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더는 아우규스테에 가지 않겠다고 결심한지 1년 뒤, 메구는 현지의 호텔에 있었다. 놀란 지배인이 이유를 물어본다. 메구는 바캉스시즌을 앞둔 어느날, 고향의 거리에서 몸이 안좋아 보이는 노파를 발견하고, 병원까지 업고갔다고 말한다. 그 보답으로 받게된 것이 아우규스테행 티켓. 노파의 마음을 거절하지 못하고, 메구는 울며 받아들인 것이었다.

메구
지난 회에 있었던 일!
메구
설마 세 번째에도 그러겠어? 하면서 다시 비치를 찾아간 난 정말 아우규스테 홀릭!
메구
하지만 혹시나가 역시나! 한참 헤엄치던 중에 물고기랑 꽈다당!
메구
거품을 보글보글 뿜으며 물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는데... 어라라? 정신이 들고 나니 해변 위에!
메구
눈을 뜨니 그 앞에 있던 것은 백마 탄 왕자님?
메구
...은 무슨, 하얀 훈도시!
메구
메구, 깜짝 놀랐음! 심지어 또 그 기공단 사람들이라서 더더욱 깜짝!
메구
내 바캉스는 왜 항상 이렇게 되는 걸까?
메구
이제 절대, 절대, 절~~대로 아우규스테 같은 데는 안 올거야!
메구
…………
호텔 지배인
오, 올해도... 와 주셨군요. 메구님.
메구
하하...
지배인은 프론트에서 막 체크인을 끝낸 메구에게 머뭇거리며 말을 걸었다.
순조로운 성장의 증거인지, 아니면 계속되는 재난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그녀의 얼굴은 다소 바뀌어 있었다.
호텔 지배인
매년 불행한 사고에 휘말리시는 것을 알고 있는 저로서는... 그... 뭐라고 말씀드려야 좋을지...
메구
여기 올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사정이 있어서...
호텔 지배인
아... 사정이요...?
메구
올해야말로 집에서 조용히 지내야지... 그래. 나한테는 이게 어울려...
휴가를 가는 시기가 다가왔지만 메구의 마음은 전혀 부풀어오르지 않았고, 그 날도 평온하게 지낼 것을 다짐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녀는 문득 길 옆에 웅크린 사람의 모습을 보았다.
메구
저, 저기. 할머니? 괜찮으세요?
노파
아, 아아... 아무 것도 아니란다. 아가씨, 고마워...
노파
으윽!
일어서려던 노파는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땅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메구
큰일이네...! 저기, 제가 의사 선생님 댁까지 업어드릴게요!
노파
응? 하지만...
메구
괜찮아요! 자, 빨리 제 등에 업히세요!
메구는 노파를 들쳐업고 가능한 한 흔들리지 않게 조심하며 진료소까지 뛰어갔다.
노파
아가씨, 고마워. 의사 선생님 말로는 조금 위험했다고 하더구나...
노파
하지만 약을 먹고 진정됐단다.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어. 이게 다 아가씨 덕분이야...
메구
아뇨, 뭘요...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노파
의사 선생님도 말씀하셨어. 바로 진료소로 데리고 온 선택이 현명한 거였다고...
노파
아가씨는 대단하구나. 정말 고마워.
메구
아니에요. 긴급사태에는 익숙하거든요... 그럼 저는 이만 가 볼게요.
노파
아, 잠깐 기다리렴! 사례 정도는 하고 싶구나.
노파는 그렇게 말하며 품을 뒤지더니 뭔가를 꺼내려고 했다.
메구
아뇨, 아니에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걸요. 사례같은 건 됐...
노파
자, 받으렴.
메구는 노파가 돈을 꺼내려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잘 보니 작은 편지같은 것이었다.
메구
어... 이게 뭔가요?
노파
아우규스테행 티켓이란다. 왕복 배편이랑 호텔 숙박이 세트로 된 거야.
메구
…………
노파
이번 여름에 할머니 혼자 가서 즐기려고 했었는데...
노파
이렇게 병에 걸렸으니 힘들겠지. 역시 자식이랑 손자들 곁에서 얌전히 보내야겠어.
메구
아뇨, 그게, 저 아우규스테는 좀...
노파
부탁이니 받아주렴. 사양할 거 없단다.
메구
사양...이랄까... 아우규스테라는 말을 들은 것만으로도 의식이 멀어지려고 한달까...
