼굴을 들여다보자, 줄리엣의 눈동자가 망설이듯이 흔들렸다.
줄리엣
저기, 사실은...
파리스
당신을 당황스럽게 만들 것이라는 걸 알지만 고백하겠습니다.
파리스는 평소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파리스
줄리엣, 나와 결혼해 줘.
줄리엣
...
파리스
대답은 지금 하지 않아도 괜찮아. 아니, 대답이 뭐라고 해도 나는 언제까지나 기다릴 생각이야.
로잘린드
그, 그건 프로포즈잖아...!
줄리엣
그렇게도, 말할 수 있겠죠...?
로잘린드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어요!
줄리엣
그렇겠죠...
로잘린드
그래서 답변은...?
줄리엣
아직이요.
로잘린드
...그렇겠지. 파리스 공작도 틀림없이 장기전을 각오하고 한 말일 테니까...
줄리엣
그런... 장기전이라니. 저는...
로잘린드
그렇다고는 해도 대단한걸.
로잘린드
베로나에서 제일가는 정보통인 빵집 안주인도 모르는 톱 스캔들이잖아.
줄리엣
으으, 로잘린드...
로잘린드
...미안해, 줄리엣. 내가 잘못했으니까 그런 표정 하지 마. 이제 안 놀릴게.
로잘린드
당신은 상냥하니까... 분명 많은 걸 생각하고 많이 고민했겠지.
줄리엣
아뇨...
힘없이 고개를 저은 줄리엣은 무릎 위에서 깍지를 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줄리엣
제 잘못이에요. 언제까지나 저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으니...
줄리엣
저는 베로나 사람들이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줄리엣
그렇게 바라면서 전쟁이 끝난 이후로 지금까지 미숙하나마 열심히 노력해 왔죠.
로잘린드
그래, 알고 있어. 잘 알고 있지.
줄리엣
로잘린드나 파리스 공작, 벤볼리오, 의회 멤버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덕분에...
줄리엣
베로나는 조금씩이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그걸 느낄 수 있게 됐죠.
줄리엣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저만 뒤에 남겨지는 듯해서...
로잘린드
줄리엣...
줄리엣
결국 저 자신은 로미오가 사라진 그 날부터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듯한 기분이 들어요.
줄리엣
그래서 저 혼자만 여기 혼자 남겨져서 외톨이가 된 듯한...
줄리엣
어찌할 수 없는 외로움과 한심함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
줄리엣
이 나라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자고, 파리스 공작이 손을 내밀어 주고 계신다는 것은 잘 알고 있어요.
줄리엣
그 분의 손을 잡으면 저도 다시 걷는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죠.
줄리엣
하지만 아직, 저는...
줄리엣의 말에서 배어나오는 짙은 고독감에, 로잘린드는 차마 말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3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다음날, [플레이어] 일행은 로즈극장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기로한다. 그 전에 식사를 할 가게를 찾고 있으니, 우연히 로즈극장의 인기 배우 안토니와 노상 즉흥 연극을 하게된다. 안토니는 친근한 성격으로, [플레이어] 일행에게도 친절을 베풀어 추천하는 가게를 알려주고 가는 것이었다.

줄리엣, 그리고 파리스와 다시 만난 다음날이었다. 단장 일행은 베로나의 거리에 나와 있었다.
어제 들은 이야기, 신경쓰이는데?
루리아
로즈 극장 이야기 말이죠? 기껏 줄리엣 씨가 좋은 나라를 만들려고 하고 있는데...
에스칼라스 파인지 뭔지 하는 것도 그 녀석들이 차근차근 시간을 들여서 겨우 해결했었잖아.
여기서 또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난다면 다 소용없는 짓이 될 거야.
루리아
맞아요... 더 큰일이 일어나기 전에 해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요...
성 안쪽이나 귀족, 의회 쪽에 대해서는 보나마나 파리스네가 제대로 조사하고 있겠지?
그럼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건...
루리아
마을 쪽이겠네요!
그렇지! 줄리엣은 요새 로즈 극장에도 못 간다고 했잖아.
루리아
맞아요! 우선 로즈 극장에 다시 한 번 가 봐요!
루리아
하우우....
모처럼 로즈 극장에 왔더니만 티켓이 매진이라니...
루리아
엄~~~청 먼 나중까지도 전부 매진이었어요. 당일권도 없었고요.
