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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어느 곳에 한 어린 여자아이가 있었다. 유괴되어, 감금된 여자아이는 실험체로 취급당해도 옆방에 있는 누군가에게 말을 걸어 계속 격려하는 것으로 자신을 지탱하고 있었다. 옆방에 있었던 것은 실험으로 원래의 모습도 자아도 잃은 '무엇인가'였지만 마침내 여자의 생명이 사라지자 '무엇인가'는 자아가 돌아와 그 신체의 일부를 여자에게 나눠줌으로써 여자아이를 구하는 것이었다.

먼, 아주 먼 옛날. 지금이 아닌 언젠가, 이곳이 아닌 어딘가에서 있었던 이야기.
어느 곳에 작은 여자아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
──……
빛이 들지 않는 작은 방 안에 끌려온 소녀는 추위와 공포에 떨고 있었습니다.
???
훌쩍...
하지만 그녀의 귀에 작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
꺄악....!
???
옆방...? 누가 있는 걸까...?
???
저기... 누구 계세요?
귀를 기울인 소녀는 벽 건너편에 당장이라도 사라질 듯 희미한 기척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나처럼... 여기 갇힌 아이가 있는 거구나...
???
무서울까...? 무섭겠지...
신샤
... 저기, 있잖아! 난 신샤라고 해.
신샤
네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긴 어둡고 춥지만...
신샤
그래도 내가 여기에 있어. 너는 혼자가 아냐.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소녀는 벽에 볼을 갖다댄 채, 벽 너머의 이름 모를 누군가의 기운을 북돋워주려 말을 걸었습니다.
아아, 하지만...
벽 너머에 있었던 사람은. 있었던 "것"은...
???
────
뼈도 없고, 폐도 없고, 살도 있는지 의심스러운 "무언가". 한때는 생명이었던 비참한 실패작의 말로.
신샤
몸이 안 좋은 건가...? 난 다치지 않았지만 건너편에 있는 아이는 어딘가 다쳤을지도...
신샤
미안해. 괴로운 거나 아픈 거나 하나도 도와주지 못해서...
신샤
음... 아, 이야기를 듣는 건 어떨까? 듣다 보면 조금이라도 다른 것에 집중할 수 있을 테니까...
신샤
어떤 이야기가 좋을까? 음...
불안한 마음을 떨쳐내며 소녀는 수많은 이야기를 벽 너머의 누군가에게 들려주었습니다.
이 방으로 그녀를 잡아넣은 자들에게 수많은 실험을 당하고, 물건처럼 취급당하면서도.
신샤
괜찮아... 난 괜찮아. 이 정도는 얼마 전 그거에 비하면 훨씬... 아, 아무 것도 아냐.
신샤
너는 괜찮아? 어디 아픈 데는 없어?
신샤
...넥타르가 있으면 좋을 텐데.
신샤
달콤하고 맛있는 음료수래. 그걸 마시면 어떤 상처나 병도 다 낫는다던가.
신샤
아, 그치만 용사님이나 신들처럼... 대단한 사람들만 마실 수 있는 거라고 했던가...?
신샤
나쁜 사람이 마시면 오히려 독이 된다고... 했던 것 같은...
매일 그녀의 몸을 갉아먹는 나날들이 계속되어도, 소녀는 벽 건너편에 친구가 있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신샤
이야기... 들어 줘서 고마워...
신샤
네가 있어 준 덕분에 난...
친구가 있다는 믿음. 그것은 희미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소녀의 마음을 지탱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신샤
────
마력을 빼앗기고 피를 빼앗기고. 계속 빼앗기기만 한 그녀의 목숨을 떠받치기에 그것은 너무도 연약한 지지대였습니다.
신샤
...괜찮아... 여기 있으니까...
신샤
이번엔 무슨, 이야기를... 그렇지...
신샤
…………
???
────
매일매일, 그녀가 친구라고 믿는 무언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실패작의 말로는...
???
…………
소녀의 희미해지는 숨소리와 고동만큼이나 희미하게 몸을 떤 후, 자신이 얹혀져 있던 곳에서 미끄러져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마치 진흙이 침식되는 듯한 속도로 환기용 틈새 사이로 새어들어가 소녀가 있는 방에 다다랐습니다.
신샤
────
???
…………
???
……시……
???
……신샤……
신샤
────
소녀의 이야기가 끝나 버리기 전에.
???
────
실패작의 말로는 빼앗긴 소녀에게 살덩이조차 되지 못한 자신의 몸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원래 가졌어야 할 형태를 잃은 몸이, 소녀가 원래 가졌어야 할 형태를 어설프게나마 흉내낸 것이었습니다.
신샤
…………
???
신샤……
옛날 옛날, 푸른 하늘조차 보이지 않는 곳에 마음 따듯한 소녀가 만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실패작의 말로.
소녀의 목소리가, 그녀의 마음이 실패작의 말로를 친구로 바꾸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