노파
아우규스테는 말이지... 젊었을 때 남편이랑 언젠가 둘이 같이 가자고 약속했던 곳이란다.
노파
하지만 계속 바쁘게 일하다 보니 몇 년 전에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말았지... 그래서 결국 가지 못했어...
노파
하지만 상관없어. 중요한 건 아우규스테가 아니라 그 사람과의 추억이니까 말야.
메구
…………
노파
그러니 내 몫까지 즐기고 와 주겠니? 목숨을 구해 준 은인인 네게 넘겨주고 싶단다. ...응?
메구
으, 으흑.... 네에. 다, 다녀올게요오....
노파
이런, 울지 말고. 슬픈 얘기처럼 들렸니? 아가씨는 참 상냥하구나...
노파는 목놓아 울며 티켓을 받아드는 메구의 눈물이 어떤 의미인지 끝까지 착각한 듯했다.
메구
...그런 일이 있었거든요.
호텔 지배인
그, 그러셨습니까...

2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메구는 지배인의 권유로 리조트지로서 개발된지 얼마되지 않은 베팅섬에서 지내기로한다. 하지만 기다리고 있던 것은 셰로카르테. 그리고 역시 예의 그 기공단도 와있다는 것 같다. 거기서 메구는 코티지로부터 한걸음도 밖으로나오지 않겠다고 결의한다. 실내에서 지내지만, 밖에 들리는 고함소리나 굉음이 계속 들려왔다. 하지만 그것을 잡음으로 규정하고, 의지로 들리지 않는 척을 계속하는 것이었다.

호텔 지배인
벤딕 섬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어부가 많은 섬이긴 한데, 최근에 리조트들이 개발됐거든요...
메구
어... 벤딕 섬이요...?
호텔 지배인
별 불편 없이 지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직 관광객이 붐빌 정도로 지명도가 높지는 않습니다.
호텔 지배인
그 벤딕 섬에서라면 메구님도 조용히, 그리고 쾌적하게 지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호텔 지배인
원하신다면 준비해 드릴 수 있습니다만... 어떠신가요?
메구
(완전 신경써주고 있어...! 올 생각도 없었다느니 괜한 말을 했나봐...)
메구
아, 그럼... 그렇게 부탁드릴게요!
호텔 지배인
그럼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즐거운 바캉스를 즐기시기 바랍니다.
이미 관광같은걸 할 마음도 들지 않았기에 그저 조용히만 지내고 싶었던 메구는 벤딕 섬에서 머무르기로 했다.
거기서 얌전히 지낸다면 그 기공단 사람들하고 얼굴을 마주칠 일도 없이, 조용히 지낼 수 있겠지 하ㄱ...
셰로카르테
오랜만에 뵙네요~
메구
……윽!?
셰로카르테의 모습을 본 순간, 메구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셰로카르테
이런~ 괜찮으신가요~?
메구
어째서... 어째서 여기 있는 건가요? 어째서...?
셰로카르테
이 벤딕 섬을 리조트로 개발한 것은... 숨길 게 뭐 있겠어요, 바로 이 셰로쨩이랍니다~
메구
그래요... 사업이 거의 왕국 수준이네요...
셰로카르테
뭘요, 그 정도는 아니에요~
메구
(됐어... 난 정했어. 돌아가는 날까지 이 코티지에서 안 나올 거야!)
메구
(외출하지만 않으면 휘말릴 일도 없을 테니까!)
셰로카르테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그럼 실례할게요~
코티지로 안내받은 메구는 셰로카르테를 배웅한 후 바로 문을 닫았다.
메구
후우... 이걸로 됐겠지. 이제 얌전히 이 방에서 지내기만 하면...
셰로카르테
아, 죄송해요~
메구
응아악!
셰로카르테
미처 전해드리지 못한 게 있어서요~ 이 섬의 명물인 셩게라면 밤에 가져다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메구
어, 으음... 셩게...?
셰로카르테
사실 이 섬의 셩게를 둘러싸고 밀렵꾼들하고 트러블이 좀 있거든요~ 하지만 안심하세요~
셰로카르테
어떤 기공단에게 대처를 부탁드렸으니 금방 진정될 거랍니다~
메구
기공단...? (그 사람들, 역시 올해도 와 있구나...)
셰로카르테
그러고 보니 메구 씨는 그 분들을 알고 계셨죠~?