진짜 대단한 인기다.
루리아
어제 로미오 씨가 준 티켓으로 볼 수 있었던 건 대단한 행운이었던 거군요.
그 녀석, 지금은 인기 극작가인 "사오"니까.
루리아
헤헤, 그러게요. 새로운 희곡은 잘 되어가고 있을까요?
지금쯤 열심히 하고 있지 않을까? 우리도 질 수는 없지!
극장에 들어가진 못해도 좀 더 정보를 모아 보자.
루리아
네! 아, 그치만 그 전에...
아~ 루리아 배가 꼬르륵거리고 있네.
루리아
에헤헤... 일단 밥부터 먹으면 어떨까요?
뭐, 사람들이 모이는 데에 정보도 모인다고 하니까. 밥 먹을만한 데부터 찾아보는 것도 좋겠네.
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단장은 루리아의 손을 잡아끌며 걷기 시작했다.
루리아
저기 [플레이어], 뭐 먹고 싶어요?
루리아가 먹고 싶은 거
으음...
루리아
제가 먹고 싶은 거요? 저는, 음... 어...
정보수집을 겸해서라도, 인기 있고 북적이는 가게에 가보는게 좋지 않을까?
루리아
인기있는 가게라면 분명 음식도 맛있을거에요!
루리아
으음, 사람이 많아 보일만한 곳이라면……
루리아, 그렇게 두리번거리면 위험해!
루리아
아, 네...
루리아
꺄악!
주정뱅이
아야! 어딜 보고 다니는 거야?
루리아
죄송해요!
주정뱅이
하아... 아가씨. 내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이 아저씨한테서 술 냄새 나. 대낮부터 취한 건가?
주정뱅이
뭐? 불만이라도 있냐? 내가 내 돈으로 술 마시는데 뭐가 문제냐고!
아니, 그건 딱히 상관없는데... 취해서 남들이랑 트러블이라도 일으키면 민폐잖아.
주정뱅이
시끄러워! 이 도마뱀은 뭐야? 잡아서 팔아치워 버린다!
으아! 하지 마! 그리고 난 도마뱀 아니거든!
루리아
비, 비 씨!
주정뱅이
거기 서! 이 도마뱀아!
노파
아악!
루리아
아! 할머니!
비틀거리는 주정뱅이가 휘두른 팔에 맞은 노파가 쓰러지자, 당황한 루리아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노파
으으...
루리아
할머니, 괜찮으세요?
노파
그, 그래... 고맙다. 괜찮아...
주정뱅이
할망구, 비켜! 방해되잖아!
루리아
그만하세요!
이봐, 아저씨! 적당히 좀 해! 주변에 민폐잖아!
주정뱅이
시끄러! 이 놈이나 저 놈이나 다 맞고 싶냐?
아 진짜... [플레이어]. 좀 거친 방법으로라도 이 아저씨 조용하게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한숨을 내쉰 [플레이어]는 루리아를 감싸듯 앞에 나서며 무기를 손에 들었다.
주정뱅이
헤헤, 너도 해 보겠다 이거냐? 어디 덤벼 ㅂ...
???
보스! 찾았잖아요!
주정뱅이
...어?
갑자기 뛰쳐들어온 남자의 목소리에 놀란 주정뱅이와 단장의 움직임이 멈췄다.
???
이런 데서 노닥거리고 있었어요? 아, 설마 우리 대신 일거리 찾고 있었던 건가?
주정뱅이
뭐, 뭐야? 안토니?
안토니
에이, 없어보이게! 그런 건 우리한테 맡기고 보스는 딱 무게잡고 있어야죠.
안토니
그치?
루리아
하와와?
안토니
…………
루리아
아...!
루리아
비 씨, 비 씨! 이거, 연극이에요!
여, 연극?
루리아
맞아요 맞아요! 보스는 아지트에서 기다리고 있으라니까요!
안토니
그렇다곤 해도 우리가 믿음직하지 못한 건 사실이죠. 이쯤하서 딱, 할 때는 한다는 사실을 보여드리겠슴다.
주정뱅이
어?
안토니
...거기 할머니가 보스가 이번에 찾아낸 돈줄이다 이거죠?
노파
어...
안토니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할머니는 저기로 모시고 가서 확실히 뜯어낼게요.
루리아
자, 저 쪽으로 가시죠! 할머니!
안토니
좋았어! 너도 아가씨 도와서 할머니 모시고 가!