셰로카르테
솜씨 좋은 기공단이거든요~ 분명 금방 해결해 주실 거예요~ 그러고 나면 셩게를 가져다 드릴게요~
이번에야말로 셰로카르테를 배웅한 메구는 문을 닫고 자물쇠를 잠근 후 이중 삼중으로 확인을 마쳤다.
메구
이번에야말로 됐겠지. 하아... 막 도착한 참인데 벌써 지쳐버렸어...
코티지 내부는 고급스러웠고, 메구를 위한 작은 배려의 손길이 여기저기 닿아 있었다.
메구
와, 과일이 잔뜩 있네! 이거 먹어도 되는 거겠지? 어, 주스도 있다!
메구
아우규스테에 대한 책도 잔뜩 있네... 이거나 읽으면서 지내야지!
메구는 과일을 먹기 좋게 잘라 접시에 쌓은 후, 책을 펼치며 소파에 드러누웠다.
메구
(아~ 쾌적해~ 리조트에 왔다고 딱히 밖에 나가서 지낼 필요도 없는 거였어!)
마음이 릴랙스된 메구는 책에 빠져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꽤 먼 곳에서부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햣하! 잘도 우릴 잡아넣었겠다!
메구
...? 무슨 소리가 들렸는데...
메구
아냐. 기분 탓이겠지. 그래. 잡음일 거야.
잡음
히야아아아아! 죽어버려 멍청아~
잡음
햣하하! 우리에겐 패배도 후퇴도 없다~
메구
으음~ 이 과일 맛있다~ 하나 더 깎아먹어야지~
메구
아, 그 할머니한테 기념품으로 사다 드릴까?
잡음
히얏하하!
잡음
햣하하! 때려죽여 주마!
메구
으, 으으... 이 아우규스테를 무대로 한 소설... 눈물이 막 나네...
메구
설마 이런 명작을 만나게 될 줄이야... 이것도 서점에서 사서 돌아가야겠다...
잡음
갸하하! 저 언니, 우리한테 퀸이 있는 장소를 까발려 버렸어!
잡음
배로는 우릴 따라올 수 없을텐데 말야~!
메구
하~ 주스 맛있다! 울면서 흘린 수분을 주스로 보충하다니 호화로운데♪
메구
아, 실내에서 지내는 거 최고! 방해하는 사람도 없고, 조용하고... 응...
메구
조용... 응. 조용하지...
메구는 필사적으로 평온을 마음에 새기며 식사나 독서 쪽으로 정신을 돌리려고 했다. 그러나.
잡음
방심하지 마라! 단 한 놈도 놓치지 마라! 살아있는 채로 잡아라! 죽여라아아아!
잡음
으아아아아아!
잡음
히야하하하! 바라던 바다! 여기서 어부놈들 다 죽여주마!
밖에서 들려오는 고함소리에 결국 참지못하고 귀를 막고 큰 소리를 질렀다
메구
아~ 아! 안들려안들려안들려어어!
메구
아~ 주스 맛있다! 아! 소설 재미있다!!!
메구
아우규스테 완전 즐거워어어어!!! 오길 잘했다아아아아아!
현실에 등을 돌린 메구는 멀리서 들려오는 잡음이 귀에 들어오지 않도록 해가 질 때까지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다.
메구
아아아아아아아~!

3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밤, 메구는 셰로카르테가 보내준 벤디쿠섬의 명산물인 셩계에 입맛을 다신다. 요리는 예의 그 기공단이 만들어준 것이이라고하며, 셰로카르테는 메구에게 기공단 사람들을 소개해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러나 메구는 거절하낟. 개성적인 사람과 같이 있으면 자신의 평범함을 직시하게되고, 그런 상황은 불편한 것이었다. 혼자가 되어 메구는 밖을 산책하고 밤바다를 즐기지만, 갑자기 마물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메구
맛있어어~!
셰로카르테
후후후~ 그거 다행이네요~
밤이 되자, 셰로카르테가 벤딕 섬의 명물이라는 셩게를 가지고 왔다.
농후한 단맛과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식감은 정신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던 메구를 힐링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메구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샐러드에도 잘 어울리고... 어란에 무친 것도 최고네요!
메구
이걸 전부 셰로카르테 씨가 만드신 건가요? 대단하다!
셰로카르테
아뇨아뇨~ 그 기공단 분이 만들어 주신 거예요~
셰로카르테
요리를 잘 하시는 분이 많이 계시는 곳이라 부탁했거든요~
메구
아... 그렇군요... (진짜 뭐 하는 사람들이야?)
셰로카르테
그런데 메구 씨, 혼자 계셔도 괜찮으시겠어요~?
메구
네?
셰로카르테
혼자 계시면 심심하실 것 같은데, 기공단 분들이라도 소개시켜 드릴까요~?
셰로카르테
다들 친근감 넘치는 분들이니 메구 씨랑도 금방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친근한 친구... 우후후~
메구
제가... 그 기공단 사람들하고요? 셰로 씨, 진심이세요?
셰로카르테
그럼요~ 사람들하고 어울려 지내면 분명 더 재미있을 거예요~
셰로카르테
정말 개성적인 분들이 모여 있는 기공단이거든요~ 언제 뵈어도 질리질 않는답니다~
메구
그 기공단에 개성파가 잔뜩 모여 있는 건 어느 정도 알기는 했지만... 그렇다면 더욱더 곤란해요.
셰로카르테
네~?
메구
저는 평범하니까요. 이렇다할 특기도 없고... 재미있는 얘기도 할 줄 모르고...
메구
개성적인 사람들하고 있으면 자신의 평범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기분이라... 그런 상황은 좀 싫더라고요.
메구
제가 어렸을 때부터 아우규스테를 동경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개성을 가지고 싶어서 왔던 거기도 하거든요...
셰로카르테
개성을 가지고 싶어서 아우규스테에 왔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메구
그냥 아우규스테에 가 본 적이 있는 어떤 여자아이... 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메구
그거, 시골에서는 꽤 대단한 스테이터스거든요. 모두가 아우규스테를 동경하니까요!
메구
하지만 처음 왔을 때, 마릿페라는 친구가 이미 와 있어서 그것도 쓸모없는 일이 됐죠.
메구
아우규스테에 가 본 건 나뿐이라고 말할 수 없게 됐으니까요.
메구
동기가 불순해서 벌을 받은 걸까요...
셰로카르테
…………
메구
이상한 얘기 해서 죄송해요. 아무튼 저는... 혼자 있고 싶어요...
셰로카르테
그러시군요~
셰로카르테가 떠나자, 메구는 바라던 대로 혼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조용해진 바깥에 관심이 생겨서, 잠시만이라도 여행을 즐기고 싶다는 마음이 샘솟기 시작했다.
메구
셰로 씨가 소동은 가라앉았다고 말했으니까, 잠시 산책하는 정도라면 괜찮겠지?
메구
와...! 밤바다라는 게 이런 거구나...
메구
어둠 속에서 파도소리가 울려오다니 멋있다... 뭔가 릴랙스되는 기분이야.
셰로카르테
혼자 계시면 심심하실 것 같은데, 기공단 분들이라도 소개시켜 드릴까요~?
문득 셰로카르테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메구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메구
아니지... 딱히 나한테 친구가 없는 것도 아닌걸...
메구
(나만 겉도는 듯한 느낌이 전부터 가끔... 가아~ 끔 들긴 하지만 말야...)
메구
(그래서 내가 다른 애들의 화젯거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아우규스테에 왔었던 건데...)
메구
아~ 이럼 안 되는데.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되네. 모처럼 아우규스테에 왔는데...
메구
더 신나게 즐겨야겠지!
마물
…………
메구
그치? 꽃게야♪
마물
…………!
메구
근데 꽃게 씨... 뭔가 좀 크지 않아!?

4 절

이 이야기의 줄거리
메구는 마물에게 쫓기지만, 페리라는 소녀와 그녀의 펫이 도와주었다. 페리도 기공단의 일원이라고한다. 메구는 감격하여 예를 표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으로 페리가 자신은 유령이라고 고백한다. 먼 과거에 죽었지만, 왜인지 이 세상에 남아있다는 것 같다. 메구는 공포로 기절해버리고, 눈을 떠보니 아침이 되어있었다. 이미 기공단은 떠난 뒤였다.

메구
으아악!
마물
…………!
메구
죄송해요죄송해요제가방심했습니다~!!
메구는 집게발을 들어올린 마물에게서 전속력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메구
(물고기에다 마물까지... 내 바캉스는 왜 항상 이렇게 되는 거야~!!)
메구
으헥!
어둠 속에서 발을 헛디딘 메구는 요란하게 엎어지고 말았다. 뒤를 돌아보니 마물이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마물
…………!