네, 네에!
...?
안토니
그렇게 긴장할 거 없어. 누구나 처음이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
안토니
핫하, 부끄러워하는거야? 아가씨가 귀엽다고는해도, 동료한테 반하면 안된다구?
남자는 쉴새없이 입을 놀리며 루리아와 단장을 노파 쪽으로 밀어붙였다.
안토니
그럼 이제 형님하고 제가 보스를 아지트까지 모셔다 드리죠.
형님...?
아, 나 말야?
그, 그러자! 아ㅈ... 씨가 아니고 보스, 갑시다!
주정뱅이
이, 이거 놔! 안토니, 잠깐만. 난...
안토니
보스는 아무것도 안 하셔도 돼요. 아지트에서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으면 저 녀석들이 술값 벌어올 테니까요.
주정뱅이
이, 이거 놔! 하지 마!
비와 남자에게 붙들린 주정뱅이는 당황하면서도 필사적으로 둘을 떼어내려고 애썼다.
주정뱅이
나 혼자 돌아갈 수 있어!
안토니
아 그래요? 그럼 나중에 보죠...
안토니
기다리고 계세요, 보스!
갈짓자로 비틀거리면서도 그 자리를 떠나는 주정뱅이를 보며 남자는 팔랑팔랑 손을 흔들었다.
점장
좋았어, 안토니!
남자아이
연기였던 거야? 대단하다!
연극 좋아하는 여자1
으, 안토니...! 멋있어... 오길 잘 했어!
루리아
하와와! 엄청난 환성이에요!
어느 새에 사람들이 이렇게 몰려든 거야?
안토니
고마워! 이상 로즈 극장의 안토니, 그리고 지나가던 연기자들이 보내드렸습니다.
그, 그래...!
루리아
가, 감사합니다!
[플레이어] 일행도 안토니를 따라 어색하게 인사했다.
연극 좋아하는 여자1
안토니! 저 완전 팬이에요...! 진짜, 진짜 좋아해요...!
안토니
응원해 줘서 고마워, 아가씨. 다음에 또 극장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연극 좋아하는 여자1
네, 네에...! 꼭 티켓 구해서 갈게요!
안토니
아하하, 땡큐! 그치만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연극 좋아하는 여자1
네에에...!
안토니
어디 보자, 그럼...
안토니라는 남자는 사람들의 환성을 받으며 단장 일행을 향해 몸을 돌렸다.
안토니
끌어들여서 미안해. 그래도 고맙다. 갑작스러웠을 텐데 잘 맞춰줘서 엄청 다행이었고 재미있었어.
루리아
아뇨, 저희는...
아! 알았어. 기억났어!
형님, 어제 로즈 극장에서 한 연극에 나왔었지?
루리아
아! 그러고 보니 주역이었던 사람이네요!
안토니
하하하! 지금 눈치챈 거야?
안토니
어제 연극 보러 왔었구나. 고마워.
루리아
엄청 재미있는 연극이라 잔뜩 웃었어요!
안토니
그거 다행이네!
어제도 그랬지만, 아까 연기도 대단했어. 역시 인기 좋은 배우구나.
루리아
안토니 씨 덕분에 아무도 다치지 않고 끝났어요.
루리아
그 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기도 했고요.
안토니
나 혼자 해낸 일이 아냐. 너희도 멋진 연기자였으니까.
안토니
...아~ 너희 재미있어 보여서 좀 더 이야기하고 싶지만, 슬슬 가 봐야 하거든.
아, 우리도 밥 먹을만한 델 찾고 있던 중이었어.
안토니
아, 그거라면 아까 저 모퉁이에 있는 가게 미트파이가 최고야. 스프도 맛있지. 추천할게.
루리아
미트파이! 먹고 싶어요!
안토니
디저트는 초코무스가 좋으려나? 꼭 먹어봐. 그럼 난 이만...
그래, 고마워!
루리아
안토니 씨, 안녕히 가세요!
안토니
그래. 또 만났으면 좋겠다.

4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플레이어] 일해이 캐퓰렛성에서 안토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니, 로잘린드가 안토니의 화제에 반응하여 갑자기 말을 걸어온다. [플레이어] 일행화 이야기한 뒤, 로잘린드는 발코니에서 생각에 잠긴 벤볼리오를 찾아간다. 줄리엣과 같이 벤볼리오도 로미오를 잊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로잘린드는 "거의 저주같아"하고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루리아
하아... 결국 도움될 만한 정보는 없었어요.