메구
아, 아, 아...!
공포로 움직이지 못하는 메구에게 마물이 거대한 집게발을 휘두르려던 순간이었다.
???
그럴 수는 없어!
마물
…………!?
???
아직도 도망치지 않을 거라면 이 쪽도 봐주지 않겠어! 얘들아, 해치우자!
???
────!
???
──!
???
──
마물
…………!
연속되는 공격에 당황한 마물은 어둠 속으로 도망쳤다.
???
휴우... 방금 녀석은 꽤 끈질겼어...
???
괜찮아?
메구
아, 네...!
소녀의 부축을 받으며, 메구는 그제서야 그녀가 자신을 구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메구
주, 죽는 줄 알았네...!
???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돼. 다친 데는 없어?
메구
살짝 구른 정도라 괜찮아요... 어, 당신은 왜 이런 곳에 계신가요?
???
나는 기공단의 일원인데, 지금은 동료들과 함께 이 섬에 머무르고 있어.
메구
아~ 그렇군요... 셰로카르테 씨하고 알고 지내는 분들, 맞으시죠...?
???
만물상 씨를 알고 있어? 역시 그 사람은 발이 넓구나...
메구
아, 그러고 보니 이름! 이름 물어봐도 될까요? 나는 메구라고 해요.
페리
페리야. 괜찮은 이름이지?
메구
구해줘서 고마워, 페리쨩! 진짜진짜 고마워!
메구
그리고... 이 아이들도 날 구해줬지? 페리쨩이 키우는 애들이야? 되게 똑똑하다.
페리
벳포하고 후지, 지지라고 해. 내가 안고 있는 아이는 니콜라고, 또 모모라는 아이도 있어.
페리
────!
후지
──!
ジジ
──
메구
와, 귀여운 멍멍이... 이 아니고, 귀여운 토끼... 도 아니고... 어...
메구
(얘넨 뭐지? 멍멍이도 아니고 토끼도 아닌데... 지금 보니 창백하게 빛나고 있지 않아?)
메구
(그리고 뭔가... 기분탓인지 투명하게 비쳐보이는 것도 같고)
페리
────!
메구
……!?
페리
그래... 벳포 말처럼 밤중에 돌아다니려면 조심해야지.
메구
어?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 거야?
페리
그래... 나랑 이 녀석들은 유령이거든. 대충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어.
메구
아하... 응? 유령?
페리
아... 그, 그게, 유령이라고는 해도, 그렇게 놀랄 건 없어...
메구
…………
그때, 밤바다에서 불어온 서늘한 바람이 괜스리 메구의 등을 스치고 지나가자, 소름이 쭈뼛 돋는 것이 느껴졌다.
페리
우린 이미 먼 옛날에 죽었거든.
페리
그런데 어떻게 된 건지 이렇게 유령이 되어서 세상에 남아 있는 거야...
메구
…………
???
그르르!
메구
히이이익!
페리
요 녀석! 그럼 못 써, 모모.
페리
미안해... 깜짝 놀랐지?
페리
이 녀석은 원래 폐허에 들러붙어 있던 악령이었거든. 그 때문인지 사람을 놀래키는 걸 좋아해서...
메구
악-령...?
페리
아, 괜찮아! 지금은 나쁜 짓 안 해. 내가 잘 훈련했거든.
페리
모모도 그저 외로웠을 뿐이야. 긴 시간 동안 아무도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서...
페리
어둡고 외로운 곳에 혼자 있다 보면, 점점 좋지 못한 걸로 변하게 되는 거겠지...
메구
…………
페리
아무튼... 지금은 오히려 시끌벅적할 정도의 나날을 보내고 있어.
페리
뜨거운 날에는 곁에 두면 서늘하다면서 다들 서로 데려가려고 한다니까....
페리
응? 왜 그래? 얼굴이 창백해 보이는데...
메구
…………
페리
괘, 괜찮아? 혹시 어디 아픈 건...
메구
으음...
소녀가 유령이라는 걸 알게 된 메구는 두려움에 거품을 물고 기절하고 말았다.
페리
어떡하지... 이, 일단 만물상 씨를 불러와야겠어...
다음날 아침, 눈을 뜬 메구는 자신이 어느 샌가 코티지로 돌아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조심스레 셰로카르테에게 물어보니, 그 기공단 사람들은 사건을 해결해서 이미 떠난 후라고 했다.