어쩔 수 없지. 섣불리 말 꺼내다간 소동을 일으킬지도 모르니까 신중하게 나갈 수밖에.
루리아
아, 그러고 보니... 오늘 만난 안토니 씨는 로즈 극장의 배우인 거죠?
루리아
다시 한 번 만난다면 뭔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
안토니라고요?
루리아
하와와!
갑자기 끼어든 목소리에 놀란 일행은 뒤를 돌아보았다.
뭐, 뭐야?
로잘린드
아, 죄송해요. 저는...
루리아
어...?
로잘린드
...크흠. 당신이 [플레이어] 님이시죠?
누님은 누군데?
로잘린드
저는 로잘린드라고 합니다. 여러분에 대해서는 줄리엣님께 많이 들었습니다.
로잘린드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로잘린드는 우아하게 인사하며 일행을 향해 미소지어 보였다.
어, 로잘린드라면 분명...
루리아
줄리엣 씨랑 사이가 좋다는...?
로잘린드
어머, 사이가 좋다는 말을 들으니 기쁘네요.
줄리엣이랑 사이가 좋고 많이 도와주고 있다는 의회 멤버 누님이구나!
루리아
저희도 빨리 인사하고 싶던 참이었어요. 만나서 기뻐요!
로잘린드
저야말로요. 사실은 어젯밤에 인사를 드렸어야 하는데... 늦어져서 죄송했어요.
신경쓸 거 없어! 앞으로 잘 부탁해!
로잘린드
네, 잘 부탁드립니다.
루리아
그러고 보니 방금, 안토니 씨에 대해서...
로잘린드
아, 네에... 갑자기 이야기에 끼어들어서 죄송했어요.
누님도 그 배우 형님 알아?
로잘린드
...로즈 극장 대표 배우이자 가장 인기있는 사람이니까요. 베로나에서는 그를 모르는 사람이 더 적을걸요...
루리아
가장 인기있다고요? 그런 엄청난 사람이랑 같이 연기를 한 거군요...!
로잘린드
가, 같이 연기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사실은 말야...
벤볼리오
…………
그날, 늦은 시각에 성의 발코니에 선 벤볼리오는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로잘린드
여기 있었구나, 벤볼리오.
벤볼리오
아... 로잘린드.
로잘린드
당신, 여길 좋아하네. 밤이 되면 늘 방을 빠져나와서... 어린아이같아.
로잘린드는 쿡쿡거리며 벤볼리오 곁에 서서 난간에 살며시 몸을 기댔다.
로잘린드
밤바람이 차가워.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해야 할 걸?
벤볼리오
당신은 늘 그렇게 저를 어린아이 취급한다니까요...
벤볼리오
언제가 되어야 그만두실 건가요? 저도 이미 어엿한 어른인데요...
로잘린드
알고 있어.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로잘린드
당신하고는 정말 오래도록 만나지 못했으니까. 어렸을 때 느낌 그대로라니까.
벤볼리오
뭐, 당신이 하는 말도 이해는 가지만요.
벤볼리오
제가 이 나라에서 떠난 건 아직 13살이었을 때였죠.
로잘린드
그렇게 작았던 당신이 혼자 유학을 가겠다고 말을 꺼내다니...
로잘린드
많이 걱정했어. 하지만 당신, 어른스러우면서도 한번 말을 꺼내면 돌이키질 않았으니까.
벤볼리오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벤볼리오
...몬타규를 위해서.
로잘린드
…………
로잘린드
당신도 얽매여 있는 거구나. 로미오님한테.
로잘린드
거의 저주 수준이야.
벤볼리오
로잘린드?
로잘린드
...아니야. 신경쓰지 마.
벤볼리오
...죄송합니다.
로잘린드
왜 사과하는데?
벤볼리오
베로나로 돌아온 저를 줄리엣님께 소개시켜 주신 당신께는 감사하고 있습니다.
벤볼리오
덕분에 베로나 의회에서 역할을 부여받기도 했고요.
벤볼리오
지금은 여러분들과 함께 이 베로나를 위해 몸을 바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벤볼리오
그렇게 간단히 잊을 수는 없어요.
벤볼리오의 괴로운 혼잣말은 밤바람에 휩쓸려 힘없이 스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